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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시 9

눈 오는 지도 - 윤동주 해설 해석, 제 마음에만 눈이 내려 가려지는 것이겠지요

눈 오는 지도 윤동주 순이가 떠난다는 아침에 말 못할 마음으로 함박눈이 나려, 슬픈 것처럼 창 밖에 아득히 깔린 지도 위에 덮인다. 방안을 돌아다 보아야 아무도 없다. 벽과 천정이 하얗다. 방안에까지 눈이 나리는 것일까, 정말 너는 잃어버린 역사처럼 홀홀히 가는 것이냐, 떠나기 전에 일러둘 말이 있던 것을 편지를 써서도 네가 가는 곳을 몰라 어느 거리, 어느 마을, 어느 지붕 밑, 너는 내 마음속에만 남아있는 것이냐, 네 쪼꼬만 발자욱을 눈이 자꾸 나려 덮여 따라갈 수도 없다. 눈이 녹으면 남은 발자욱 자리마다 꽃이 피리니 꽃 사이로 발자욱을 찾아 나서면 일년 열두달 하냥 내 마음에는 눈이 내리리라. 1941.3 내가 지금까지 해설한 윤동주 시 중에 이 시가 가장 한 문장의 호흡이 길다. 운문이라고 해야..

사랑의 전당 - 윤동주 해설, 짝사랑은 상대방이 그저 빛나 보인다

사랑의 전당 윤동주 순아 너는 내 전에 들어왔든 것이냐? 내사 언제 네 전에 들어갔든 것이냐? 우리들의 전당은 고풍한 풍습이 어린 사랑의 전당 순아 암사슴처럼 수정 눈을 내려 감어라. 난 사자처럼 엉크린 머리를 고르련다. 우리들의 사랑은 한낱 벙어리였다. 성스런 촛대에 열熱한 불이 꺼지기 전 순아 너는 앞문으로 내 달려라. 어둠과 바람이 우리 창에 부닥치기 전 나는 영원한 사랑을 안은 채 뒷문으로 멀리 사라지련다. 이제 네게는 삼림 속의 아늑한 호수가 있고 내게는 험준한 산맥이 있다. 1938.6 윤동주 시인에게도 4년간 짝사랑했던 상대가 있었다. 아는 거라곤 그 사람의 이름과 얼굴뿐이지만, 짝사랑이라는 것은 참으로 어쩔 수가 없나 보다. 특히나 이 시에서는 윤동주 시인이 성경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것을 ..

유언 - 윤동주 해설, 돌아오지 않음을 알지만 돌아오길 기다리는 사람

유언 윤동주 후어-ㄴ한 방에 유언은 소리 없는 입놀림. 바다에 진주 캐러 갔다는 아들 해녀와 사랑을 속삭인다는 맏아들 이밤에사 돌아오나 내다 봐라- 평생 외롭던 아버지의 운명 감기우는 눈에 슬픔이 어린다. 외딴 집에 개가 짖고 휘양찬 달이 문살에 흐르는 밤. 1937.7 다시 돌아온 윤동주 시 해설. 유언에 관해서 다른 책들도 참고했지만, 이에 대해 정확하게 나온 정보가 없다. 1937년 7월에 발표된 것과 1937년 10월 24일에 발표 난 것 두 가지가 있는데, 아래는 10월이다. 유언 윤동주 훠-ㄴ한 방에 유언은 소리 없는 입놀림. -바다에 진주 캐러 갔다는 아들 평생 외로운 아버지의 운명, 외딴집에 개가 짖고, 휘양찬 달이 문살에 흐르는 밤. _1937.10.24 10월에 나온 것은 2연에 2줄이..

마음껏 울어라 - 메리 캐서린 디바인 해설, 모든 이에게 눈물을

마음껏 울어라 메리 캐서린 디바인 마음껏 슬퍼하라. 진정 슬픈 일에서 벗어날 유일한 길이니. 두려워 말고, 큰 소리로 울부짖고 눈물 흘려라. 눈물이 그대를 약하게 만들지 않을 것이다. 눈물을 쏟고, 소리쳐 울어라. 눈물은 빗물이 되어, 상처를 깨끗이 씻어줄 테니. 상실한 모든 것에 가슴 아파하라. 마음껏 슬퍼하라. 온 세상이 그대에게 등을 돌린 것처럼. 상처가 사라지면 눈물로 얼룩진 옛 시간을 되돌아보며 아픔을 이기게 해준 눈물의 힘에 감사할 것이다. 두려워 말고, 마음껏 소리치며 울어라. 우리나라는 감정 표현이 서툴긴 하다. 아무래도 분노나 슬픔에 대한 감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어색하거나 외면하는 편이 강하다. 물론 너무 쉽게 분노하고 슬퍼하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너무 안 하는 것도 문제'다...

어머니가 앓는 밤에 - 박목월 해설, 마음이 아프고 불편한 밤은 누군가 아픈 밤

어머니가 앓는 밤에 박목월 수건으로 머리를 동여매고 어머니는 아랫목에 앓아누워 계시고 나는 건넌마을 조 약국趙 藥局을 모시러 갔다. 그 어른의 감초甘艸 냄새 풍기는 두루막 자락··· 노상 헛기침만 하며 진맥하시는 조 약국趙藥局 어른의 아랫턱이 뾰죽했다. 관솔가지에 불을 켜 들고 약국藥局 어른이 다시 한 번 다녀가신 후에 밤은 길고 길었다. 끙끙 앓는 어머니의 머리맡에 무릎을 모아 앉아 있으면 나의 정성만으로는 어머니의 병이 낫지 않을 것만 같은 불안한 밤을 의지해 보는 하나님의 이름. 약을 다리며 밖으로 나오면 우중충한 봄밤을 지붕 저편으로 달무리가 기울고 있었다. 시인들이나 작가들은 보통 자식이나 아내가 아픈 얘기를 작품에 스며넣기도 한다. 물론, 아버지나 어머니에 대한 얘기도 넣지만, 특히 어머니와 ..

백국白菊 - 박목월 해설, 누구나 나이 들어간다

백국白菊 박목월 나이 오십五十 잠이 맑은 밤이 길어진다. 머리맡에 울던 귀뚜라미도 자취를 감추고. 네 방구석이 막막하다. 나무위키를 완전히 믿기는 그렇지만, 뉴스 기사로 낼 정도면.... 박목월 시인의 후손들이 계시기 때문에 이 시 해설에서는 굳이 올리지 않겠다. 박목월 시인이 나이 오십이 되었을 때, 느낀 것을 시로 담았다. 모든 사람은 나이를 먹는다. 그 마음으로 시를 보도록 하자. ◆ 시 제목이 왜 '국화'일까? 우선, 백국은 한자로, 흰 백, 국화 국이다. 우리는 국화를 어디에서 보는가. 겨울철에는 국화빵이 있다. 이 생각만 하면 달달하다. 하지만, 사람들이 꺼려하고, 힘들어하는 장소에서도 볼 수 있다. 바로 장례식장이다. 그것도 흰 국화를 볼 수 있다. 백국은 말 그대로 흰 국화를 말한다. 흰 ..

사모 - 조지훈 해설, 그댄 나의 필연이 아니었을까

사모 조지훈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할 말이 남아있음을 알았을 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불러야 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며 당신은 멀리로 잃어지고 있었다. 하마 곱스런 웃음이 사라지기 전 두고두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잊어 달라지만 남자에게서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 다섯 손가락 끝을 잘라 핏물 오선을 그려 혼자라도 외롭지 않을 밤에 울어 보리라 울어서 멍든 눈흘김을 미워서 미워지도록 사랑하리라 한 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 또 한 잔은 너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그리고 또 한 잔은 이미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 마지막 한 잔은 미리 알고 정하신 하나님을 위하여 조지훈의 는 KBS 다큐멘터리 2015년 8월 23일 방송에 '어부 건배사'로 마지막 연인 "한 잔은 떠나버린 너를 ..

비둘기 - 윤동주 해설, 가족 생각, 일상 생각, 나라 생각

비둘기 윤동주 안아보고 싶게 귀여운 산비둘기 일곱 마리 하늘 끝까지 보일 듯이 맑은 공일날* 아침에 벼를 거두어 빤빤한* 논에 앞을 다투어 모이를 주우며 어려운 이야기를 주고 받으오 날씬한 두 나래*로 조용한 공기를 흔들어 두 마리가 나오 집에 새끼 생각이 나는 모양이오. 1936.3 *공일날 = 공일, 일주일 중 일요일 *빤빤한 = 구김살이나 울퉁불퉁한 데가 없이 고르고 반듯하다. '반반하다'보다 센 느낌을 준다 *나래 = 날개 첫 번째 가설, 가족 생각 (1연 - 1,2줄) 안아보고 싶게 귀여운 산비둘기 일곱 마리 이 시를 읽으면서 '산비둘기 일곱 마리'는 누구를 뜻하는 것일까, 그 의문부터 들었다. 윤동주 시인이라면 동시도 지었기 때문에 정말 산비둘기를 보면서 지은 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산비둘기..

편지 - 윤동주 해설, 주인 잃은 편지는 어디로 보내야 하나요

편지 윤동주 누나! 이 겨울에도 눈이 가득히 왔습니다. 흰 봉투에 눈을 한 줌 넣고 글씨도 쓰지 말고 우표도 붙이지 말고 말쑥하게 그대로 편지를 부칠까요? 누나 가신 나라엔 눈이 아니 온다기에. 1936.12 문학을 해설한다는 것은 가히 쉬운 일은 아니다. 문학을 더 풍부하게 해설하려면, 우선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있어야 하며, 본인이 겪은 경험도 많아야 하고, 표현력을 위해 단어들을 습득해야 하며, 사람들에게 쉽게 전할 수 있는 문장력이 필요로 하다. 시를 해설하면서 난감한 상황이 있다면, 모르는 분야가 나왔을 때다. 어느 책을 접하든, 어느 기사를 접하든, 심지어 나무위키를 보아도 "이 정보가 제대로 된 정보가 맞을까?" 의문이 들 때다. 바로, 지금 이 시를 해설하면서 느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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