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평생 공부다/윤동주 시 해석

창구멍 - 윤동주 습작시 해설 해석, 부모를 기다리는 아이의 모습

한이 HanE 2024. 11. 18.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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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구멍

            윤동주

 

바람 부는 새벽에 장터 가시는

우리 아빠 뒷자취 보고 싶어서

춤을 발라 뚫어논 작은 창구멍

아롱 아롱 아침해 비치웁니다.

 

눈 나리는 저녁에 나무 팔러간

우리 아빠 오시나 기다리다가

혀 끝으로 뚫어논 작은 창구멍

살랑살랑 찬바람 날아듭니다.

 

1936 추정

 


 이 시, 낯설지 않다.  왜 그런 것일까? 그 이유는 <햇빛·바람>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글의 문장도, 구도도 비슷하다. 단, 다른 점이 있다면 아빠와 엄마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창구멍>은 습작시에 머물러 있지만, <햇빛·바람>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실려있다.

 

 시의 분위기도 사뭇 다르다. 아빠가 집을 나갔을 때와 엄마가 나갔을 때의 표현이 다르기 때문이다. <창구멍>에서도 의성어를 넣었지만, <햇빛·바람>에서는 의성어뿐만 아니라 의태어도 함께 넣어 더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잘 담아냈다.

 

▼ 아침에 나가는 건 똑같다

<창구멍> 1연
바람 부는 새벽에 장터 가시는/
아롱 아롱 아침해 비치웁니다.

<햇빛·바람> 2연
아침에 햇빛이 반짝,

 

 엄마나 아빠나 부지런하시다.

 

 이른 아침, 새벽부터 장터로 나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처럼 교통수단이 발전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새벽부터 서둘러 나가지 않으면 늦게 도착해서 무언가를 할 수 없었다.

 

 아이를 데리고 가기에는 길도 멀고, 험하고, 시간도 지체될 수 있으니 집에 두고 떠났다. 

 

▼ 문풍지에 구멍 낸 이유도 똑같다

<창구멍>
우리 아빠 뒷자취 보고 싶어서
춤을 발라 뚫어논 작은 창구멍//
우리 아빠 오시나 기다리다가

혀 끝으로 뚫어논 작은 창구멍

<햇빛·바람>
장에 가는 엄마 내다보려
문풍지를 쏘옥, 쏙, 쏙.//
장에 가신 엄마 돌아오나
문풍지를 쏘옥, 쏙, 쏙

 

 아이들은 부모의 속사정을 알기나 했을까. 한시라도 떨어지기 싫은데, 자신들을 두고 가려고 하니 눈물바다가 일어나고 만다.

 

 나이를 차츰 먹기 시작하니, 그러한 빈도수는 줄어들지만 그래도 보고 싶은 마음은 한결같다.

 

 지금이야 창문을 열고 바라볼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문이나 창문을 열면 너무 추웠다. 그래서 문풍지에 살짝 구멍만 뚫어서 보는 것이었다.

 

 아침에는 엄마 아빠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보기 위해서 구멍을 뚫었다면, 저녁에는 언제 오시나 싶어서 뚫었다.

 

▼ 돌아오는 시간도 똑같다

<창구멍>
눈나리는 저녁에 나무 팔러간/
살랑살랑 찬바람 날아듭니다.


<햇빛·바람>
저녁에 바람이 솔솔.

 

  <창구멍>에서는 한겨울이라 눈이 내린다고 한다. 그래서 문풍지 구멍을 통해 살랑살랑 들어오는 바람은 차디 찼다.

 

 <햇빛·바람>에서는 저녁에 부는 바람이 '솔솔' 분다고 했다. 물론 구멍이 작아서 바람이 작으니 그럴 수도 있지만, 계절 표현이 딱히 적혀 있진 않다.

 

 하지만, 먼 길 다녀오시는 부모님이 그립기도 하지만, 걱정되기도 할 것이다.

 

 두 편 다 부모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잘 표현했지만, <창구멍>에서는 의젓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고, <햇빛·바람>에서는 아이가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부모를 기다리는 마음이 크게 느껴졌다.

 


- 편집 프로그램 : 미리캔버스

- 사용된  폰트 : 대표 이미지(THE도담M, THE나무L), 시(THE수수깡, Will&Gr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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