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
윤동주
함께 핀 꽃에 처음 익은 능금은
먼저 떨어졌습니다.
오늘도 가을바람은 그냥 붑니다.
길가에 떨어진 붉은 능금은
지나던 손님이 집어갔습니다.
1937.7.26
저번 습작시집 <창>의 <나무>에 이어서 <그 여자>에 대해 해설해볼까 합니다.
윤동주가 짝사랑에 빠지기 전만 해도, 윤동주에게 여자라는 사람은 누나와 엄마뿐이었다. 가끔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표현이 나오더라도, 갑작스럽게 떠나야 하는 친구나 동기였다. 1936~1937년에는 윤동주 시인이 활발하게 습작을 했는데 그 내용들은 주로 국가, 가정, 자아에 대해 다뤄졌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말도 안 되게, 윤동주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여인이 생겨버렸다. 이름만 아는 그녀. 지독한 짝사랑이 되어버렸다.
▼ 능금이 뭔가요?
교회 지인을 통해서 올해 초가을에 능금 열매와 비슷한 열매를 먹었다. 모양도 예쁘고 귀엽고 아기자기했다. 색감도 먹음직스러웠다. 하지만 맛은 어렸을 때 동네 친구로부터 받은 그 능금과는 맛이 달랐기에 아마 사과 개량종이 아닐까 싶다. 어렸을 때 먹은 능금 열매는 정말 셨다. 이걸 왜 먹을까 싶을 정도로.
우선, 능금에 대해 모르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능금은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만 자생하고 있다.
모든 열매는 꽃이 피고 난 뒤에 맺힌다. 이 능금도 마찬가지다. 꽃은 보통 4~5월 사이에 피는 편이다.
능금화가 지고 나면, 능금 열매가 열린다. 열매가 열리는 시기는 가을쯤에 수확을 한다.
겉보기에 사과 같지만 종으로 분류할 때는 사과로 치지 않는다. 사과보다 작고, 신맛이 강해서 인기가 없는 편이다.
그래서 현재는 한국 시장에서는 찾아보기 어렵고, 중국 시장에서 찾아볼 수 있다.
위 이미지를 보면 대충 '어! 비슷한 건 많이 봤는데!' 이럴 수 있다. 내가 그쪽 분야는 문외한이라 더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윤동주 시인의 시절에는 꿩 대신 닭이라고 그 시절에는 종종 보였던 과목 果木 일 수 있다.
이제 능금이라는 것을 얼추 알아냈으니, 시로 다시 돌아가자.
▼ 능금이 뭔가요?
1연
함께 핀 꽃에 처음 익은 능금은
먼저 떨어졌습니다.
열매는 날씨 영향을 많이 받기도 하지만, 열매가 다 익었음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수확해주지 않으면 알아서 떨어진다. 그중 우리가 가장 혐오하는 열매는 은행나무 열매겠지만.
같은 나무라고 하더라도, 환경에 따라 어느 나뭇가지에는 꽃만 펴있고, 어느 나뭇가지에는 열매도 맺히고 익은 것도 있다.
윤동주가 본 능금 나무는 능금화들이 피어있었다. 그중에 처음 익은 열매 하나 빼꼼 보였을 것이다. 다른 열매들은 아직 꽃이라서 한참 익어야 하는데, 그 열매 하나가 뚝 떨어진 것이다.
▼ 능금을 수확하는 시기를 알리는 가을바람
2연
오늘도 가을바람은 그냥 붑니다.
현재 우리에게 가을은 9월~10월이다. 그런데 이 시는 7월 말에 습작되었다.
'어? 그럼 다른 해에 떠올랐던 것을 이제서야 습작한 거 아녜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우리는 요새 '양력'을 기준으로 쓰고 있다. 윤동주 시인의 시대 때도 과연 그랬을까?
그 당시에 윤동주 집안은 농경 사회였다. 농사하는 사람에게 가장 잘 맞는 달력은 '음력'이었다. 음력으로 가을은 7월부터 9월이다.
▼ 지나던 손님은 그 여자였구나
3연
길가에 떨어진 붉은 능금은
지나던 손님이 집어갔습니다.
윤동주 시인은 '능금 열매가 저렇게 하나 툭 떨어질 수도 있구나' 그냥 구경했을 것이다.
능금나무 옆을 지나가는 한 여자가 있었는데, 그저 지나가는 여자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능금나무 아래에 떨어진 능금 열매를 줍는 것이 아닌가. 윤동주 자신에게는 아무 의미 없는 행동인데 이상하리만큼 뇌리에 박혔을 것이다.
윤동주 시인도 조금 지나면 잊혀지겠지 싶었지만, 그 여자의 그 행동이 시를 쓰게 만들었다.
짝사랑에 빠진 이들은 고민에 빠진다. 정말 말도 안 되기 때문이다. 정말 별거 아닌데 그 사람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그 사람이 내 마음을 훔쳐간 것도 아닌데. 특히 첫눈에 반한 사람이라면 더 잘 알 것이다.
'내가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인가?'
그런 착각도 들지만, 긴 짝사랑을 하고서야 알게 된다.
'아하, 나는 저 사람을 좋아하는구나, 그것도 아주 많이.'
이루어지지 못한 짝사랑은 후에 크게 미련이 남기도 한다. 바보 같더라도, 이상해 보이더라도 한 번쯤 큰 용기를 내볼걸.
아마 윤동주 시인도 그렇지 않았을까.
나도 교회에서 우연히 딱 한 번 만나게 된 사람을 짝사랑한 적이 있었는데 그다음 해에 같은 학교, 옆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사람만 보아도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는데, 아무런 접점 없이 그저 이름만 알게 되고 끝나버렸다.
윤동주 시인도 한번쯤 다가가서 말을 걸어볼까, 그런 고민도 있지 않았을까. 나 또한 한 번쯤은 당돌하게 말을 걸어보고 싶었는데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까 봐 그 사람이 가까이 다가올 때쯤이면 이상한 행동을 했었다. 행동이 잽싸거나 못 본 척을 한다거나.
그러한 바보 같은 행동들도 나중에 보니, 그게 다 추억이면서도, 지금의 나는 만나는 연인마다 최선을 다하게 되는 경향이 생기게 됐다.
여러분은 어떠한 짝사랑을 하고, 어떠한 사랑을 해왔나요. 아님 앞으로 어떠한 사랑을 하고 싶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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