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는 계절
한이
그대를 잊으려 하던 날들을 세어보면
그대가 떠오르는 날들로 세어지고
그대가 좋아하던 겨울에 눈이 내리는 날이면
내 마음에도 눈이 소복이 내린다.
고요하게 비 내리는 소리가 들리는 날이면
내 마음속에서도 빗소리가 들린다.
보고싶다, 보고싶다
말을 해보아도 대답이 없다.
그 말들을 주섬주섬 다 모아
그대에게로 다시 보낸다.
그대를 그리는 날이
많아졌음을.
2023.10
세상을 일찍 떠난 사촌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대화도 정말 잘 통하고, 꿈도 비슷했기에 모든 일들을 털어놓을 수 있던 유일한 존재였습니다. 까칠이었던 아이가 어느 순간 친절함으로 가득해졌습니다. 그런 아이가 세상을 떠났을 때 세상이 무너지는 거 같았습니다.
시간이 약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정말 약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효과가 조금 없는 약 같습니다.
벌써 11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그립고 그립습니다.
어르신들이 소중한 사람이 떠났을 때 몇 십 년이 지나도 왜 그리워하는지 이제서야 깨닫습니다.
보고싶고, 목소리도 여전히 선명하고, 내일이면 찾아올까 싶은 그 마음 이제서야 알 거 같습니다.
살아있는 사람은 살아야지, 이 말이 너무나도 애달픕니다.
상이 끝나고 이모댁에 찾아뵈었을 때, 이모가
"아침에 더 이상 교복을 다릴 필요가 없어졌네..."
라고 말씀하시던 것이 아직도 생각납니다.
갓 20살이 되었던, 죽음이라는 것이 뭔지 잘 모르는 제가 옷을 막 입고 급하게 장례식장에 갔을 때, 이모가 제 두 손을 꼭 잡고, 하시던 말씀이 아직도 떠오릅니다.
"우리 애랑 같이 놀았던 모습으로 와줘서 정말 고마워."
저도 경황이 없었지만, 이모는 어떠하였을까요. 이 말을 듣고 저는 얼굴을 들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 했을까요.
제 시간은 거기에 멈춰있는 거 같습니다.
여전히 그 해에 머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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