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족속
윤동주
흰 수건이 검은 머리를 두르고
흰 고무신이 거친 발에 걸리우다.
흰 저고리 치마가 슬픈 몸집을 가리고
흰 띠가 가는 허리를 질끈 동이다.
1938.9
이 시를 보면 떠오르는 것이 있을 것이다.
바로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머리카락색과 하얀 옷이다.
우리나라는 고대부터 제천사상과 여러 종교 사상으로 인해 흰색을 숭상하고 흰옷을 즐겨 입었다. 흰옷이라고 하여, 완전한 백색이 아닌, 가공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색, 즉 아주 밝은 미색부터 담갈색까지 모두 포함했다. 또한 백의는 일제강점기에 일제에 항거하는 상징으로, 민족의 정체성을 드러내기도 했었다. (출처 : 백의민족 > 한국민족문화대백화)
이러한 백의 문화는 <슬픈 족속>에 드러나있다.
◆ 흰 수건과 흰 고무신, 정신 그리고 목표
(1연)
흰 수건이 검은 머리를 두르고
흰 고무신이 거친 발에 걸리우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다수 검은 머리카락(혹은 어두운 갈색)을 가졌기 때문에 머리에 하얀 수건을 감싸면 눈에 띈다. 그러나 흰 수건을 머리에 감싸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관리할 수 없고 노동으로 인해 거칠어진 발에도 흰 고무신을 신었다.
넓게 해석해 보자면, 흰 수건은 머리를 감싸기 때문에 일본에 투한할 의지와 정신력을 의미하고, 거친 발에 흰 고무신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 흰 저고리 치마와 흰 띠, 체력 그리고 마음/의지
(2연)
흰 저고리 치마가 슬픈 몸짓을 가리고
흰 띠가 가는 허리를 질끈 동이다.
흰 수건과 흰 고무신으로 끝이 아니었다.
당시에 나라를 빼앗겼는데 슬프지 않았을 어른이 어디 있었겠는가. 시대를 알아도 쉬쉬하며 침묵을 유지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슬픔을 흰 옷으로 가리고, 흰 띠로 못 먹어서 가늘어진 허리를 묶었다.
윤동주 시인은 당시 민족의 가장 평범한 일상을 잔잔하게 그려내면서도, 그 일상 속에서 일본과 투쟁하는 백의, 그리고 숨길 수 없는 슬픔과 고통을 <슬픈 족속>에서 그려내지 않았나 싶다. 즉, 민족들이 백의를 입음으로써 꺾이지 않은 독립 의지와 일상 속에서도 작은 항쟁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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