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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글 81

그리는 계절 - 한이

그리는 계절                    한이 그대를 잊으려 하던 날들을 세어보면그대가 떠오르는 날들로 세어지고 그대가 좋아하던 겨울에 눈이 내리는 날이면내 마음에도 눈이 소복이 내린다. 고요하게 비 내리는 소리가 들리는 날이면내 마음속에서도 빗소리가 들린다. 보고싶다, 보고싶다 말을 해보아도 대답이 없다. 그 말들을 주섬주섬 다 모아그대에게로 다시 보낸다. 그대를 그리는 날이많아졌음을. 2023.10 세상을 일찍 떠난 사촌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대화도 정말 잘 통하고, 꿈도 비슷했기에 모든 일들을 털어놓을 수 있던 유일한 존재였습니다. 까칠이었던 아이가 어느 순간 친절함으로 가득해졌습니다. 그런 아이가 세상을 떠났을 때 세상이 무너지는 거 같았습니다.  시간이 약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정말 약인..

습작소 2024.11.17

너는 파도 같다 - 한이

너는 파도 같다                       한이 네 한 마디에마음이 허옇게 사르륵 녹아들기도 하고 네 한 마디에마음이 철썩 부서지기도 하고 네 한 마디에설레기도, 밉기도, 좋기도, 고맙기도, 싫기도 한데 네 한 마디에와르르 무너졌다가 또 세워지는 내 마음을어찌해야 할까 내 마음을 자꾸밀고 당기는 걸 보아선너는 파도 같다 2024광안리는 아니지만, 집 앞에 바다가 있어서 그런지 바다와 관련된 시를 자주 짓게 되네요. 저뿐만 아니라 어머니도 마찬가지더라구요. 여러분은 어떠한가요?

습작소 2024.11.16

햇빛·바람 - 윤동주 동시 해설 해석, 엄마가 보고픈, 그리운 자국

햇빛·바람                 윤동주 손가락에 침 발러쏘옥, 쏙, 쏙.장에 가는 엄마 내다보려문풍지를 쏘옥, 쏙, 쏙. 아침에 햇빛이 반짝, 손가락에 침 발러쏘옥, 쏙, 쏙장에 가신 엄마 돌아오나문풍지를 쏘옥, 쏙, 쏙, 저녁에 바람이 솔솔. 1938오늘도 윤동주의 동시로 가져왔다. 이번 시에서는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의 모습'을 잘 나타내고 있다.  혹시 엄마와 아빠(혹은 보호자)를 집에서 기다려본 적이 있는가? 그러면 이 시가 더더욱 공감될 것이다.  그리고 이 시에서는 엄마를 기다리는 "시간의 흐름"도 알 수 있다. ▼ 엄마를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은 어린아이의 마음1연손가락에 침 발러쏘옥, 쏙, 쏙.장에 가는 엄마 내다보려문풍지를 쏘옥, 쏙, 쏙.  요즘 시골에 가도 문풍지로 된 문은 보..

반딧불 - 윤동주 동시 해설 해석, 숲에서 부서진 달조각을 줍자

반딧불                   윤동주 가자 가자 가자숲으로 가자달조각을 주으러숲으로 가자.      그믐달 반딧불은     부서진 달조각, 가자 가자 가자숲으로 가자달조각을 주으러숲으로 가자. 1937 윤동주 시인의 동시. 제목이 이지만, 이상하게 숲에 달조각을 주으러 가자는 얘기를 반복한다. 숲에 운석이라도 떨어져서 이렇게 표현했을까? 아니다. 이 시는 '동시'다. ▼ 달조각을 모으러 가는데 왜 숲으로 가나요?1연가자 가자 가자숲으로 가자달조각을 주으러숲으로 가자  윤동주 시인은 달조각을 주으러 가자고 한다. 그런데 어디로? "숲"으로.  많은 곳들 중 왜 '숲'일까? 높은 산으로 갈 수도 있고, 바다나 호수에 뜬 일렁이는 달을 잡을 수도 있고, 방법은 다양한데 왜 숲일까.  그 이유는 다음 ..

병아리 - 윤동주 동시 해설 해석, 완전한 순수한 마음으로 지어진 동시

병아리              윤동주 뾰, 뾰, 뾰엄마 젖 좀 주병아리 소리. 꺽, 꺽, 꺽오냐 좀 기다려엄마닭 소리. 좀 있다가병아리들은엄마 품속으로다시 들어갔지요. 1936.1  윤동주는 1936~1938년까지 동시 습작이 주를 이루었지만, 본격적으로 진로를 정하고 난 뒤로는 동시보다는 가혹한 현실을 시에 담기 시작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알 것이다. 행복할 때에도 글이 써지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괴로울 때에는 글을 쓰지 않으면 마음이 활활 불타는 듯한 고통이 있다.  윤동주 시인 또한 그런 마음으로 쓰지 않았을까.  그러나 지금 소개하는 시는 윤동주 시인의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습작된 동시다.  시골에 있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동물들은 생각보다 말이 많다'는 것을.  집에 고양이나 ..

파도처럼 삼켜버리자 - 한이

파도처럼 삼켜버리자                                 한이 세상의 모진 말들이던져질 때에 그때,파도처럼 삼켜버리자 수많은 모래들도,작은 자갈들도,큰 바위들도 다 닳고 닳게 만들어서 작은 자갈로,더 고운 모래로 만드는 파도처럼 우리도철썩 거리며모진 말들을 삼켜닳고 닳게 만들어버리자 2024.11 안녕하세요, 한이입니다.  그간 윤동주 시인을 비롯하여 여러 시인들의 시를 해설하고 있었습니다. 문학에서도 창작을 잘하는 사람, 분석을 잘하는 사람, 해석을 잘하는 사람 등 본인에게 타고난 영역이 있는데, 저는 창작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많이 느낍니다. 어디 내놓기도 부끄럽고 부족한 습작시지만, 그저 가볍게 즐겨 주시면 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습작소 2024.11.12

빗자루 - 윤동주 동시 해설 해석, 혼날 짓을 해도 혼나기 싫다구!

빗자루                          윤동주 요오리 조리 베면 저고리 되고이이렇게 베면 큰 총이 되지.      누나하고 나하고      가위로 종이 쏠았더니      어머니가 빗자루 들고      누나 하나 나 하나      엉덩이를 때렸소      방바닥이 어지럽다고-      아아니 아니      고놈의 빗자루가      방바닥 쓸기 싫으니      그랬지 그랬어괘씸하여 벽장 속에 감췄더니이튿날 아침 빗자루가 없다고어머니가 야단이지요.                            1936.9 저번에 를 해설했더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래서 오늘은 다시 윤동주 시인의 동시로 가져왔다.  시 내용은 누가 보아도 사랑스럽고, 귀엽고, 추억에 젖어있다.  윤동주 시인의 동생들이 있다는 ..

눈 감고 간다 - 윤동주 해설 해석, 씨앗이 열매를 맺을 때까지 조용히 인내하며 감수하는 노력

눈 감고 간다                     윤동주 태양을 사모하는 아이들아별을 사랑하는 아이들아 밤이 어두웠는데눈 감고 가거라. 가진바 씨앗을뿌리면서 가거라. 발뿌리에 돌이 채이거든감았던 눈을 와짝 떠라. 1941.05  저번에는 윤동주의 습작시집 [창]에 있는 와 에 대해 해설해 보았습니다. 오늘은 에 수록되어있는 를 보려고 합니다.  윤동주 시인의 시에 자주 언급되는 소재가 있다면 바로 태양, 별, 아이, 밤, 눈입니다. 윤동주 시인의 시대적 배경은 일제강점기였습니다. 배경을 생각하면 자주 언급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기도 하지요. 1941년에는 사태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었습니다.  윤동주 시를 감상할 때에 또 한 가지 더 알아야 할 점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윤동주 시인의 종교입니다. 윤동주..

그 여자 - 윤동주 해석 해설, 어쩌면 그날 첫눈에 마음을 앗아갔을 수도

그 여자                           윤동주 함께 핀 꽃에 처음 익은 능금은먼저 떨어졌습니다. 오늘도 가을바람은 그냥 붑니다. 길가에 떨어진 붉은 능금은지나던 손님이 집어갔습니다.                        1937.7.26   저번 습작시집 의 에 이어서 에 대해 해설해볼까 합니다.  윤동주가 짝사랑에 빠지기 전만 해도, 윤동주에게 여자라는 사람은 누나와 엄마뿐이었다. 가끔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표현이 나오더라도, 갑작스럽게 떠나야 하는 친구나 동기였다. 1936~1937년에는 윤동주 시인이 활발하게 습작을 했는데 그 내용들은 주로 국가, 가정, 자아에 대해 다뤄졌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말도 안 되게, 윤동주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여인이 생겨버렸다. 이름만 아는 ..

나무 - 윤동주 해설 해석, 그렇다고 나무가 결코 잠잠할 수는 없는 일

나무       윤동주 나무가 춤을 추면바람이 불고,나무가 잠잠하면바람도 자오.                 1937.3   에는 수록되지 않은 동시다. 예전에 챗지피티에게 무언가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이 시집에는 없는 시를 얘기해서 잘못된 정보를 알려주는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습작이라서 실리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윤동주 시인의 습작시인 를 보고자 들고 왔다.  시는 굉장히 짧지만, 반복된 구문으로 운율이 살아있다. 나무/바람춤을 추면/잠잠하면불고/자오  그리고 사물을 의인화하여 표현했다.   나무가 춤을 추다나무가 잠잠하다바람이 잔다 그런데 시를 감상하다 보면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람이 불어야 나무가 흔들리지 않나요?    맞다.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윤동주 시인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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