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
윤동주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조각을 주으러
숲으로 가자.
그믐달 반딧불은
부서진 달조각,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조각을 주으러
숲으로 가자.
1937
윤동주 시인의 동시. 제목이 <반딧불>이지만, 이상하게 숲에 달조각을 주으러 가자는 얘기를 반복한다. 숲에 운석이라도 떨어져서 이렇게 표현했을까? 아니다. 이 시는 '동시'다.
▼ 달조각을 모으러 가는데 왜 숲으로 가나요?
1연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조각을 주으러
숲으로 가자
윤동주 시인은 달조각을 주으러 가자고 한다. 그런데 어디로? "숲"으로.
많은 곳들 중 왜 '숲'일까? 높은 산으로 갈 수도 있고, 바다나 호수에 뜬 일렁이는 달을 잡을 수도 있고, 방법은 다양한데 왜 숲일까.
그 이유는 다음 연에 친절하게 나와있다.
▼ 은은하게 빛내는 반딧불이는 그야말로 달조각
2연
그믐달 반딧불은
부서진 달조각
달은 빛을 스스로 내지 못한다는 것을 알 것이다. 달은 태양빛을 반사해서 빛나는 건데, 약 28일 주기로 지구 주위를 돌기 때문에 태양빛이 비치는 부분이 달라진다.
그래서 하현달, 보름달, 상현달, 초승달, 삭, 그믐달, 월식 이렇게 분류하기도 한다.
그중에 윤동주 시인은 그믐달을 시에서 언급하는데, 아래와 같이 생겼다.
그림판으로 어설프게 따라 그렸다.
삭은 아예 달이 없기에 어둡지만, 그믐달은 달이 조금이라도 있어서 밤에 살짝 보인다.
반딧불의 불을 직접 본 적이 있는가?
나는 우리집에 손님으로 찾아온 반딧불이를 보고 알게 되었다.
그 작디 작은 몸, 엉덩이 부분에서 작게 빛이 난다. 그래서 그믐달이라 표현을 했고, 그걸 보고 윤동주 시인은 부서진 달조각이라고 한다.
어떻게 이런 표현해 낼 수 있을까.
고사성어 '형설지공'이라는 말이 있다. 가난 때문에 불을 밝힐 기름이 없는 진나라 사람 차윤이 반딧불이를 잡아 그 빛으로 책을 비춰 읽었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허나, 반딧불이의 밝기는 보통 한 마리가 3룩스로 이론상 80마리를 모으면 쪽 당 20자가 인쇄된 천자문들을 읽을 수 있고, 200마리를 모으면 신문을 읽을 수 있는 밝기가 된다고 한다. 그래서 고사성어처럼 몇 마리만 잡아서 공부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출처:네이버 지식 백과 '현대 과학이 주목하는 반딧불이').
▼ 반딧불이를 주으러 가자
3연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조각을 주으러
숲으로 가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동주 시인은 달조각을 주으러 가자고 반복문으로 시를 마친다.
이 시를 가져온 이유는, 2연의 표현이 아름다워서 마음이 바로 빼앗겨버렸다.
"그믐달 반딧불은 부서진 달조각"
읽으면 읽을수록 감탄만 나온다.
- 편집 프로그램 : 미리캔버스
- 사용한 글꼴 : 대표이미지(THE도담M, THE나무L), 시(THE포크듀오, Will&Gr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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