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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시해설 26

창구멍 - 윤동주 습작시 해설 해석, 부모를 기다리는 아이의 모습

창구멍            윤동주 바람 부는 새벽에 장터 가시는우리 아빠 뒷자취 보고 싶어서춤을 발라 뚫어논 작은 창구멍아롱 아롱 아침해 비치웁니다. 눈 나리는 저녁에 나무 팔러간우리 아빠 오시나 기다리다가혀 끝으로 뚫어논 작은 창구멍살랑살랑 찬바람 날아듭니다. 1936 추정  이 시, 낯설지 않다.  왜 그런 것일까? 그 이유는 햇빛·바람>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글의 문장도, 구도도 비슷하다. 단, 다른 점이 있다면 아빠와 엄마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은 습작시에 머물러 있지만, 은 에 실려있다.  시의 분위기도 사뭇 다르다. 아빠가 집을 나갔을 때와 엄마가 나갔을 때의 표현이 다르기 때문이다. 에서도 의성어를 넣었지만, 에서는 의성어뿐만 아니라 의태어도 함께 넣어 더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병아리 - 윤동주 동시 해설 해석, 완전한 순수한 마음으로 지어진 동시

병아리              윤동주 뾰, 뾰, 뾰엄마 젖 좀 주병아리 소리. 꺽, 꺽, 꺽오냐 좀 기다려엄마닭 소리. 좀 있다가병아리들은엄마 품속으로다시 들어갔지요. 1936.1  윤동주는 1936~1938년까지 동시 습작이 주를 이루었지만, 본격적으로 진로를 정하고 난 뒤로는 동시보다는 가혹한 현실을 시에 담기 시작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알 것이다. 행복할 때에도 글이 써지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괴로울 때에는 글을 쓰지 않으면 마음이 활활 불타는 듯한 고통이 있다.  윤동주 시인 또한 그런 마음으로 쓰지 않았을까.  그러나 지금 소개하는 시는 윤동주 시인의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습작된 동시다.  시골에 있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동물들은 생각보다 말이 많다'는 것을.  집에 고양이나 ..

눈 감고 간다 - 윤동주 해설 해석, 씨앗이 열매를 맺을 때까지 조용히 인내하며 감수하는 노력

눈 감고 간다                     윤동주 태양을 사모하는 아이들아별을 사랑하는 아이들아 밤이 어두웠는데눈 감고 가거라. 가진바 씨앗을뿌리면서 가거라. 발뿌리에 돌이 채이거든감았던 눈을 와짝 떠라. 1941.05  저번에는 윤동주의 습작시집 [창]에 있는 와 에 대해 해설해 보았습니다. 오늘은 에 수록되어있는 를 보려고 합니다.  윤동주 시인의 시에 자주 언급되는 소재가 있다면 바로 태양, 별, 아이, 밤, 눈입니다. 윤동주 시인의 시대적 배경은 일제강점기였습니다. 배경을 생각하면 자주 언급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기도 하지요. 1941년에는 사태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었습니다.  윤동주 시를 감상할 때에 또 한 가지 더 알아야 할 점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윤동주 시인의 종교입니다. 윤동주..

둘 다 - 윤동주 해설 해석, 바다와 하늘은 왜 푸른가요

둘 다         윤동주 바다도 푸르고하늘도 푸르고 바다도 끝없고하늘도 끝없고 바다에 돌 던지고하늘에 침 뱉고 바다는 벙글하늘은 잠잠.              1937   바다>, 등과 같은 시를 보면, 윤동주 시인의 시에 바다 이야기가 한 번씩 나온다. 하지만, 윤동주 시인은 육지에 살았었다. 그 당시에는 그러면 어떻게 바다를 접할 수 있었을까?  바로 수학여행이었다. 수학여행은 그 당시에도 존재했었다.   해설 부분을 보면, 윤동주 시인은 1937년 9월 광명학교 5학년에 금강산과 원산 송도원 등을 다녀왔다고 한다.  요새도 육지에 사는 사람들은 한 번씩 바다를 보러 부산, 제주도, 서해안, 동해안을 방문하기도 한다. 그리고 다녀온 사람들은 바다만의 낭만, 분위기, 맛이 있다는 것을 잘 알 것이..

봄 - 윤동주 해설 해석, 느긋하고 여유로운 그 가운데 일하는 어른

봄      윤동주 우리 애기는아래발치에서 코올코올, 고양이는부뚜막에서 가릉가릉, 애기 바람이나뭇가지에서 소올소올, 아저씨 햇님이하늘 한가운데서 째앵째앵.                           1936.10  윤동주 동시는 마음이 따스하면서 마음 한구석에 간지러운 느낌이 난다.  봄이 왔을 때 이 시 해설을 올리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봄이 지나가버렸다.  여러분은 봄이 오면 어떤 느낌, 어떤 생각부터 드는가.  점점 풀리는 날씨에 밥 한 끼 먹고 나면, 서서히 나른해지면서 춘곤증 버티기 힘든 봄? 아니면 피어나는 꽃을 보며 새로운 출발의 다짐이 생기는 봄?  사람마다 다 다를 수 있다.   윤동주 시인은 봄을 어떻게 보았을까. ◆  봄이 오더라도 애기는 따뜻하게(1연)우리 애기는아래발치에서 코올..

또 태초의 아침 - 윤동주 해설 해석, 원죄는 지울 수 없다

또 태초의 아침 윤동주 하얗게 눈이 덮이었고 전신주가 잉잉 울어 하나님 말씀이 들려온다. 무슨 계시일까. 빨리 봄이 오면 죄를 짓고 눈이 밝아 이브가 해산하는 수고를 다하면 무화과 잎사귀로 부끄런 데를 가리고 나는 이마에 땀을 흘려야겠다. 1941.5 에 이어 이라는 시를 지었다. 하지만 두 편 다 성경 내용을 기반으로 지어진 시지만, 조금 다르다. 은 윤동주 시인이 느낀 태초의 계절과 하와가 원죄를 필연적으로 저지르게 될 준비 단계-뱀과 선악과-를 말하고 있지만, 은 성경과 현실을 사이에 두고, 아담과 하와가 원죄를 저지른 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친구와 갈 곳이 없을 때 교회가 모임의 장소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성경 내용 중 특히, '아담과 하와의 이야기'를 '대충'이..

소년 - 윤동주 해설 해석, 나의 마음과 생각은 하늘과 같고 강물과 같아

소년 윤동주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뭇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 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려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쓸어 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 - 아름다운 순이(順伊)의 얼굴이 어린다. 소년은 황홀히 눈을 감아 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얼굴 -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은 어린다. 1939.9 윤동주 시인의 시는 1941년 전후로 나뉘는 거 같다. 시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바뀌기 때문이다. 1930년대 작품들은 가족들, 특히 동생 얘기들, 짝사랑을 향해 담은 ..

산협山峽의 오후 - 윤동주 해설 해석, 나른한 오후의 명상은 어렵다

산협의 오후 윤동주 내 노래는 오히려 섦은 산울림. 골짜기 길에 떨어진 그림자는 너무나 슬프구나 오후의 명상은 아- 졸려. 1937.9 윤동주의 동시는 천진난만한 아이 같은 마음으로, 어떨 때는 애틋하고 그리운 마음으로, 어떨 때는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았을 때의 마음으로, 자잘한 일상을 쓰는 마음으로 쓰기도 했다. 그렇다면 산울림은 어떠할까? ◆ 노래는 언제 나올까 1연 내 노래는 오히려 섦은 산울림. 섦다 = 섧다 : 원통하고 서럽다 윤동주 시인은 섧다를 섦다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에서도 나온 단어다. 윤동주 시인은 본인의 노래가 오히려 원통하고 서러운 산울림이 된다고 표현했다. 사람들은 노래를 언제 부르게 될까? 다양한 상황과 감정을 겪을 때 노래가 나온다. 우선, 집 안에든 밖에든 혼자 있..

돌아와 보는 밤 - 윤동주 해설 해석, 밖에서나 안에서나 자유롭지 못한 마음

돌아와 보는 밤 윤동주 세상으로부터 돌아오듯이 이제 내 좁은 방에 돌아와 불을 끄옵니다. 불을 켜두는 것은 너무나 피로롭은 일이옵니다. 그것은 낮의 연장이옵기에- 이제 창을 열어 공기를 바꾸어 들여야 할 텐데 밖을 가만히 내다보아야 방안과 같이 어두워 꼭 세상 같은데 비를 맞고 오든 길이 그대로 비속에 젖어 있사옵니다. 하루의 울분을 씻을 바 없어 가만히 눈을 감으면 마음속으로 흐르는 소리, 이제 사상(思想)이 능금처럼 저절로 익어 가옵니다. 1941.6 이 시는 네이버 블로그에 게시한 적이 있다. 그때는 해설이라기 보다는 그저 작은 감상문이었다. 시간이 흐르기도 했고, 또한 재해석을 했기에 도 하기로 했다. ◆ 밤에도 불을 켜두는 것은 낮의 연장, 피곤할 수밖에 없다 (1연) 세상으로부터 돌아오듯이 이..

눈 오는 지도 - 윤동주 해설 해석, 제 마음에만 눈이 내려 가려지는 것이겠지요

눈 오는 지도 윤동주 순이가 떠난다는 아침에 말 못할 마음으로 함박눈이 나려, 슬픈 것처럼 창 밖에 아득히 깔린 지도 위에 덮인다. 방안을 돌아다 보아야 아무도 없다. 벽과 천정이 하얗다. 방안에까지 눈이 나리는 것일까, 정말 너는 잃어버린 역사처럼 홀홀히 가는 것이냐, 떠나기 전에 일러둘 말이 있던 것을 편지를 써서도 네가 가는 곳을 몰라 어느 거리, 어느 마을, 어느 지붕 밑, 너는 내 마음속에만 남아있는 것이냐, 네 쪼꼬만 발자욱을 눈이 자꾸 나려 덮여 따라갈 수도 없다. 눈이 녹으면 남은 발자욱 자리마다 꽃이 피리니 꽃 사이로 발자욱을 찾아 나서면 일년 열두달 하냥 내 마음에는 눈이 내리리라. 1941.3 내가 지금까지 해설한 윤동주 시 중에 이 시가 가장 한 문장의 호흡이 길다. 운문이라고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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