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줄에 걸어 논
요에다 그린 지도
지난밤에 내 동생
오줌 싸 그린 지도
꿈에 가본 엄마 계신
별나라 지돈가?
돈 벌러 간 아빠 계신
만주 땅 지돈가?
1936
사무치게 보고 싶다는 마음과 그리워하는 마음은 실제로 겪어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다. 특히나 잠깐 떨어져 있어도 그리워지는 존재, 친구, 가족, 연인, 더 나아가서는 반려동물일 수도 있다.
허나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난 이가 있다면 어떤 표현을 하더라도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렇다면 가까이 있지만, 언제 이별을 맞이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온다면? 곁에 있더라도, 함께 같이 자더라도 무의식으로 그 사람을 그리워할 것이다.
▼ 개구쟁이, 사고뭉치 내 동생, 하지만 귀엽죠?
1연
빨래줄에 걸어 논
요에다 그린 지도
지난 밤에 내 동생
오줌 싸 그린 지도
윤동주 시인은 빨랫줄에 지도가 그려진 이불이 걸려있다고 표현한다.
- 이불에 지도를 그렸다
요새도 사용하는 표현인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자주 쓰는 표현이었다. 이불에다가 '실례'를 했다는 것인데, 즉, 자는 중에 이불에다가 오줌을 쌌다는 것이다. 이는 초등학교 3학년까지는 일어날 수 있고, 나이가 들수록 서서히 줄어들다가, 다시 나이가 들었을 때 생길 수도 있다.
윤동주 시인에게는 동생들이 셋이 있는데, 넷째 여동생 윤혜원(1924), 다섯째 남동생 윤일주(1927), 일곱째 윤광주(1933)가 있다. 이 시가 1936년에 지어졌다고 추측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이불에 오줌을 싼 범인은 누구일까?
윤광주는 <애기의 새벽>을 보면 알다시피, 젖 달라고 우는 아이였다. 1938년에 지어진 시였다. 요즘에는 아이들의 성장이 빨라서 말도 하는 아이도 있었지만, 그 당시에는 아니었다. 배고프면 배고프다고, 실례를 하면 실례를 했다고, 잠이 오면 잠이 온다고 울었을 것이다. 1938년이면 만 5세였음에도 불구하고 엄마 젖을 먹었다면, 기저귀도 차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그렇다면 1936년(추정)인 지금, 윤광주는 당연히 기저귀를 차고 있었을 것이다.
윤혜원은 12살, 윤일주는 9살. 이 중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는 바로 윤일주다.
동생이 이불에 지도를 그리는 바람에 키를 머리에 쓰고 이 집 저 집에 다니며 소금 받으러 다니는 것을 구경했을 수도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동생이 귀엽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안타까움에 젖었을 수도 있다.
▼ 내 동생도 동생이지만, 다른 가정의 아이들은?
2연
꿈에 가본 엄마 계신
별나라 지돈가?
돈 벌러 간 아빠 계신
만주 땅 지돈가?
완전한 동시가 될 수도 있었지만, 시대적 배경을 놓지는 못한다. 윤동주 시인은 동생이 그린 지도를 보면서 저건 어느 나라의 지도일까 상상에 빠진다.
엄마가 곁에 있지만, 농사일이 워낙 고되기도 하고, 일도 많고, 쉴 날이 없다 보니 그리울 수도 있다. 잠을 잘 때나 엄마가 곁에 있는데, 같이 잠들다 보니 함께 꿈나라(=별나라)로 갔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2연에 3,4번째 줄은 조금 의아할 수도 있다.
"윤동주 시인의 가정은 농사를 했는데, 그 중에 '벼농사'를 했기 때문에 넉넉한 형편인데요?"
그 당시 주소로 본다면, [중국 만주 북간도 화룡현 명동촌]이다.
즉, 윤동주 부모님의 일터가 만주 땅이다. 아이가 부모를 그리워하는 마음에, 부모님의 일터까지 그려놓은 것일까.
일상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윤동주는 아이 같은 마음으로 동생이 밤중에 오줌 싼 것을 그려냈다. 어쩌면 동시를 쓰면서도 '나날이 이러한 날들 같아라-' 기도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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