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평생 공부다/윤동주 시 해석

소년 - 윤동주 해설 해석, 나의 마음과 생각은 하늘과 같고 강물과 같아

한이 HanE 2024. 2. 8. 00:43
반응형

소년 윤동주 시 해설 해석

 

소년 윤동주 시 해설 해석

 

소년

         윤동주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뭇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 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려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쓸어 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 - 아름다운 순이(順伊)의 얼굴이 어린다. 소년은 황홀히 눈을 감아 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얼굴 -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은 어린다. 1939.9

               


 윤동주 시인의 시는 1941년 전후로 나뉘는 거 같다. 시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바뀌기 때문이다. 1930년대 작품들은 가족들, 특히 동생 얘기들, 짝사랑을 향해 담은 마음의 시, 소소하고 평범한 일상들이 담긴 시가 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는 종교적인 갈등, 시대적인 갈등, 내면적인 갈등으로 깊고 심오한 분위기로 변한다.

 

 연으로 끊어져있지 않아서 이번에도 흐름대로 끊어서 보기로 했다.

 

 

◆ 가을은 계절의 이별이자 다시 시작을 위한 준비 단계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뭇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 있다.

 

 윤동주 시인에게 가을이란, 상쾌하면서도 씁쓸한 계절이다.

 

 단풍잎은 가을이 되면 자연의 섭리대로 떨어진다. 그 떨어진 자리들은 봄이 오면 새로운 잎들로 가득 차게 된다. 그러나 봄이 오기 전 그 혹독한 겨울을 견뎌야만 가능한 이야기다.

 

 윤동주 시인은 단풍잎이 떨어지는 나무를 보며, 가을을 느끼며, 나뭇가지를 바라보다 맑고 푸른 가을 하늘을 바라봤다.

 

◆ 푸르른 마음은 맑으면서도 슬프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려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쓸어 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

 

 푸르고,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을 보면 기분이 어떠한가. 가슴이 뻥 뚫린 것처럼 상쾌해지면서 기분이 좋아지지 않는가?

 

 윤동주 시인 또한 처음에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그 하늘의 푸르름이 자신의 머릿속에 앉았다. 그래서 똑같이 푸르게 물들었는데, 두 손으로 자신의 볼을 쓸고 나니 손바닥에도 그 푸르름이 묻어났다고 한다.

 

 앞서 말했듯이 윤동주 시인에게 가을은 씁쓸하다. 그 푸름은 곧 색과 같이 슬픔으로 변한다. 여름과 다르게 사뭇 차가워진 가을 바람 탓일까. 옆구리가 더 시려진 탓일까.

 

◆ 손바닥에 새겨진 손금은 맑은 강물이 되고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 - 아름다운 순이( 順伊 )의 얼굴이 어린다.

 

 손바닥을 들여다보면 무엇이 있는가? 줄무늬가 있다. 그 줄무늬가 바로 손금인데, 윤동주 시인은 손금을 맑은 강물이라 표현했다.

 

 손금에는 서로 연결된 부분이 있고, 연결이 되지 않은 부분도 있다. 손금에서 손금으로 이어진 크고 작은 선들을 보고, 윤동주 시인은 "맑은 강물이 흐르고"라고 표현했을 것이다.

 

 그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플 얼굴이 있다고 그랬는데, 그 얼굴은 자신이 짝사랑하던 여인, 순이를 소개한다.

이루어진 사랑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쁨으로 가득한 사랑이겠지만, 윤동주 시인의 사랑은 홀로 외사랑이었다. 그렇기에 윤동주 시인이 사모하는 사람에게 느끼는 사랑은 슬플 수밖에 없다.

 

 윤동주 시인은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이 어린다"라고 했는데, '어리다'라는 표현이 나이가 적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현상, 기운, 추억 따위가 배어 있거나 은근히 드러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산뜻한 가을에 푸른 하늘을 바라보니 자신의 사랑이 생각난다는 것이다.

 

◆ 눈을 감아도 사랑하는 이의 얼굴은 보이는 것을

소년은 황홀히 눈을 감아 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얼굴 -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은 어린다.

 

 홀로 누군가를 사모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결코 아니다. 그래서 윤동주 시인은 그리운 사람,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며 눈을 감아보지만, 손이 뜨거워지는 건 그녀가 그립다는 의미인 것을.  

 

 개인적으로 이 시를 해설하면서 정지용의 시, <호수1> 생각났다. 보고픈 마음은 손으로 가려도, 눈을 감아도 보인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한번이라도 더 만나고 싶고, 목소리도 듣고 싶고, 대화도 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참고 견디며 외사랑을 한 윤동주 시인은 얼마나 가슴이 애탔을까. 그랬기에 눈 감고 마음속으로 다시 한 번 더 순이를 그려봤을 것이다.


-편집 프로그램 : 미리캔버스

-사용한 글꼴/폰트 : THE렛츠스마일M

-모든 시 '해설' 부분은 저작권이 있으니 사용에 유의 바랍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