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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 보는 밤 - 윤동주 해설 해석, 밖에서나 안에서나 자유롭지 못한 마음

돌아와 보는 밤 윤동주 세상으로부터 돌아오듯이 이제 내 좁은 방에 돌아와 불을 끄옵니다. 불을 켜두는 것은 너무나 피로롭은 일이옵니다. 그것은 낮의 연장이옵기에- 이제 창을 열어 공기를 바꾸어 들여야 할 텐데 밖을 가만히 내다보아야 방안과 같이 어두워 꼭 세상 같은데 비를 맞고 오든 길이 그대로 비속에 젖어 있사옵니다. 하루의 울분을 씻을 바 없어 가만히 눈을 감으면 마음속으로 흐르는 소리, 이제 사상(思想)이 능금처럼 저절로 익어 가옵니다. 1941.6 이 시는 네이버 블로그에 게시한 적이 있다. 그때는 해설이라기 보다는 그저 작은 감상문이었다. 시간이 흐르기도 했고, 또한 재해석을 했기에 도 하기로 했다. ◆ 밤에도 불을 켜두는 것은 낮의 연장, 피곤할 수밖에 없다 (1연) 세상으로부터 돌아오듯이 이..

눈 오는 지도 - 윤동주 해설 해석, 제 마음에만 눈이 내려 가려지는 것이겠지요

눈 오는 지도 윤동주 순이가 떠난다는 아침에 말 못할 마음으로 함박눈이 나려, 슬픈 것처럼 창 밖에 아득히 깔린 지도 위에 덮인다. 방안을 돌아다 보아야 아무도 없다. 벽과 천정이 하얗다. 방안에까지 눈이 나리는 것일까, 정말 너는 잃어버린 역사처럼 홀홀히 가는 것이냐, 떠나기 전에 일러둘 말이 있던 것을 편지를 써서도 네가 가는 곳을 몰라 어느 거리, 어느 마을, 어느 지붕 밑, 너는 내 마음속에만 남아있는 것이냐, 네 쪼꼬만 발자욱을 눈이 자꾸 나려 덮여 따라갈 수도 없다. 눈이 녹으면 남은 발자욱 자리마다 꽃이 피리니 꽃 사이로 발자욱을 찾아 나서면 일년 열두달 하냥 내 마음에는 눈이 내리리라. 1941.3 내가 지금까지 해설한 윤동주 시 중에 이 시가 가장 한 문장의 호흡이 길다. 운문이라고 해야..

참회록 - 윤동주 해석 해설, 과거에 내뱉은 말과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때 느껴지는 자괴감

참회록 윤동주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만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한다. -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1942.1 감기 걸려서 한동안 글 쓰는 것도 다 중단했다. 1일 1드로잉도, 개발 공부도, 글쓰는 것도 다 놓아버렸었다. 이제서야 체력이 회복되어서 다시 시작한다. 여기서 참고하면 좋은 시가 다. 은 1942년, 는 1941년에..

안녕하세요, 한이입니다.

안녕하세요, 한이입니다. 잘 지내셨나요? 그간 시 해설에 어려움이 생겨서 생각을 다듬는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예전에 올렸던 시들을 다시 훑어보면서 수정해야 할 사항들이나 가독성을 위해 글씨 크기 변경 등과 같은 작업들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 작업이 끝난 뒤에 새로운 시 해설을 올릴 예정이며, 그 중 업로드될 시 해설은 윤동주 시인의 [참회록]입니다. 부족하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지글 2023.11.09

봄 - 윤동주 해석 해설, 마음 한켠에 아직 완전한 겨울이 가지 않았기에

· 봄 윤동주 봄이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흘러 돌, 돌, 시내 가차운 언덕에 개나리, 진달래, 노오란 배추꽃 삼동(三冬)을 참아온 나는 풀포기처럼 피어난다. 즐거운 종달새야 어느 이랑에서 즐거웁게 솟쳐라. 푸르른 하늘은 아른아른 높기도 한데······ 1942년 추정 윤동주 시인은 이라는 제목으로 시를 두 편 썼다. 하나는 동시 , 하나는 1942년으로 추정되는 때에 쓴 . 이 두 시의 분위기는 극과 극에 달한다. 나는 후자에 관한 해석을 할 예정이다. ◆ 몸도 봄을 알아차린다 (1연) 봄이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흘러 돌, 돌, 시내 가차운 언덕에 개나리, 진달래, 노오란 배추꽃 가차운 : 가까운 봄이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흐른다고 했다. 봄이 정말 혈관 속에 흐를까? 아니다. 시적인 표현일 뿐이다. 추워서 ..

꽃다발 손수 엮어서 - 피에르 드 롱사르 해설, 예쁜 사랑도 세월을 타고 흘러

꽃다발 손수 엮어서 피에르 드 롱사르 꽃다발 손수 엮어 보내는 이 꽃송이는 지금 한껏 피었지만 내일에는 덧없이 지리. 그대여 잊지 말아요. 꽃같이 예쁜 그대도 세월 지나면 시들고 덧없이 지리. 세월은 가네 세월은 가네. 우리도 가네 흘러서 가네. 우리나라 시가 아닌, 외국 시를 들고 왔다. 피에르 드 롱사르는 16세기 프랑스 대표 시인이라고 한다. 시 구절들이 단순하면서도 예뻐서 처음에는 여성 시인이 쓴 시인 줄 알았다. 하지만 크나큰 오해였다. 는 총 3연으로 구성되어 있고, 반복되는 구문이 많다. ◆ 모든 것에는 때가 있음을 (1연) 꽃다발 손수 엮어 보내는 이 꽃송이는 지금 한껏 피었지만 내일에는 덧없이 지리. 지금도 생화 보관은 까다롭다. 며칠 정도는 파릇파릇한 상태로 전시해 둘 수 있지만, 며칠..

사랑스런 추억 - 윤동주 해설, 각자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그 순간과 찰나

사랑스런 추억 윤동주 봄이 오던 아침, 서울 어느 조그만 정거장에서 희망과 사랑처럼 기차를 기다려, 나는 플랫폼에 간신한 그림자를 떨어뜨리고, 담배를 피웠다. 내 그림자는 담배 연기 그림자를 날리고 비둘기 한 떼가 부끄러울 것도 없이 나래 속을 속, 속, 햇빛에 비춰, 날았다. 기차는 아무 새로운 소식도 없이 나를 멀리 실어다 주어, 봄은 다 가고-동경 교외 어느 조용한 하숙방에서, 옛 거리에 남은 나를 희망과 사랑처럼 그리워한다. 오늘도 기차는 몇 번이나 무의미하게 지나가고, 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정거장 가차운 언덕에서 서성거릴 게다.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1942.5 이 시를 읽으면 읽을수록 씁쓸해졌다. 다들 자기의 인생에서 너무나도 그리운, 다시 돌아가고픈 '구간'이 존재할 ..

산골물 - 윤동주 해설, 괴로움은 어디로 보내야 할까

산골물 윤동주 괴로운 사람아 괴로운 사람아 옷자락 물결 속에서도 가슴속 깊이 돌돌 샘물이 흘러 이 밤을 더불어 말할 이 없도다. 거리의 소음과 노래 부를 수 없도다. 그신 듯이 냇가에 앉았으니 사랑과 일을 거리에 맡기고 가만히 가만히 바다로 가자, 바다로 가자. 1939.9 가끔 해설이 잘 될 때가 있고, 안 될 때가 있는데 이번에는 단어 하나 때문에 글 쓰는 것을 멈추고 생각하다 돌아왔다. 한 2주 걸렸나... '그신 듯이.' 윤동주 시인은 어떤 의미로 썼을까. 이 작품에서도 윤동주 시인의 종교가 살짝 드러난다. ◆ 얼마나 괴로운지에 대해 설명해주는 1연 (1연) 괴로운 사람아 괴로운 사람아 옷자락 물결 속에서도 가슴속 깊이 돌돌 샘물이 흘러 이 밤을 더불어 말할 이 없도다. 거리의 소음과 노래 부를 ..

안다는 것 - 노자 해설, 현명한 사람이 갖춰야 할 3가지

안다는 것 노자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 남을 아는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이지만, 자기를 아는 사람은 더욱 현명한 사람이다. 남을 이기는 사람은 힘이 있는 사람이지만, 스스로를 이기는 사람은 더욱 강한 사람이다. 시 해설만 계속하기에는 복잡하기에, 사상가 혹은 철학자가 남긴 글들 중 괜찮은 것들을 골라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다. ◆ 아는 척은 위험하다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잘못된 지식/오류을(를) 가지고 있는' 상대방에게 '가르쳐 주기 위해' 혹은 '알려주기 위해' 말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그 사람이 잘못된 지식이나 오류를 가지고 다른 사람들에게 '또' 잘못 전달하는 것보다 지금 고쳐주는 게 ..

새벽이 올 때까지 - 윤동주 해설, 살으나 죽으나 내일의 태양은 뜰 것이다

새벽이 올 때까지 윤동주 다들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검은 옷을 입히시오. 다들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흰 옷을 입히시오. 그리고 한 침대에 가지런히 잠을 재우시오. 다들 울거들랑 젖을 먹이시오. 이제 새벽이 오면 나팔 소리 들려올 게다. 1941.5 ◆ 죽어가는 사람들에게는 검은 옷을 (1연) 다들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검은 옷을 입히시오. 윤동주 시인이 살아있을 때의 장례 문화와 지금의 장례 문화는 달랐을 것이다. 지금이야 장례식장에 가야 한다 하면, 검은 옷을 당연하게 입고 가야 했지만, 그 당시에 그런 문화가 존재했을까. 하지만 죽음과 관련된 색이라면, 검은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렇기에 윤동주 시인 또한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검은 옷을 입히라고 했을 수 있다. 윤동주 시인이 말하는 죽어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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