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윤동주
우리 애기는
아래발치에서 코올코올,
고양이는
부뚜막에서 가릉가릉,
애기 바람이
나뭇가지에서 소올소올,
아저씨 햇님이
하늘 한가운데서 째앵째앵.
1936.10
윤동주 동시는 마음이 따스하면서 마음 한구석에 간지러운 느낌이 난다.
봄이 왔을 때 이 시 해설을 올리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봄이 지나가버렸다.
여러분은 봄이 오면 어떤 느낌, 어떤 생각부터 드는가.
점점 풀리는 날씨에 밥 한 끼 먹고 나면, 서서히 나른해지면서 춘곤증 버티기 힘든 봄?
아니면 피어나는 꽃을 보며 새로운 출발의 다짐이 생기는 봄?
사람마다 다 다를 수 있다.
윤동주 시인은 봄을 어떻게 보았을까.
◆ 봄이 오더라도 애기는 따뜻하게
(1연)
우리 애기는
아래발치에서 코올코올,
윤동주 시인이 이 시에서 '우리 애기'라고 표현해서 '어? 윤동주 시인은 장가를 갔었나?'라는 의문이 들 수 있지만, 윤동주 시인의 막내 동생이며 1936년에는 막내 동생은 만 2세였다.
애기가 아래발치에서 코올코올 낮잠을 자고 있다고 표현했다. 왜 아래발치에서 애기를 재우는 것일까?
지금이야 다들 집에서 편하게 보일러를 껐다, 켰다 했지만, 옛날에는 아궁이에 불을 지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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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게시글을 보면, 아궁이 바로 위쪽 방바닥이 있는 곳이 아래발치다. 아랫목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곳은 불이 거의 직접적으로 닿는 곳이나 다름없어서 매우 뜨겁다. 그리고 아랫목을 보면 보통 검게 그을러 있다. 우리 할머니댁도 마찬가지로 아랫목은 검고 아궁이를 때면 그곳만 매우 뜨거웠다.(어렸을 때 할머니께서 아궁이를 쓰시는 모습을 보여주신 적이 있었는데, 볼 때는 괜찮았지만 방에 들어갔을 때는 지옥 같았다. 그런데 사촌들과 같이 놀 수 있는 방이 딱 그 방이라서 다들 땀을 뻘뻘 흘리기도 했다.)
또 아랫목 쪽으로 얼굴을 두고 자지 않았다. 머리는 차게, 몸은 따뜻하게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보통 아랫목에 발을 두고 잤다. 그래서 아래발치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면 왜 윤동주 시인은 애기를 아래발치에 두었을까?
봄이라 하더라도 날씨가 따스한 것은 아니다. 지역에 따라 바람이 심하게 부는 곳도 있다. 면역이 약한 애기들은 감기에 걸리면 위험하기 때문에 따스하게 해주는 편이 좋다. 그래서 아직 따스함이 남아있는 아래발치에 애기를 두는 것이었다.
농사를 하는 집은 봄에도 농사일로 바삐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윤동주 시인의 부모님은 하루종일 아기만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애기도 그를 아는지 얌전히 잠을 잔다.
◆ 고양이도 따스한 곳을 찾아
(2연)
고양이는
부뚜막에서 가릉가릉,
예나 지금이나 고양이는 따스한 햇살 아래에 모여 일광욕을 즐기기도 한다. 또, 윤동주 시인의 <봄> 시에서 고양이가 가릉가릉 소리를 냈다고 하는데, 이는 고양이가 편안하고 기분이 좋을 때 내는 소리이다.
하지만 고양이가 부뚜막에 있다고 한다. 부뚜막이 무엇일까?
- 부뚜막 : 아궁이 위에 솥을 걸어 놓는 언저리. 흙과 돌을 섞어 쌓아 편평하게 만든다.
속담 중에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말을 현대로 치자면, 인덕션이나 가스레인지 근처에 올라가 있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많고 많은 자리 중에 왜 부뚜막이었을까?
우선, 1연에서도 설명을 했지만, 봄이 겨울에 비하면 따스하지만, 일교차가 심해서 기온은 여전히 쌀쌀하다. 따스함을 좋아하는 고양이는 이를 찾아 떠났을 것이다. 그곳이 바로 부뚜막이었을 뿐.
윤동주 시인은 온기가 남아있는 부뚜막에서 기분 좋게 봄을 즐기는 고양이를 보았던 것이다.
◆ 봄바람은 애기 바람
(3연)
애기 바람이
나뭇가지에서 소올소올,
윤동주 시인은 봄바람을 애기 바람이라고 표현하며, 나뭇가지 사이사이도 살랑 불고 지나가는 것을 표현했다.
내가 사는 지역은 봄바람이 매우 강한 편이라 따스하면서도 잔잔한 봄바람을 잘 느껴본 적이 없지만, 윤동주 시인은 장난치듯이 살랑살랑 부는 바람을 애기 바람이라고 표현했다.
◆ 그와 반대로 늘 일 해야 하는 햇님은 아저씨
(4연)
아저씨 햇님이
하늘 한가운데서 째앵째앵.
장난치듯이, 놀다 가듯이, 살살 부는 바람은 애기 바람이라고 표현했지만, 반대로 햇님을 보고 아저씨라고 표현한다.
친척분들 중에 여전히 농사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남자친구는 본인의 가족을 위해 시골에 일을 하러 갔는데 완전 한겨울 말고는 늘 일거리가 많다.
윤동주 시인은 가뜩이나 부모님이 농사를 짓기 때문에 어른들이 항상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컸을 것이다.
그래서 햇님은 아저씨이며, 하늘 한가운데에서 햇살을 계속 비춰준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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