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평생 공부다/윤동주 시 해석

간 - 윤동주 해설 해석, 간을 내어주는 한이 있더라도 이 의지만은 꺾이지 않으리

한이 HanE 2024. 11. 26.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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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동주

 

바닷가 햇빛 바른 바위 우에

습한 간을 펴서 말리우자.

 

코카서스 산중에서 도망해 온 토끼처럼

둘러리를 빙빙 돌며 간을 지키자,

 

내가 오래 기르든 여윈 독수리야!

와서 뜯어 먹어라, 시름없이

 

너는 살지고

나는 여위어야지, 그러나

 

거북이야!

다시는 용궁의 유혹에 안 떨어진다.

 

프로메테우스 불쌍한 프로메테우스

불 도적한 죄로 목에 맷돌을 달고

끝없이 침전하는 프로메테우스.

 

1941.11

 


 

 어디서 많이 본 단어들이 등장한다. 그에 반면, 익숙하지 않은 단어들이 많다. 그 단어들을 먼저 찾아봤다.

 

  • 우에 : 위에
  • 코카서스 : Caucasus 캅카스의 영어식 발음. 카프카스라고도 한다. 미국의 공식 문서나 학술문서 같은 곳에서 백인을 지칭할 때는 코카서스인이라는 뜻으로 코케이시언이라고도 한다.
  • 둘러리 : '둘레'의 방
  • 시름없이 : 1. 근심과 걱정으로 맥이 없이. 2. 아무 생각 없이.

 

▼ 쨍쨍한 햇볕에 간을 말리자

1연

바닷가 햇빛 바른 바위 우에
습한 간을 펴서 말리우자.

 

 <토끼전>은 아마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이 제목 말고도, <별주부전>, <토별가>, <수궁가>, <토생전>, <수궁전> 등으로도 불린다.

 

 

 깊은 바닷속 용궁에 용왕이 살았다. 어느 날 용왕이 병에 걸리자, 도사가 나타나서 육지에 있는 토끼의 간을 먹으면 나을 수 있다고 전한다. 그러자 대신들을 모아서 육지로 가서 '토끼의 간'을 구해줄 사자를 고르고 있었다. 하지만 다들 다투기만 할 뿐 결정하지 못했다. 이때 별주부 자라가 나타나서 본인이 가겠다고 한다. 육지에 도착한 자라는 토끼를 만나 "용궁에 가면 너는 벼슬을 받을 수 있다"며 토끼를 유혹한다. 이에 넘어간 토끼는 용궁에 따라가게 된다. 이에 도착한 토끼는 용왕이 토끼의 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아차, 간을 육지에 두고 왔어요! 가지러 가야 해요"라며 육지로 다시 보내줄 것을 요청한다. 이에 흔쾌히 용왕은 허락하고 자라는 다시 토끼를 육지에 데려다준다. 육지에 도착한 토끼는 "바보야. 간을 어떻게 내놓고 다니냐?"라며 숲으로 도망가 버리고, 자라는 빈 손으로 돌아간다.

 

 이야기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토끼의 간을 못 구한 자라가 죽는 이야기도 있다.

 

 윤동주의 <간>에서는 자라보다는 '토끼의 간'에 집중되어 있다.

 

 바닷가 햇빛을 잘 받은 바위 위에다가 습한 간을 말리자고 했다. 간은 어느 동물에게나 중요한 부위다.  그걸 꺼내서 말리자고 한다. 물론 피가 묻어서 습할 수도 있지만, 윤동주 시인이 굳이 습하다고 언급한 이유는 무엇일까.

 

▼ 간을 잘 지키자

2연

코카서스 산중에서 도망해 온 토끼처럼
둘러리를 빙빙 돌며 간을 지키자,

 

 용궁에서 도망친 토끼가 아닌, 코카서스 산중에서 도망해 온 토끼처럼이라고 표현한다.

 

 코카서스인은 백인을 지칭할 때 쓰는 표현이기도 해서, 서양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썼을 것이다. 윤동주 시집을 읽다 보면, "시대가 이런데 이런 것들도 아는구나" 싶을 정도로 윤동주 시인은 학문에 열정적이었고, 해박했다.

 

 아마 외국에 있는 높은 산 이름을 한 번쯤 들어보지 않았을까. 멀리서도 보면 높고 높은 산이라 겁이 나는데 실제로 가면 얼마나 겁이 날까.

 

 바위에 널어놓은 간 주변을 빙빙 돌며 지키자고 한다. 자신의 취약점을 왜 내어놓고 지키자고 하는 것일까.

 

 갑자기 코카서스가 나온 이유는 그 뒤에 5연에서 나온다.

 

▼ 내가 기르던 여윈 독수리

3연

내가 오래 기르든 여윈 독수리야!
와서 뜯어 먹어라, 시름없이

 

 윤동주가 실제로 독수리를 키웠을까? 아니다. 독수리는 맹금류에 속한다. 사납고 용맹스러운 상징으로 쓰이기도 하는데, 여위었다고 한다. 그 여윈 독수리를 아까 잘 지키고 있던 간을 와서 걱정과 근심으로 맥없이 뜯어먹어라고 한다. 아무 생각 없이 간을 먹어라고 한다.

 

 왜 그렇게 말했을까? 4연을 보면 얼추 추측할 수 있다.

 

▼ 몸은 여위어도 정신과 의지는 불타기를

4연

너는 살지고
나는 여위어야지, 그러나

 

 "나는 여위더라도 너는 살쪄야지."

호랑이에게 물려 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조선 시대부터 호랑이는 유해한 동물이라며 사냥을 하다가 일제강점기에 와서 아예 씨가 말라버렸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쓰고 있는 속담으로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윤동주 시인이 살 때도 이러한 속담이 돌아다지니 않았을까?

 

 독수리에게 자신의 간을 넘긴다. 즉, 이는 자신의 몸을 희생하더라도 정신만큼은 죽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방 것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되, 본인 스스로에게는 내어줄 수 있다는 의미다.

 

허나 마지막 연을 위한 떡밥이었다.

 

▼ 문명의 발전을 가져다줬지만, 처참했던 프로메테우스

5연

프로메테우스 불쌍한 프로메테우스
불 도적한 죄로 목에 맷돌을 달고
끝없이 침전하는 프로메테우스.

 

갑자기 프로메테우스가 나와서 왜 갑자기 나왔을까, 의문이 든 사람이 있을 것이다. 

 

5연을 해설하기 전에, 프로메테우스에 잘 모른다면 이 영상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한글 자막도 있으니 자막을 활성화시키면 된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티탄족 중 하나다. 그리스의 신들과 거인 종족 티탄과 대전쟁을 했었는데, 신들은 이에 승리를  거두었다. '선견'이란 뜻을 가진 프로메테우스는 동생 에피메테우스와 함께 그리스 신들 편에 섰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이에 대한 보답으로 제우스는 모든 생명체를 창조할 수 있는 선물을 주었다. 그래서 동생과 함께 이것저것 만들다가 '인간'도 만들었다. 신들과 비슷한 외형을 가지게 만들었으나 제우스는 이에 죽음이 존재하게 설정했다. 그리고 지상에서 올림푸스 산에 있는 신들을 숭배하도록 했다. 자연에 의해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는 인간은 절대적으로 신에게 복종할 수밖에 없도록 했는데, 이에 제사를 지낼 때 어느 부위를 쓸 것인지 프로메테우스에게 정하라고 했다. 프로메테우스는 꾀를 부려, 하나는 겉으로 좋아 보이는 살을  올려두고 그 아래는 뼈를, 하나는 가치 없어 보이는 부위를 위에 두고 맛있는 것을 아래에 두었다. 제우스는 당연히 전자를 골랐다. 속았다는 것을 안 제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사용하지 못하게 막아버렸다. 프로메테우스는 불을 훔치기 위해 올림푸스 산에 올랐고, 그 불을 훔쳐 인간들에게 다시 베풀었다. 불을 다시 가지게 된 인간들은 생활뿐만 아니라 전쟁 무기로 만들면서 문명이 빠르게 발전했다. 자신의 말을 무시하고 멋대로 행동한 프로메테우스에게 화가 난 제우스는 형벌을 내린다. 절벽에 영원히 묶여서 밤에는 간이 다시 자라고, 아침에는 독수리가 찾아와 프로메테우스의 간을 매일 뜯어먹는다. 하지만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보다는 오히려 당돌했다. (생략) 프로메테우스가 해방된 것은 대영웅 헤라클레스가 프로메테우스의 간을 쪼는 독수리들을 처치하고 사슬을 풀어줘서 가능했다.

 

 

 코카서스가 나온 이유 그리고 독수리가 나온 이유는 5연에서 모두 설명이 가능하다. 올림푸스 신전이 있는 산이었고, 절벽이 있는 곳. 그리고 프로메테우스의 간을 뜯어먹던 독수리. 코카서스에서 도망친 토끼는 프로메테우스.

 

<토끼전>과 <프로메테우스 신화>의 공통점은 '간'이다. 둘 다 잃어서는 안 되고, 소중한 신체 부위 중 하나이다. 또, 간의 주요 기능은 에너지 관리 센터 역할을 맡아서 중요하다.

 

 <토끼전>의 토끼는 자신의 간을 위해서 현명함과 재치 덕분에 살아남았고, 프로메테우스는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고 인간들에게 불을 다시 선물함으로써 인간들의 문명을 발전시키며 끝에 대영웅 헤라클레스 덕분에 살아남는다.

 

윤동주 시인도 주변 환경을 보며 많이 흔들렸을 수도 있다. 같이 유학 온 한국인들이 여기저기에서 잡혀간다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고, 누구는 죽었다카더라, 누구는 고문당했다카더라 등 많은 소문을 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몸은 허약해지고 고통받는 한이 있더라도 의지만큼은 꺾이지 않겠다는 의미로 비친 것이다.

 

 

 


- 편집 프로그램 : 미리캔버스

- 사용된 글꼴 : 대표이미지(THE도담M, THE나무L)

- <토끼전>에 관련된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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