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평생 공부다/윤동주 시 해석

새벽이 올 때까지 - 윤동주 해설, 살으나 죽으나 내일의 태양은 뜰 것이다

한이 HanE 2023. 3. 1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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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 올 때까지 - 윤동주 해설

새벽이 올 때까지

                           윤동주

 

다들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검은 옷을 입히시오.

 

다들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흰 옷을 입히시오.

 

그리고 한 침대에

가지런히 잠을 재우시오.

 

다들 울거들랑

젖을 먹이시오.

 

이제 새벽이 오면

나팔 소리 들려올 게다.

 

                  1941.5


◆ 죽어가는 사람들에게는 검은 옷을

(1연)
다들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검은 옷을 입히시오.

 윤동주 시인이 살아있을 때의 장례 문화와 지금의 장례 문화는 달랐을 것이다. 지금이야 장례식장에 가야 한다 하면, 검은 옷을 당연하게 입고 가야 했지만, 그 당시에 그런 문화가 존재했을까.

 

 하지만 죽음과 관련된 색이라면, 검은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렇기에 윤동주 시인 또한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검은 옷을 입히라고 했을 수 있다.

 

 윤동주 시인이 말하는 죽어가는 사람들이란, 나이가 든 노인, 몸이 좋지 않은 사람들, 심적으로 고난을 받는 사람들일 것이다. 오늘의 희망이 희미해도, 내일의 태양이라도, 하루라도 더 살아갔으면 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죽고 싶다 하더라도, 정말 죽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는가. 그렇게 아프기 싫고, 그렇게 살기 싫을 뿐이지.

 

◆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흰 옷을

(2연)
다들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흰 옷을 입히시오.

 그리고 죽어가는 사람들과는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흰 옷을 입히라고 한다. 대조되는 색상으로, 살아가는 사람과 죽어가는 사람의 차이를 만들었다.

 

 살아가는 사람들이란 누구를 지칭하는 것일까. 자라나고 있는 아이들,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 공장에 일하러 가는 청년과 어른들, 밭에 일하러 가야 하는 어른들. 오늘의 일을 마무리하고 나면, 내일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슨 일이 남았는지 등, 내일이 있는 사람들이다. 즉, '미래'가 살아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 죽어가나 살아가나 꼭 필요한 첫 번째 욕구, 수면

(3연)
그리고 한 침대에
가지런히 잠을 재우시오.

 그러고 난 뒤, 한 침대에 가지런히 잠을 재우라고 한다. 나이가 어리건, 늙건, 아프건, 건강하건 상관없이! 사람에게 꼭 필요한 건 수면이다.

 

◆ 죽어가나 살아가나 꼭 필요한 두 번째 욕구, 식욕

(4연)
다들 울거들랑
젖을 먹이시오.

 내일이 있든 없든 간에, 유독 지치고 힘든 날들이 있다. 그런데 윤동주 시인은 다들 울거들랑 젖을 먹이라고 한다. 즉, 먹을 것을 먹이라는 것이다.

 

 성경 말씀 중 열왕기상 18,19장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열왕기상 18장 20절-29절]
엘리야라는 선지자가 있었다.

바알신이 진짜 신인지, 하나님이 진짜 신인지 판단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백성들을 보고, "그럼 누가 진짜 신인지 배틀 떠보자" 해서 시작된다.

송아지 둘을 데려다가 각자 한 마리씩 잡고, 제단을 쌓지만 불은 붙이지 말자고 한다.

 엘리야는 "니그들 먼저 하셈"하고 그 사제들이 하는 것을 지켜봤다. 사제들은 제단을 만들고 소까지 잡아 아침부터 낮까지 바알신을 불렀지만 응답이 없었다. 엘리야가 바알 사제들을 조롱한다.

"너네 신이 너네 쌩까는 거 아님 잠깐 외출했는지, 너네 하는 거 들어주려고 하는 건지, 잠이 들어서 깨워야 하는 거 아냐?"

 그러자 바알 사제들은 더 열심히 그들의 규례를 따라 피가 날 정도로 자해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저녁 소제 드릴 때까지 했으나 응답이 없자, 엘리야가 나섰다.

[열왕기상 18장 30절-40절]
 그러자 엘리야가 나섰다.

 야곱의 아들들의 지파의 수효를 따라 돌 12개를 취하고, 여호와의 이름을 의지하여 그 돌로 제단을 쌓았다. 곡식 종자 약 15리터가 들어갈 만한 도랑을 만들고, 송아지의 각을 떠서 나무 위에 놓고 통 넷에 물을 채워다가 번제물과 나무 위에 부었다. 그걸 세 번 하고 나니, 물이 제단으로 두루 흐르고 도랑에도 물이 가득 찼다.

 저녁 소제 드릴 때, 엘리야가 하나님께 기도를 드리니 불이 내려와 번제물과 나무와 돌과 흙을 태우고, 도랑의 물까지 증발시켰다.

 모든 백성은 쫄보가 되어서 "하나님이 진짜 하나님이다"라고 하자, 엘리야는 백성들에게 명하여, "바알의 선지자들을 다 족쳐!"하자 바알의 선지자들을 잡아 죽였다.

[열왕기상 19장 1-8절]
 바알을 섬기는 왕 부부가 이 사건을 듣고, "엘리야, 너도 똑같이 죽여버릴 거야."라고 하자, 엘리야는 자기의 생명에 위협을 느끼고 도망쳤다. 엘리야는 자신처럼 하나님을 섬기는 선지자가 없으니 자기를 죽여달라고 하나님께 부탁한다. 하지만 하나님은 이에 기각해 버렸고, 대신에 먹을 것을 준다.

 8절 : 이에 일어나 먹고 마시고 그 음식물의 힘을 의지하여 사십 주 사십 야를 가서 하나님의 산 호렙에 이르니라
 

 

 사람들은 열심히 살다가 까먹는 것이 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기'. 정말 기본적인 사람의 욕구지만, 정말 바쁘다 보면 깜빡할 때가 있다. 자신의 몸을 어떻게 사용/관리하고 있는지를 잊고 사는 것이다.

 

 기운이 없는 사람에게도 먹을 것을 주면 조금이나마 기운을 차린다. 너무 힘들고 우울하더라도 같이 밥 한끼라도 먹게 되면, 조금이라도 기운을 차리게 된다. 그랬기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밥심'을 중요하게 여긴 것이 아닐까.

 

◆ 살아남은 자들의 승리는 내일의 태양을 보는 것이다

(5연)
이제 새벽이 오면
나팔 소리가 들려올 게다.

 윤동주 시인의 시에서 종교를 아예 뺄 수 없는 부분은 이러한 부분이다. 성경에서 '나팔 소리'에 관해 찾아보자면,

  1. (전쟁 등에 관련해서) 승리
  2. (기쁨과 경외가 깔린) 찬양
  3. (이목을 끌기 위한 ) 큰 소리

 이 밤을 이겨내고, 새벽, 동이 틀 때면 나팔 소리가 들려올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누군가가 나팔을 불어서일까? 아니다. 암묵적으로 하루의 고비를 넘겼고, 살아남았다는 승리와 기쁨의 감정일 것이다.


 일제 강점기에 아프건 건강하건 상관없이 하루 하루가 지옥이었을 것이다. 살아간다 하더라도 죽은 자 같고, 죽어간다 하더라도 살아있지 않은 자 같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는 채워야 하며, 또 내일의 태양을 기다리게 된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보잘것없는 행동과 의미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의미 있는 행동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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