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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시 9

그 여자 - 윤동주 해석 해설, 어쩌면 그날 첫눈에 마음을 앗아갔을 수도

그 여자                           윤동주 함께 핀 꽃에 처음 익은 능금은먼저 떨어졌습니다. 오늘도 가을바람은 그냥 붑니다. 길가에 떨어진 붉은 능금은지나던 손님이 집어갔습니다.                        1937.7.26   저번 습작시집 의 에 이어서 에 대해 해설해볼까 합니다.  윤동주가 짝사랑에 빠지기 전만 해도, 윤동주에게 여자라는 사람은 누나와 엄마뿐이었다. 가끔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표현이 나오더라도, 갑작스럽게 떠나야 하는 친구나 동기였다. 1936~1937년에는 윤동주 시인이 활발하게 습작을 했는데 그 내용들은 주로 국가, 가정, 자아에 대해 다뤄졌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말도 안 되게, 윤동주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여인이 생겨버렸다. 이름만 아는 ..

눈 오는 지도 - 윤동주 해설 해석, 제 마음에만 눈이 내려 가려지는 것이겠지요

눈 오는 지도 윤동주 순이가 떠난다는 아침에 말 못할 마음으로 함박눈이 나려, 슬픈 것처럼 창 밖에 아득히 깔린 지도 위에 덮인다. 방안을 돌아다 보아야 아무도 없다. 벽과 천정이 하얗다. 방안에까지 눈이 나리는 것일까, 정말 너는 잃어버린 역사처럼 홀홀히 가는 것이냐, 떠나기 전에 일러둘 말이 있던 것을 편지를 써서도 네가 가는 곳을 몰라 어느 거리, 어느 마을, 어느 지붕 밑, 너는 내 마음속에만 남아있는 것이냐, 네 쪼꼬만 발자욱을 눈이 자꾸 나려 덮여 따라갈 수도 없다. 눈이 녹으면 남은 발자욱 자리마다 꽃이 피리니 꽃 사이로 발자욱을 찾아 나서면 일년 열두달 하냥 내 마음에는 눈이 내리리라. 1941.3 내가 지금까지 해설한 윤동주 시 중에 이 시가 가장 한 문장의 호흡이 길다. 운문이라고 해야..

꽃다발 손수 엮어서 - 피에르 드 롱사르 해설, 예쁜 사랑도 세월을 타고 흘러

꽃다발 손수 엮어서 피에르 드 롱사르 꽃다발 손수 엮어 보내는 이 꽃송이는 지금 한껏 피었지만 내일에는 덧없이 지리. 그대여 잊지 말아요. 꽃같이 예쁜 그대도 세월 지나면 시들고 덧없이 지리. 세월은 가네 세월은 가네. 우리도 가네 흘러서 가네. 우리나라 시가 아닌, 외국 시를 들고 왔다. 피에르 드 롱사르는 16세기 프랑스 대표 시인이라고 한다. 시 구절들이 단순하면서도 예뻐서 처음에는 여성 시인이 쓴 시인 줄 알았다. 하지만 크나큰 오해였다. 는 총 3연으로 구성되어 있고, 반복되는 구문이 많다. ◆ 모든 것에는 때가 있음을 (1연) 꽃다발 손수 엮어 보내는 이 꽃송이는 지금 한껏 피었지만 내일에는 덧없이 지리. 지금도 생화 보관은 까다롭다. 며칠 정도는 파릇파릇한 상태로 전시해 둘 수 있지만, 며칠..

사랑이 잊혀지면 어디로 가나 - 구스타보 베케르 해설, 그래서 영원히 마음에 남나보다

사랑이 잊혀지면 어디로 가나 구스타보 베케르 한숨은 공기라서 대기로 간다 눈물은 물이라서 바다로 간다 그렇다면 사랑이 잊혀지면 어디로 가나? 구스타보 베케르는 1836년에 태어나 1870년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에스파냐의 시인이며, 후기 낭만파를 대표한다고 한다. 남부의 안달루시아에서 태어나 고아가 되었고, 마드리드에서 가정적으로도 불우한 생활을 보냈다고 한다. 그의 서정 소곡집은 죽은 후에 출판되었는데, 내적이며 섬세하고 가볍다고 한다. (출처 : 위키백과) ◆ 한숨은 대기로 (1연 1절) 한숨은 공기라서 대기로 간다 한숨은 그래도 쉬고 나면 마음이 조금 편해진다. 습관적으로 한숨을 쉬는 건 좋지 않지만,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조용히 한숨을 내뱉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한숨을 내뱉을 때, 내가 하..

사랑의 전당 - 윤동주 해설, 짝사랑은 상대방이 그저 빛나 보인다

사랑의 전당 윤동주 순아 너는 내 전에 들어왔든 것이냐? 내사 언제 네 전에 들어갔든 것이냐? 우리들의 전당은 고풍한 풍습이 어린 사랑의 전당 순아 암사슴처럼 수정 눈을 내려 감어라. 난 사자처럼 엉크린 머리를 고르련다. 우리들의 사랑은 한낱 벙어리였다. 성스런 촛대에 열熱한 불이 꺼지기 전 순아 너는 앞문으로 내 달려라. 어둠과 바람이 우리 창에 부닥치기 전 나는 영원한 사랑을 안은 채 뒷문으로 멀리 사라지련다. 이제 네게는 삼림 속의 아늑한 호수가 있고 내게는 험준한 산맥이 있다. 1938.6 윤동주 시인에게도 4년간 짝사랑했던 상대가 있었다. 아는 거라곤 그 사람의 이름과 얼굴뿐이지만, 짝사랑이라는 것은 참으로 어쩔 수가 없나 보다. 특히나 이 시에서는 윤동주 시인이 성경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것을 ..

낙화 - 이형기 해설, 당신은 떠날 때를 아는가

낙화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 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분명 라는 시를 쓴 시인들이 많았는데, 그중,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는 구절이 들어간 시가 뭐였더라, 하며 찾다가 찾은 시. 알고 보니, 다큐멘터리에서도 나왔던 낭만 어부에서 선장님이 읊은 시였다. ◆ 나는 떠나야 할 때를 분명히 아는가..

가난한 사랑 노래 :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 신경림 해설, 이웃의 그 젊은이 내가 될 수도 있었구나

가난한 사랑 노래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 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 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네이버 블로그에서 이미 이 시..

사모 - 조지훈 해설, 그댄 나의 필연이 아니었을까

사모 조지훈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할 말이 남아있음을 알았을 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불러야 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며 당신은 멀리로 잃어지고 있었다. 하마 곱스런 웃음이 사라지기 전 두고두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잊어 달라지만 남자에게서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 다섯 손가락 끝을 잘라 핏물 오선을 그려 혼자라도 외롭지 않을 밤에 울어 보리라 울어서 멍든 눈흘김을 미워서 미워지도록 사랑하리라 한 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 또 한 잔은 너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그리고 또 한 잔은 이미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 마지막 한 잔은 미리 알고 정하신 하나님을 위하여 조지훈의 는 KBS 다큐멘터리 2015년 8월 23일 방송에 '어부 건배사'로 마지막 연인 "한 잔은 떠나버린 너를 ..

호수1 - 정지용 해설, 보고싶은 마음은 가릴 수가 없다

호수1 정지용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푹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 밖에. 중학교 때 배웠던 시로 알고 있는데, 시가 짧으면서도 강력하게 와닿았다. 어떻게 보고 싶다는 말을 이렇게 예쁘게 표현했을까? 시도 짧으니 해설도 짧을 수밖에 없다. 얼굴이야 뭐, 손 두 개로 눈만 가려도 다 가려진다. 하지만, 그 사람이 앞에 있으면 자꾸 보고 싶은 마음에 쳐다보게 되는데, 이 행동을 멈추려면 눈을 감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두 눈을 아무리 감아도, 그 사람 얼굴은, 이미 내 머리에, 마음에 맴돌기 때문에 가릴 수가 없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고, 눈앞에 보이지 않아도 그 사람이 보이는 그런 마음이다. - 편집 프로그램 : 미리캔버스 - 글꼴/폰트체 : 디자인하우스 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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