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평생 공부다/윤동주 시 해석

또 태초의 아침 - 윤동주 해설 해석, 원죄는 지울 수 없다

한이 HanE 2024. 2. 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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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태초의 아침 윤동주 시 해설 해석
또 태초의 아침 윤동주 시 해설 해석

 
또 태초의 아침
 
                   윤동주
 
하얗게 눈이 덮이었고
전신주가 잉잉 울어
하나님 말씀이 들려온다.
 
무슨 계시일까.
 
빨리
봄이 오면
죄를 짓고
눈이 밝아
 
이브가 해산하는 수고를 다하면
무화과 잎사귀로 부끄런 데를 가리고
 
나는 이마에 땀을 흘려야겠다.
 
1941.5


 <태초의 아침>에 이어 <또 태초의 아침>이라는 시를 지었다. 하지만 두 편 다 성경 내용을 기반으로 지어진 시지만, 조금 다르다.
 
 <태초의 아침>은 윤동주 시인이 느낀 태초의 계절과 하와가 원죄를 필연적으로 저지르게 될 준비 단계-뱀과 선악과-를 말하고 있지만, <또 태초의 아침>은 성경과 현실을 사이에 두고, 아담과 하와가 원죄를 저지른 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친구와 갈 곳이 없을 때 교회가 모임의 장소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성경 내용 중 <창세기> 특히, '아담과 하와의 이야기'를 '대충'이라도 알고 있는 동기들이 많았지만, 요새는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아담과 하와에 관한 이야기를 안다면, 바로 시 해설 부분으로 넘어가면 된다.
 


 

아담과 하와는 누구인가?

 
 성경에서는 신이 나온다. 그 신은 '절대적이며 전지전능하며 유일하며 스스로 있는 자'다. 그런 존재가 빛과 어둠을 만들고(첫째날), 하늘을 만들고(둘째날), 을 만들며 식물들을 만들었다(셋째날). 해, 달, 별을 만들고(넷째날) 하늘과 바다에 사는 생명체를 만들고(다섯째날), 여섯째 날에는 땅 위의 생명체를 만들었다. 그 생명체 중 하나님은 자기 형상대로 사람을 흙으로 빚었고 생기를 불어넣었다(창세기 1장).
 
 하나님은 에덴동산을 혼자 외로이 떠돌아다니는 아담을 보며,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아니하니 내가 그를 위하여 돕는 배필을 지으리라(창세기 2:18)"
 
 라고 하며, 아담을 깊게 수면마취 잠들게 한 뒤 아담의 갈빗대 하나를 빼서 살로 채웠다. 그러고 그 갈빗대로 여자를 만들었다(창세기 2:21-23). 태초에 지어진 남자와 여자는 날것 그대로였다. 옷도 없이 서로 발가벗고 있었으나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창세기 2:25).
 

 

원죄란 무엇인가?

 
 원죄는 처음 만들어진 아담과 하와가 지은 죄를 말한다. 그 죄란, 하나님이 말한 명령을 지키지 않은 것인데 창세기 2장 9절, 17절을 보면 알 수 있다.
 
-창세기 2장 9절 : 여호와 하나님이 그 땅에서 보기에 아름답고 먹기에 좋은 나무가 나게 하시니 동산 가운데에는 생명 나무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도 있더라
-창세기 2장 17절 :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는 먹지 말라 네가 먹는 날에는 반드시 죽으리라 하시니라
 
 위 구절을 보면 알다시피,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줄여서 '선악과')를 먹지 말라고 경고한다. 그 열매를 먹는 날에는 반드시 죽는다고 했다. 이들이 스스로 가서 먼저 따먹었을까?
 


 
 은 하와에게 접근했다.
 
 "진짜로 이 동산 모든 나무의 열매를 하나님이 먹지 말라고 했어?"
 
 하와는 "동산 나무의 열매를 나랑 아담은 먹을 수 있지만, 동산 중앙에 있는 것만 안돼. 우리가 죽을까봐 먹지도 말고 만지지도 말라고 하셨어."
 
 뱀은 하와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아냐. 너희가 그걸 먹으면 눈이 밝아져서 하나님과 같이 될까봐 그럴걸? 너희들이 선악을 판단할 줄 알까 봐 그래."
 
 죽지 않는다는 말에 하와는 그 나무를 보았다.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고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럽기도 한 나무라서 하와는 그 열매를 따먹고 자기 남편(아담)에게도 주었다. 아담 역시 그 나무 열매를 넙죽 받아먹었다.
 
 열매를 먹은 후, 평소처럼 아담과 하와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둘은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둘 다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버린 것이다. 부끄러워서 그 둘은 얼른 무화과나무잎을 엮어 치마로 입었다.
 
 에덴동산에서 하나님의 음성이 들리자, 하나님을 피해서 동산 나무 사이에 숨었다. 하나님이 어디에 있냐고 물으니 아담은 "제가 벗어서 두려워 숨었어요"라고 대답한다. 하나님은 아담에게 물었다.
 
 "네가 벗었다는 것을 누가 알렸느냐? 내가 너한테 먹지 말라 명한 한 그 나무 열매를 먹었느냐?"
 
 그러자 아담은, "하나님이 주신 그 여자가 저에게 열매를 줘서 저는 먹었어요."
(아담이 모든 생명체에 이름을 붙여주는데, 이때만 해도 하와(영어로는 '이브')의 이름이 생기지 않았다.)
 
 하나님은 여자에게 물었다. "너는 어쩌다 그 열매를 먹게 되었느냐."
 
 "뱀이 저를 꾀해서 먹게 했어요."
 
 상황 설명을 들은 하나님은 뱀에게,
 
 "네가 원인이니, 네가 모든 가축과 들의 짐승보다 더욱 저주를 받아 배로 다니고 살아있는 동안 흙을 먹을 거고, 너로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고 네 후손도 마찬가지다. 여자의 후손은 네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이고, 너는 그의 발꿈치를 상하게 할 거다."
 
  여자에게는, "네게 임신하는 고통을 크게 더할 것이다. 네가 수고하고 자식을 낳을 것이고, 너는 남편을 원하고 남편은 너를 다스릴 것이다."
 
 아담에게는 "네가 네 아내의 말을 듣고 내가 네게 먹지 말라 한 나무의 열매를 먹었지? 땅은 너로 말미암아 저주를 받고 너는 네 평생에 수고하여야 그 소산을 먹을 것이다. 땅이 네게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낼 것이고 네가 먹을 것은 밭의 채소인즉 네가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얼굴에 땀을 흘려야 먹을 것을 먹으리니 네가 그것에서 취함을 입었음이라. 그러고 너의 생명이 다한 날,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
 
 그러고는 그냥 내보낼 수는 없어, 그 둘에게 가죽옷을 지어 입히고, 에덴 동산에서 내보냈다.


 간략하게 천지창조와 아담과 하와 이야기를 쉽게 풀어썼는데, 이를 통해 <태초의 아침>과 <또 태초의 아침>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졌으면 좋겠다.
 

◆  때는 겨울, 들려오는 전기 소리와 하나님의 음성

(1연)

하얗게 눈이 덮이었고
전신주가 잉잉 울어
하나님 말씀이 들려온다.

 
 윤동주 시인은 5월에 이 시를 습작했다. 그러나 시의 시작은 습작했던 계절과는 다르게 한겨울이다. 이에 관련되어서는 3연에서 더 자세하게 다루기로 하고, 간단하게 말하면 윤동주 시인이 생각한 '겨울'은 죄를 짓지 않은 단계이다.
 
 전신주가 잉잉 우는 소리가 들린다고 하는데, 윤동주 시인이 살던 때에 전신주가 있긴 했다. 전신주란, 전선이나 통신선을 늘여 매기 위하여 세운 기둥을 의미한다(출처:네이버 국어사전). 그 전신주에 전기 새는 소리가 '잉잉' 들린다고 했다.
 
 전신주 소리를 듣고는, 하나님 말씀이 들려온다고 말했는데, 윤동주 시인 또한 상상력이 풍부한 편이다. 전신주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하나님의 음성이라 상상하면서 쓴 것이 아닐까 싶다.
 

◆  성경 묵상을 하면서 얻은 깨달음

(2연)

무슨 계시일까.

 
 윤동주 시인도 성경 말씀을 읽으면서 묵상을 많이 했던 거 같다. 그 흔적들이 시에 고스란히 묻어나기 때문이다. 성경책의 제일 첫 장인 '창세기' 부분에서 윤동주 시인은 영감을 얻고 습작했다.
 

  • 계시 : 1. 깨우쳐 보여 줌. 2. 사람의 지혜로써는 알 수 없는 진리를 신이 가르쳐 알게 함.

 
 윤동주 시인은 과연 어떠한 깨달음, 진리를 알게 되었을까?

 

◆  시작은 봄, 그리고 예정된 죄

(3연)

빨리
봄이 오면
죄를 짓고
눈이 밝아

 
 이 부분이 이해가 되질 않는다면, 앞에 '원죄'의 이야기를 보고 오면 된다.
 
 봄은 일반적으로 생명이 탄생하는 계절이다. 사람 또한 그렇지 아니한가. 봄과 가을이 되면 사람도 유독 외로워진다. 동물들도 짝짓기를 하고, 아름다운 꽃이 피며, 생명을 잉태하기도 한다.
 
 그중, 그 나무 열매는 매우 탐스럽게 먹음직스럽게 예쁘게 열매를 맺었을 것이다. 그리고 뱀은 하와를 찾아와 유혹을 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빨리 봄이 오면 그 열매를 먹음으로써 죄를 짓게 되고, 선악을 알게 되는 눈과 마음과 생각이 생겨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 원죄로 인한 고통받는 임신과 출산

(4연)

이브가 해산하는 수고를 다하면
무화과 잎사귀로 부끄런 데를 가리고

 
 하나님의 명령을 지키지 않은 아담과 이브, 그리고 뱀에게 '죄를 지었음'을 알려주고, 각자에게 고난을 주었다.
 
 아담은 땀을 흘려 고생하여 농작물을 얻게 되는 수고를, 하와는 아이를 잉태하여 낳는 수고를 가져야 했다. 문제는, 이 태초의 사람 둘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어 버렸다. 태초의 인간이 원죄를 지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브는 원죄에 대한 고난, 즉 해산하는 수고를 다해야 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눈이 밝아졌기 때문에, 다시 부끄러운 곳을 가려야만 한다. 왜 가려야만 하는지에 대한 이유는, 사회화가 된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 성경 말씀대로 순종하는 시인

(5연)

나는 이마에 땀을 흘려야겠다.

 
 하와는 여자라서 임신과 출산의 수고를 겪는다면, 남자인 윤동주 시인은 무엇을 감당해야 할까?
 
 윤동주 시인은 원죄를 짓게 된 아담과 하와를 탓하기보다는, 별말 없이 자신 또한 아담처럼 이마에 땀을 맺혀 수고해야겠다고 말한다. 그것이 단순하게 정말로 '농사'를 의미하는 일이 될 수도 있지만, 하나님은 사람마다 각자에게 주신 '사명'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나는 여기서 2가지 해석을 보았다.
 
 1. 결혼에 대한 소망
 2. 독립운동에 대한 열망 그리고 시 쓰기
 
 1은 미래에 자기 아내가 임신하고 출산을 한다면, 본인은 남편으로서 자신이 맡은 임무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가정을 지키는 일, 즉, 일을 해서 돈을 번다는 것이다. 가장이 되어 책임을 지어야 된다는 의미다.
 
 2는 원죄도 원죄지만,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맡기신 일 '사명'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1과 2 둘 다 문자 그대로 '노동'에 힘쓴다는 의미보다는 자신에게 맡겨진 소망과 사명에 대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미다.
 


 이 시를 해설하면서 외할머니 생각이 났다. 성경말씀대로 여자는 임신과 출산, 육아를 감당하고, 남자는 가정을 위해 일을 하면 둘 다 서로 싸울 일이 없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맞는 말이긴 하다. 하지만 외할머니는 팔남매를 낳으시고 밭일도 함께 하셨다.
 
 내가 본 외할머니는, 본인도, 남편도, 자식도, 하나님도 다 사랑했기 때문에, 힘든데 굳이 말로나 행동으로 상대를 힘들게 하지 않고, 인내와 사랑으로 살아가려고 무척 애쓰셨던 거 같다. 그 시절에는 다 먹고살기 힘든 시기였으니, 나 편하고자 가족들을 힘들게 만들 수는 없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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