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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앓는 밤에 - 박목월 해설, 마음이 아프고 불편한 밤은 누군가 아픈 밤

한이 HanE 2023. 2. 10.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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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앓는 밤에 - 박목월 해설

 

어머니가 앓는 밤에

                             박목월

 

수건으로 머리를 동여매고

어머니는 아랫목에 앓아누워 계시고

 

나는 건넌마을

조 약국趙 藥局을 모시러 갔다.

그 어른의

감초甘艸 냄새 풍기는

두루막 자락···

 

노상

헛기침만 하며

진맥하시는 조 약국趙藥局 어른의

아랫턱이 뾰죽했다.

 

관솔가지에 불을 켜 들고

약국藥局 어른이

다시 한 번 다녀가신 후에

밤은 길고 길었다.

 

끙끙 앓는 어머니의 머리맡에

무릎을 모아 앉아 있으면

나의 정성만으로는

어머니의 병이 낫지 않을 것만 같은

불안한 밤을

 

의지해 보는

하나님의 이름.

 

약을 다리며 밖으로 나오면

우중충한 봄밤을

지붕 저편으로 달무리가 기울고 있었다.


 시인들이나 작가들은 보통 자식이나 아내가 아픈 얘기를 작품에 스며넣기도 한다. 물론, 아버지나 어머니에 대한 얘기도 넣지만, 특히 어머니와 관련되어서는 '그리움'을 넣는 편이다. 그러나 박목월 시인은 어머니가 아프셨던 일에 대해 시를 썼다. 흔한 주제나 소재가 아니기 때문에 해설 및 감상문을 쓰기로 했다.

 

◆ 아플 때는 따뜻하게

(1연)
수건으로 머리를 동여매고
어머니는 아랫목에 앓아누워 계시고

 감기라든가, 체했다든가 그런 증상들은 누가 봐도 그렇게 보이는데, 아닌 경우에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원인 모르게 아플 때, 다들 따뜻하게 누워있는 편이다. 몸이 따뜻해야 일단 조금이라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다.

 

 그렇기에 박목월 시인의 어머니도 따뜻한 아랫목에 누워서 수건으로 머리를 동여맸다고 한다.

 

 수건을 머리에 동여매는 경우에는 식은땀이 나거나 이 힘듦을 이겨내기 위함이거나 열을 내릴려고 쓰는데, 현재는 식은 땀이 나서 머리에 매지 않았을까.

 

◆ 아픈 이를 집에 두고, 약국을 찾는 기분이란...

(2연)
나는 건넌마을
조 약국을 모시러 갔다.
그 어른의
감초 냄새 풍기는
두루막 자락…

 지금의 병원, 약국 시스템과 박목월 시인 때의 시스템은 완전히 달랐다. 약국에서 약 처방이 가능했기 때문에 평민들에게는 약사가 곧 의사나 다름없기도 했었다. 아직 교통수단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시절에다가 약국마저도 흔한 것이 아니었기에 모시러 가야 했었다.

 

 민간요법(사람들 속에서 오랜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면서 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데 쓰이고 있는 손쉬운 치료 방법:한국전통지식포탈)을 많이들 사용했는데, 그중에 감초가 흔한 것이었다. 감초에 대해 검색을 해봐도, 여전히 많이 사용되고 팔리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감초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면, 옛날 한 의원이 치료를 잘하기로 소문이 나서 환자들이 몰려왔는데, 왕진이 잦아 환자를 제때 치료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의원의 부인이 부엌에서 땔감으로 쓰려던 풀더미를 우연히 발견하고 맛을 보니 달았다고 한다. 부인은 모든 풀이 약으로 쓰이니 이 풀도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하여, 환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모두 병이 나았다고 한다. 나중에 의원이 그들의 증상을 확인해 보니 각각 다른 증상에 효과가 있음을 보고 또 그 풀을 써보니 정말로 효과를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감초는 모든 약의 독성을 조화시켜서 약효가 잘 나타나게 하며, 장부의 한열과 사기를 다스리고 모든 혈맥의 소통을 잘 시키며 근육과 뼈를 튼튼히 하게 한다고 한다. 약리작용은 해독작용, 간염, 두드러기, 피부염, 습진 등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진해·거담, 근육이완, 이뇨작용, 항염작용이 있고, 소화성궤양을 억제한다고 한다. (이 모든 긴 설명은 두산백과:감초)

 

  건너 마을에서 약국 선생님을 모시러 갔는데, 그 약국 선생님의 한복 외투에는 감초 냄새가 풍겼다고 한다. 그 당시에 민간요법으로 흔하게 쓰이는 만병통치약이었을 테니 말이다. 

 

◆ 나이가 들면, 마음도 늙지만 몸도 늙는다

(3연)
노상
헛기침만 하며
진맥하시는 조 약국 어른의
아랫턱이 뾰죽했다.
  • 노상1 : 언제나 변함없이 한 모양으로 줄곧.
  • 노상 : 방언. '늙은이/노인'의 방언.

  노상에는 여러 가지 뜻이 있는데, 여기에 쓰인 노상은 어느 의미일까. 언제나 변함없이 한 모양으로 줄곧 헛기침을 하시는 조 약국 어르신일까, 늙은 헛기침만 하시는 조 약국 어르신일까? 나는 아무래도 후자가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나이가 들면 기침이 잦아진다. 폐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날씨가 조금 추워져도, 찬바람을 조금 맞아도, 콜록콜록 기침이 나온다.

 

 박목월 시인이 약국 어른이라고 언급을 했기 때문에, 우선 자신보다 나이가 더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를 진맥하는 조 약국 어르신의 아래턱이 뾰족했다고 한다. 턱이 뾰족해질 수 있도록 만들어 보라. 어떤 표정인가?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다. 

 

◆ 누군가가 앓는 밤은 가장 긴 밤이다.

(4연)
관솔가지에 불을 켜 들고
약국 어른이
다시 한 번 다녀가신 후에
밤은 길고 길었다.
  • 관솔가지 : 송진이 많이 엉긴 소나무의 가지. (네이버국어사전)

 

 옛날에는 약을 직접 달였다. 그랬기에 나뭇가지 같은 것을 주워서 지피기도 했다.

 

 약국 선생님이 한 번 더 다녀가신 후, 이제 어머니를 돌봐야 하는 의학 지식도 없는 본인만 남았다.

 

 밤이 그저 길 수도 있는 일인데, 길고 길었다고 말한다. 아침이 된다고 해서 아픔이 사라질지 아닐지도 모르지만 늘 밤은 고비다.

 

◆ 누군가의 아픔이 정성만으로도 나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5연)
끙끙 앓는 어머니의 머리맡에
무릎을 모아 앉아 있으면
나의 정성만으로는
어머니의 병이 낫지 않을 것만 같은
불안한 밤을

 아픈 사람 곁에서는 실제로 뭔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 특히 원인도 모를 병이라면.

 

그나마 해줄 수 있는 거라곤, 옆에 같이 있어주는 것뿐이다.

 

 낫길 바라는 이 마음과 정성만으로 사람이 나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점점 더 고통을 호소하는 소리에 이 병이 안 나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만 더 앞설 뿐이다.

 

◆ 박목월 시인의 종교가 드러나는 구절

(6연)
의지해 보는
하나님의 이름.

 그러니 자신도 기댈 수 있는 존재를 찾는다. 그건 바로 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 제발 전지전능한 신 보고 고쳐달라는 것이다.

 

◆ 길고 긴 밤은 그래도 지나간다. 마음의 쓰라림은 넘어가지 않지만.

(7연)
약을 다리며 밖으로 나오면
우중충한 봄밤을
지붕 저편으로 달무리가 기울고 있었다.

 밖에서 또 약을 다려서 방으로 들고 들어가려는데, 하늘을 한 번 쳐다본 거 같다. 봄인데, 따스한 봄이어야 할 터인데, 왜 이리 우중충하고 어두울까.

 

  • 달무리 : 대기 중에 물기가 많을 때, 밝은 보름달 주변에 둥글고 허연 테가 생기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달 주변에 허연 테가 생겨나는 것을 '달무리가 지다'라고 한다.

 

  그 이유는 비가 올 수도 있는 날씨이기 때문이다. 내일 비가 내릴 수도 있지만, 그 비가 걱정하는 이의 마음에 내릴 수도 있는 깊고 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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