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와 나와
윤동주
귀뚜라미와 나와
잔디밭에서 이야기했다.
귀뚤귀뚤
귀뚤귀뚤
아무에게도 알으켜 주지 말고
우리 둘만 알자고 약속했다.
귀뚤귀뚤
귀뚤귀뚤
귀뚜라미와 나와
달 밝은 밤에 이야기했다.
1938
사실, 1938년에는 윤동주 시인에게도 애정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가? <사랑의 전당>을 읽으면 알 수 있다. 하지만 쌍방향은 아니었고, 일방적으로 윤동주 시인이 4년간 짝사랑했다는 점이다. 자, 가을에 귀뚜라미는 왜 울고 있는지, 윤동주 시인은 귀뚜라미와 무슨 말을 했었을까?
◆ 우선, 귀뚜라미가 우는 과학적인 이유를 찾아보자.
귀뚜라미가 우는 이유 (feat. 네이버 지식인)
수컷 귀뚜라미만 소리 낼 수 있다.
1. 또르륵 또르륵 하며 계속 내는 소리는 자기 영역을 유지하기 위한 신호이다.
주변에 있는 수컷에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자는 의미이다.
2. 암컷을 위해 연주하는 듯한 소리가 있는데, 훨씬 부드럽게 들린다고 한다.
이 소리가 바로 짝짓기를 하기 위한 구애의 소리...
3. 수컷끼리 싸울 때 내는 소리. 이때 아주 강한 소리를 낸다고 한다.
자, 귀뚜라미가 "왜" 우는지를 설명해 줬다. 그러면 윤동주 시인이 "왜" 귀뚜라미와 대화하고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
◆ 마음이 심란할 때는 산책이 최고
(1연)
귀뚜라미와 나와
잔디밭에서 이야기했다.
윤동주 시인은 잔디밭에서 귀뚜라미와 대화를 했다고 한다. 잔디밭에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산책'을 나와야 한다. 그런데 늘 습관적으로 걷는 사람 말고는 잘 나오질 않게 된다.
나 같은 경우에는 다이어트를 하면서 조금씩 걷던 습관이, 지금은 마음이 심란하거나 답답할 때마다 산책하러 나간다. 그것도 밤에 나가면, 조용하기 때문에, 이 생각, 저 생각, 다 지울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 더 그리워진다거나 보고 싶다거나.
◆ 귀뚜라미가 대답한다.
(2연)
귀뚤귀뚤
귀뚤귀뚤
윤동주 시인이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팍 쉬었을 수도 있다. 익숙한 곳에 가면 평소에 잘 못 느끼지만, 감성이 풍만해질 때는 느낄 수 있다. 풀밭에서 귀뚜라미가 울고 있다는 것을.
윤동주 시인은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친구에게 말을 하듯이, 귀뚜라미에게 혼잣말을 했다.
그러자 귀뚜라미는 정말 대화를 해주듯이, "귀뚤귀뚤".
◆ '아르켜 주다/알으켜 주다', 너에게만.
(3연)
아무에게도 알으켜 주지 말고
우리 둘만 알자고 약속했다.
알으켜 주다라는 것이 뭘까. '알려 주다'와 '가리키다'가 합쳐진 시적 허용 단어다.
알려주지도 말고, 가르켜주지도 말자는 것이다. 귀뚜라미와 윤동주 시인 딱 둘만 알자고 약속했다고 한다.
도대체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친한 친구에게 비밀을 털어놓듯이, 윤동주 시인은 귀뚜라미에게만 털어놓았다.
◆ 귀뚜라미의 울음소리가 위로가 될 때에
(4연)
귀뚤귀뚤
귀뚤귀뚤
귀뚜라미는 윤동주 시인의 비밀에 알겠다는 듯이, 귀뚤귀뚤 소리를 냈다. 어쩌면, 사람과 대화하는 소리보다 답답한 마음이 더 빨리 씻겨 내려갈 수도 있다.
◆ 내 님은 밝은 달에 있네
(5연)
귀뚜라미와 나와
달 밝은 밤에 이야기했다.
그렇게 닭 밝은 밤에 귀뚜라미와 대화를 했다고 했지만, 달에 내 그리운 님을 넣어두고 얘기를 했겠지...
아무래도 달이 밝으면 밝을수록 더 생각나는 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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