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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족속(族屬) - 윤동주 해설 해석, 흰 수건 흰 고무신 흰 저고리 흰 띠

슬픈 족속 윤동주 흰 수건이 검은 머리를 두르고 흰 고무신이 거친 발에 걸리우다. 흰 저고리 치마가 슬픈 몸집을 가리고 흰 띠가 가는 허리를 질끈 동이다. 1938.9 이 시를 보면 떠오르는 것이 있을 것이다. 바로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머리카락색과 하얀 옷이다. 우리나라는 고대부터 제천사상과 여러 종교 사상으로 인해 흰색을 숭상하고 흰옷을 즐겨 입었다. 흰옷이라고 하여, 완전한 백색이 아닌, 가공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색, 즉 아주 밝은 미색부터 담갈색까지 모두 포함했다. 또한 백의는 일제강점기에 일제에 항거하는 상징으로, 민족의 정체성을 드러내기도 했었다. (출처 : 백의민족 > 한국민족문화대백화) 이러한 백의 문화는 에 드러나있다. ◆ 흰 수건과 흰 고무신, 정신 그리고 목표 (1연) ..

또 태초의 아침 - 윤동주 해설 해석, 원죄는 지울 수 없다

또 태초의 아침 윤동주 하얗게 눈이 덮이었고 전신주가 잉잉 울어 하나님 말씀이 들려온다. 무슨 계시일까. 빨리 봄이 오면 죄를 짓고 눈이 밝아 이브가 해산하는 수고를 다하면 무화과 잎사귀로 부끄런 데를 가리고 나는 이마에 땀을 흘려야겠다. 1941.5 에 이어 이라는 시를 지었다. 하지만 두 편 다 성경 내용을 기반으로 지어진 시지만, 조금 다르다. 은 윤동주 시인이 느낀 태초의 계절과 하와가 원죄를 필연적으로 저지르게 될 준비 단계-뱀과 선악과-를 말하고 있지만, 은 성경과 현실을 사이에 두고, 아담과 하와가 원죄를 저지른 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친구와 갈 곳이 없을 때 교회가 모임의 장소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성경 내용 중 특히, '아담과 하와의 이야기'를 '대충'이..

소년 - 윤동주 해설 해석, 나의 마음과 생각은 하늘과 같고 강물과 같아

소년 윤동주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뭇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 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려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쓸어 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 - 아름다운 순이(順伊)의 얼굴이 어린다. 소년은 황홀히 눈을 감아 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얼굴 -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은 어린다. 1939.9 윤동주 시인의 시는 1941년 전후로 나뉘는 거 같다. 시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바뀌기 때문이다. 1930년대 작품들은 가족들, 특히 동생 얘기들, 짝사랑을 향해 담은 ..

산협山峽의 오후 - 윤동주 해설 해석, 나른한 오후의 명상은 어렵다

산협의 오후 윤동주 내 노래는 오히려 섦은 산울림. 골짜기 길에 떨어진 그림자는 너무나 슬프구나 오후의 명상은 아- 졸려. 1937.9 윤동주의 동시는 천진난만한 아이 같은 마음으로, 어떨 때는 애틋하고 그리운 마음으로, 어떨 때는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았을 때의 마음으로, 자잘한 일상을 쓰는 마음으로 쓰기도 했다. 그렇다면 산울림은 어떠할까? ◆ 노래는 언제 나올까 1연 내 노래는 오히려 섦은 산울림. 섦다 = 섧다 : 원통하고 서럽다 윤동주 시인은 섧다를 섦다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에서도 나온 단어다. 윤동주 시인은 본인의 노래가 오히려 원통하고 서러운 산울림이 된다고 표현했다. 사람들은 노래를 언제 부르게 될까? 다양한 상황과 감정을 겪을 때 노래가 나온다. 우선, 집 안에든 밖에든 혼자 있..

참새 - 윤동주 해설 해석, 작은 발자욱은 글이 되고 시가 되고

참새 윤동주 가을 지난 마당은 하이얀 종이 참새들이 글씨를 공부하지요. 째액째액 입으로 받아 읽으며 두 발로는 글씨를 연습하지요. 하루 종일 글씨를 공부하여도 짹자 한 자밖에는 더 못쓰는 걸. 1936.12 책에서는 조금 다르게 표현된 부분이 있다. 참새 윤동주 가을 지난 마당을 백로지인 양 참새들이 글씨공부 하지요 짹, 짹, 입으론 부르면서 두 발로는 글씨공부 하지요. 하루 종일 글씨공부하여도 짹자 한 자밖에 더 못쓰는 걸 원본에 가까운 시는 로 더클래식과 자화상 출판사다. 그래서 나는 이 두 출판사의 시를 토대로 해설하려고 하는데, 윤동주 시인의 동시인만큼 ◆ 눈 쌓인 마당에 놀러 온 참새들 (1연) 가을 지난 마당은 하이얀 종이 참새들이 글씨를 공부하지요. 사계절이 뚜렷했던 우리나라는 가을이 지나면..

돌아와 보는 밤 - 윤동주 해설 해석, 밖에서나 안에서나 자유롭지 못한 마음

돌아와 보는 밤 윤동주 세상으로부터 돌아오듯이 이제 내 좁은 방에 돌아와 불을 끄옵니다. 불을 켜두는 것은 너무나 피로롭은 일이옵니다. 그것은 낮의 연장이옵기에- 이제 창을 열어 공기를 바꾸어 들여야 할 텐데 밖을 가만히 내다보아야 방안과 같이 어두워 꼭 세상 같은데 비를 맞고 오든 길이 그대로 비속에 젖어 있사옵니다. 하루의 울분을 씻을 바 없어 가만히 눈을 감으면 마음속으로 흐르는 소리, 이제 사상(思想)이 능금처럼 저절로 익어 가옵니다. 1941.6 이 시는 네이버 블로그에 게시한 적이 있다. 그때는 해설이라기 보다는 그저 작은 감상문이었다. 시간이 흐르기도 했고, 또한 재해석을 했기에 도 하기로 했다. ◆ 밤에도 불을 켜두는 것은 낮의 연장, 피곤할 수밖에 없다 (1연) 세상으로부터 돌아오듯이 이..

눈 오는 지도 - 윤동주 해설 해석, 제 마음에만 눈이 내려 가려지는 것이겠지요

눈 오는 지도 윤동주 순이가 떠난다는 아침에 말 못할 마음으로 함박눈이 나려, 슬픈 것처럼 창 밖에 아득히 깔린 지도 위에 덮인다. 방안을 돌아다 보아야 아무도 없다. 벽과 천정이 하얗다. 방안에까지 눈이 나리는 것일까, 정말 너는 잃어버린 역사처럼 홀홀히 가는 것이냐, 떠나기 전에 일러둘 말이 있던 것을 편지를 써서도 네가 가는 곳을 몰라 어느 거리, 어느 마을, 어느 지붕 밑, 너는 내 마음속에만 남아있는 것이냐, 네 쪼꼬만 발자욱을 눈이 자꾸 나려 덮여 따라갈 수도 없다. 눈이 녹으면 남은 발자욱 자리마다 꽃이 피리니 꽃 사이로 발자욱을 찾아 나서면 일년 열두달 하냥 내 마음에는 눈이 내리리라. 1941.3 내가 지금까지 해설한 윤동주 시 중에 이 시가 가장 한 문장의 호흡이 길다. 운문이라고 해야..

참회록 - 윤동주 해석 해설, 과거에 내뱉은 말과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때 느껴지는 자괴감

참회록 윤동주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만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한다. -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1942.1 감기 걸려서 한동안 글 쓰는 것도 다 중단했다. 1일 1드로잉도, 개발 공부도, 글쓰는 것도 다 놓아버렸었다. 이제서야 체력이 회복되어서 다시 시작한다. 여기서 참고하면 좋은 시가 다. 은 1942년, 는 1941년에..

안녕하세요, 한이입니다.

안녕하세요, 한이입니다. 잘 지내셨나요? 그간 시 해설에 어려움이 생겨서 생각을 다듬는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예전에 올렸던 시들을 다시 훑어보면서 수정해야 할 사항들이나 가독성을 위해 글씨 크기 변경 등과 같은 작업들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 작업이 끝난 뒤에 새로운 시 해설을 올릴 예정이며, 그 중 업로드될 시 해설은 윤동주 시인의 [참회록]입니다. 부족하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지글 2023.11.09

봄 - 윤동주 해석 해설, 마음 한켠에 아직 완전한 겨울이 가지 않았기에

· 봄 윤동주 봄이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흘러 돌, 돌, 시내 가차운 언덕에 개나리, 진달래, 노오란 배추꽃 삼동(三冬)을 참아온 나는 풀포기처럼 피어난다. 즐거운 종달새야 어느 이랑에서 즐거웁게 솟쳐라. 푸르른 하늘은 아른아른 높기도 한데······ 1942년 추정 윤동주 시인은 이라는 제목으로 시를 두 편 썼다. 하나는 동시 , 하나는 1942년으로 추정되는 때에 쓴 . 이 두 시의 분위기는 극과 극에 달한다. 나는 후자에 관한 해석을 할 예정이다. ◆ 몸도 봄을 알아차린다 (1연) 봄이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흘러 돌, 돌, 시내 가차운 언덕에 개나리, 진달래, 노오란 배추꽃 가차운 : 가까운 봄이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흐른다고 했다. 봄이 정말 혈관 속에 흐를까? 아니다. 시적인 표현일 뿐이다. 추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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