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협의 오후
윤동주
내 노래는 오히려
섦은 산울림.
골짜기 길에
떨어진 그림자는
너무나 슬프구나
오후의 명상은
아- 졸려.
1937.9
윤동주의 동시는 천진난만한 아이 같은 마음으로, 어떨 때는 애틋하고 그리운 마음으로, 어떨 때는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았을 때의 마음으로, 자잘한 일상을 쓰는 마음으로 쓰기도 했다.
그렇다면 산울림은 어떠할까?
◆ 노래는 언제 나올까
1연
내 노래는 오히려
섦은 산울림.
- 섦다 = 섧다 : 원통하고 서럽다
윤동주 시인은 섧다를 섦다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아우의 인상화>에서도 나온 단어다.
윤동주 시인은 본인의 노래가 오히려 원통하고 서러운 산울림이 된다고 표현했다. 사람들은 노래를 언제 부르게 될까? 다양한 상황과 감정을 겪을 때 노래가 나온다.
우선, 집 안에든 밖에든 혼자 있어서 적적할 때. 휘파람이라도 부르려고 하는 습성이 있다. 그다음으로는 기쁠 때도 노래가 나오는데, 주로 흥이 넘치는 노래를 부르게 된다.
한이 많은 나라라 그런지, 한 맺힌 노래가 많다. 윤동주 시인 또한 즐겁고 명랑한 곡을 부르기 보다는, 독립운동과 관련된 곡을 불렀거나 이 원통함을 풀어줄 만한 찬송가를 불렀을 수도 있다.
◆ 나의 길에 떨어진 그림자
2연
골짜기 길에
떨어진 그림자는
너무나 슬프구나
골짜기는 산과 산 사이에 움푹 패어 들어간 곳을 의미한다. 골짜기와 관련된 사진들을 보면 알겠지만, 그림자가 지는 곳이 많다. 문학에서 '그림자' 또한 긍정적인 의미보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다. 그런데 그 길에 그림자까지 보니 너무나 슬프다고 표현한다.
자신이 바라볼 일이 없거나 그 길을 갈 일이 없다면, '너무나 슬프구나'라는 표현을 쓸 일이 없다. 자신이 걸어가야 할 길이거나 마주하기 싫은 현실이기에, 외면조차 할 수가 없어서 '너무나 슬프다'라는 표현이 나왔을 수도 있다.
◆ 사람은 다 똑같다
3연
오후의 명상은
아~졸려.
글쓰기에 있어서 '명상'이 중요하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졸음은 피할 수 없다. 어쩌면, 윤동주 시인의 시 중에 가장 평범하고 일상적이고 솔직하면서 인간미가 드러나는 연이 아닐까 싶다.
윤동주 시인은 명상 시간을 밝혔다. 오후. 보통 점심 먹고 1,2시쯤 되면, 포근한 햇살에 졸릴 수밖에 없다. 생각할 것과 해야 할 것은 많지만, 몸이 먼저 항복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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