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평생 공부다/윤동주 시 해석

빗자루 - 윤동주 동시 해설 해석, 혼날 짓을 해도 혼나기 싫다구!

한이 HanE 2024. 11. 11.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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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 문학 시 해설 해석 소감문 감상문
빗자루 윤동주 동시 해설 해석

 

 

           빗자루

                          윤동주

 

요오리 조리 베면 저고리 되고

이이렇게 베면 큰 총이 되지.

      누나하고 나하고

      가위로 종이 쏠았더니

      어머니가 빗자루 들고

      누나 하나 나 하나

      엉덩이를 때렸소

      방바닥이 어지럽다고-

      아아니 아니

      고놈의 빗자루가

      방바닥 쓸기 싫으니

      그랬지 그랬어

괘씸하여 벽장 속에 감췄더니

이튿날 아침 빗자루가 없다고

어머니가 야단이지요.

 

                           1936.9


 저번에 <눈 감고 간다>를 해설했더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래서 오늘은 다시 윤동주 시인의 동시로 가져왔다.

 

 시 내용은 누가 보아도 사랑스럽고, 귀엽고, 추억에 젖어있다.

 

 윤동주 시인의 동생들이 있다는 것은 다들 익히 아는 사실이지만, 누나는 여전히 애매하다.

 

 누나에 관한 시는 <편지(1936.12)>, <해바라기 얼굴(1938.5)> 등이 있다. 1938년 기준으로 윤동주 시인의 나이는 만 21살. 누나는 아마 만 22살 이상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누나가 어디 공장이든 어딜 가서 일하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맞아떨어진다.

 

 나는 학자가 아니라서 모르지만, 연구하는 사람들이 윤동주 시인의 가계를 조사하지 않았을까.

 

 어렸을 때 요절한 누나를 떠올리고 썼다면 <편지>에서 누나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끝나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해바라기 얼굴>에서는 여전히 또 누나 얘기가 나온다.

 

 

윤동주의 <편지>

내가 읽은 詩 (975) 편지   ― 윤동주   누나! 이 겨울에도 눈이 가득히 왔습니다.   흰 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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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블로거의 시 해설을 보았다. 시 해설을 할 때 다른 이의 해설을 잘 보지 않는 편이다. 왜냐하면 그 사람의 해설로 인해 나의 생각이 사라져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편지>는 이미 예전에 해설했던 터라 찾아보기로 했다.

 

 나만 윤동주 시인의 누나에 관해 궁금했던 걸까.

 

 이 분도 마찬가지로 윤동주 시인에게는 누나가 없다고 말한다. 친누나가 없는 대신, 윤둥주 시인이 잘 따랐던 누나가 있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1940년대 해방 전까지 여자들은 군복 공장에 돈 벌러 다른 나라에 가기도 했는데, 그곳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곳은 눈이 내리지 않으니 윤동주 시인이 친히  편지에 눈을 넣어서 보내드릴까요, 라고 물어본다.

 

 즉, 다른 나라에서 돈을 벌기 위해 갔고, 그 지역은 아예 눈이 내릴 수 없는 곳이라고 보았다.

 

 나는 '우표도 붙이지 말고'라는 부분을 주의 깊게 봤기 때문에, 세상을 떠났다고만 봤다.

 

 허나  <빗자루>에서도 누나의 존재가 나오는데, 시기상 <편지>보다 몇 개월 앞선다. 그리고 그 달에 바로 습작한 시일 수도 있지만, 훗날에 옛 추억을 떠올리며 지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언제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시에 나오는 행동들을 보아선 어렸을 때의 일이 틀림없다.

 

 추측은 다양하게 할 수 있는 법이다. 나의 추측은 이렇다. 1. 사촌 누나 2. 윤동주 시인의 집에서 일하는 누나 3. 그 당시 불쌍한 사람을 거두어 키워주기도 했던 터라 같이 자란 누나

 

동생들은 누나/언니에 대한 언급이 없는 거로 보아선, 윤동주 시인에게 특별한 추억이 생길만한 인물이었나 보다.

 

 아무튼 그렇게 깊게 고민할 이야기들은 아니지만, 종종 시에 출현하다 보니 이리저리 생각이 많아진다.

 


 

▼ 예나 지금이나 종이 놀이는 아이들의 즐거운 장난감

요오리 조리 베면 저고리 되고
이이렇게 베면 큰 총이 되지.
           누나하고 나하고
           가위로 종이 쏠았더니

 

 그 당시 종이가 귀한 것이었으나 종이만큼 다양한 놀이를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리면 스케치북이 되고, 종이를 자르면 놀이를 할 수 있고, 종이를 접으면 종이 접기를 할 수 있다.

 

 윤동주 시인 때는 장난감이라든가 예쁜 옷이라든가 보고 참고할 수 있을만한 게 없다 보니,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을 따라 종이를 오렸다.

 

 저고리와 총.

 

 저고리는 그 당시 우리나라가 입었던 옷이지만, 총? 지금은 장난감이 많이 발달했으니 총을 그릴 수 있다 하지만 , 그 당시에 총은 씁쓸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윤동주와 누나는 종이를 가위로 자르면서 재밌게 놀고 있었다.

 

 

▼ 야단맞는 윤동주와 누나

           어머니가 빗자루 들고
           누나 하나 나 하나
           엉덩이를 때렸소
           방바닥이 어지럽다고-

 

 지금 말로는 흔히 '빌런'이 나타났다. 악당이 나타났다!

 

 그것은 바로 '잔소리하는 엄마'였다. 누나와 윤동주가 재밌게 놀고 있었는데, 엄마가 빗자루로 누나와 나의 엉덩이를 한 대씩 때렸다.

 

 "이놈들! 방바닥을 이렇게 어지럽혀!"

 

 누나와 윤동주는 억울했다.

 

 '재밌게 잘 놀고 있었는데...'

 

 어렸을 때 이런 추억을 가진 사람이 있는가. 나도 있다.

 

 시골에 내려가서 사촌들과 놀고 있다가 학습지를 다 못 했다. 해가 지기 전에 후딱 한다고 했지만, 결국 못해서 이모한테 야단을 맞았다. 그러고 다음날에는 아침부터 후딱 숙제와 학습지를 다 하고 놀았다. 그런데 동생이 다 못하고 자버렸는데, 그 혼날 몫이 나에게 돌아오기도 했다.

 

 "너는 언니가 되어서 왜 옆에서 구경만 하고 있었어!"

 

▼ 혼나는 게 싫어서 핑계 대던 두 사람

           아아니 아니
           고놈의 빗자루가
           방바닥 쓸기 싫으니
           그랬지 그랬어

 

 윤동주 시인은 자기가 빗자루가 된 것마냥 빙의해서 말한다.

 

 "아니! 빗자루가 쓸기 싫어했다니까! 쟤가 하기 싫다 그랬어."

 

 옆에서는 동조를 한다.

 

 "진짜 그랬어!"

 

 하지만 엄마가 이 말을 믿어줄 리가. 그 뒤에도 잔잔하게 혼났겠지.

 

▼ 엄마에게 소심한 복수를 한 윤동주 시인

괘씸하여 벽장 속에 감췄더니
이튿날 아침 빗자루가 없다고
어머니가 야단이지요.

 

윤동주 시인은 아무 잘못 없는 빗자루를 벽장 속에 가뒀다.

 

 '너도 한 번 당해봐라!'

 

 윤동주 시인은 나름 통쾌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튿날 아침에 어머니가 마당을 쓸려고 빗자루를 찾는데 빗자루가 보이질 않자 난리가 났다.

 

 그 빗자루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는 윤동주는 혼자 '킬킬'거렸을 뿐이다.

 


 

 이 시를 감상하면서 옛 추억들이 떠올랐다.

 

 할머니댁에 사촌들이 옹기종기 좁은 방에 다 모여서 침묵의 공공칠빵도 하고, 한여름인데도 아궁이에 불을 때서 찜질방마냥 몸을 찌기도 했고, 불 지핀 아궁이에 하필이면 두꺼비가 들어가 버렸는데 그 두꺼비가 아궁이에서 죽어서 우리에게 노해서 그날 다들 악몽을 꿨다는 둥... 이런저런 재밌는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아주 잠깐 바람이 스쳐 지나가듯 지나가버렸다.

 

 이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옛 추억일 뿐,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또 세월을 보내야겠지.

 

 윤동주 시인도 그런 마음으로 이 시를 쓰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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