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평생 공부다/윤동주 시 해석

유언 - 윤동주 해설, 돌아오지 않음을 알지만 돌아오길 기다리는 사람

한이 HanE 2023. 2. 22.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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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 - 윤동주 해설

유언

        윤동주

 

후어-ㄴ한 방에

유언은 소리 없는 입놀림.

 

바다에 진주 캐러 갔다는 아들

해녀와 사랑을 속삭인다는 맏아들

이밤에사 돌아오나 내다 봐라-

 

평생 외롭던 아버지의 운명

감기우는 눈에 슬픔이 어린다.

 

외딴 집에 개가 짖고

휘양찬 달이 문살에 흐르는 밤.

 

                                        1937.7


 다시 돌아온 윤동주 시 해설. 유언에 관해서 다른 책들도 참고했지만, 이에 대해 정확하게 나온 정보가 없다.

 

 1937년 7월에 발표된 것과 1937년 10월 24일에 발표 난 것 두 가지가 있는데, 아래는 10월이다.

유언
         윤동주

훠-ㄴ한 방에 유언은 소리 없는 입놀림.

-바다에 진주 캐러 갔다는 아들

평생 외로운 아버지의 운명,

외딴집에 개가 짖고,
휘양찬 달이 문살에 흐르는 밤.

_1937.10.24

 10월에 나온 것은 2연에 2줄이 빠져 있고, 3연에도 한 줄이 빠져있다. (참고 도서 : 윤동주의 문장, 임채성 엮음, 출판사 홍재, p103)

 

 이번 해설은 7월작을 기준으로 잡았다.


◆ 마지막이 언제일지 모르기에 마음속으로만 담아두는 것

(1연)
후언-한 방에
유언은 소리 없는 입놀림.

 우선, 유언에 관한 뜻을 알아보자.

  1. 말이 있음. 또는 말을 함.
  2. 1) 깊고 그윽한 말. 2) 귀신이나 도깨비의 말.
  3. 떠도는 말.
  4. 추한 말.
  5. 비유하는 말
  6. 아첨하는 말
  7. 1) 죽음에 이르러 말을 남김. 또는 그 말. 2) (법률) 자기의 사망으로 인하여 효력을 발생시킬 것을 목적으로 하여 행하는 단독의 의사 표시. 만 17세 이상이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유언의 방식으로는 자필 증서, 녹음, 공정 증서, 비밀 증서, 구수 증서 따위가 있다.

 방이 훤하다고 했다. 훤하다는 것은, 앞이 탁 트여 매우 넓고 시원스럽다는 것이다. 탁 트인 방. 그런데 이거로는 조금 설명하기 부족하다. 이와 비슷하게 부정적인 느낌의 단어로는 휑하다가 있다.

 

 이 말은, 아무도 방에 없음을 의미한다. 아무도 없는 휑하고 탁 트인 방에, 자신의 죽음에 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유언을 남기거나 말하거나 생각할 때에, 다른 이에게 전해지지 않으니 소리 없는 말들뿐이다. 그래서 윤동주 시인은 유언은 소리 없는 입놀림이라고 표현했다. 

 

 

◆ 세상을 떠났다는 것보단 사랑의 도피를 하러 갔다고 생각하고프기에

(2연)
바다에 진주 캐러 갔다는 아들
해녀와 사랑을 속삭인다는 맏아들
이밤에사 돌아오나 내다 봐라-

 누구를 생각하고 이 시를 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동네에 계신 어느 한 아버지를 보고 지은 것이 아닐까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7월용에는 아들과 맏아들 이렇게 표현이 두 가지가 나오는데, 아들이 만약 둘이라면,

 

→ 그 아버지한테는 아들이 두 명 있었다. 한 명은 바다에 진주를 캐러 가고, 한 명은 해녀와 사랑에 빠져 바다로 갔다. 그러고 이 밤에라도 아들 두 명이 돌아올까, 창밖을 바라본다.

 

 어쩌면, 어쩌면 이 아버지는 아들들이 두 명이나 바다에서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수 있다. 그 몸이라도 봐야 떠났다는 것을 믿을 수 있달까. 어딘가에 지내고 있겠지, 어딘가에서 살고 있겠지라고 굳게 믿고 싶은 것이다.

 

 그렇기에, 밤마다 그 빈자리가 너무나도 휑하고 크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혹시나 돌아오지 않을까 싶으니 창밖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 언젠간 돌아오겠지라는 희망이 꺼져갈 때

(3연)
평생 외롭던 아버지의 운명
감기우는 눈에 슬픔이 어린다.

 희망이 때로는 기적처럼 일어날 때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너무 허다하다.

 

 마을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발걸음 소리에 혹여나 자신의 아이일까 창밖을 바라보진 않았을까. 기다리고 기다려도 쓸쓸한 밤만 자신을 반겨줄 뿐, 그리운 자식의 발걸음 소리,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밤은 깊어지기에 잠은 들어야 하니, 감기는 눈은 내일 또 기다려야 하는 이 쓰라린 고통을 견뎌내야 하기에, 눈가가 슬픔이 가득하다.

 

◆ 사람 소리 없는, 고요하면서 차가운 밤

(4연)
외딴 집에 개가 짖고
휘양찬 달이 문살에 흐르는 밤.

 다른 집에서는 개가 짖는 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어쩌면, 이 늦은 시간에 다른 가정에서는 자식들이 돌아오는 소리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쓸쓸한 밤이 더 쓸쓸하게 느껴지고 고독함이 더 짙게 찾아올 수밖에 없다.

 

 휘양찬이라고 되어있는데, '휘황찬란하다'라는 단어가 아닐까.

  1. 광채가 나서 눈부시게 번쩍이다.
  2. 행동이 온당하지 못하고 못된 꾀가 많아서 야단스럽기만 하고 믿을 수 없다.

 눈부시게 번쩍이는 달빛이 문살 사이로 들어오는 밤. 보름달 정도는 되어야 밤이 밝아 보인달까. 윤동주 시인이 '달'을 쓰는 것 중 하나는 외로움과 보고 싶은 마음이다. 달빛이 문살을 뚫고 들어올 정도로, 아버지가 아들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굉장히 크다는 것이다.


 비슷한 상황을 겪어서 그런지, 알 것만 같다. 유언인 듯한 아닌 듯한 그런 말들. 그립지만 그립다고 함부로 입 밖으로 꺼내보지 못하는 그 마음.

 

 꿈이겠지. 한켠으로 꿈이라 여겼지만, 현실이었다. 10년 되어가니 서서히, 현실이 보이기 시작했다. 미루기만 했던 나의 작업들. 이제 정말 끝인 것을 알기에, 미련 없이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지만, 오늘 밤에도 또 그리워해 본다. 그저 보고 싶다.

 


- 편집 프로그램 : 미리캔버스

- 글꼴/폰트 : 독립서체 안중근

- 사전 : 네이버 국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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