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김남조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다
그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 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 귀절 쓰면 한 귀절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 번도 부치지 않는다
중학생 때였는지 고등학생 때였는지 기억은 잘 안 나지만,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라는 구절과 "한 귀절 쓰면 한 귀절 와서 읽는 그대"이 구절이 가장 인상 깊었다. 또한, 그 당시에 잘 없던 여성 작가였기에 소개로 그래서 이 시를 언젠가 감상문 혹은 해설/해석 해보고 싶었다.
◆ 그만큼 많이 생각나고 떠오르는 사람
(1연)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다
그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짝사랑하던 사람과 사랑을 해본 적이 있는가. 아니면 덤덤했던 사이에서 사랑에 빠져본 적이 있는가.
그 사람이 무슨 행동을 하든지 다 사랑스러워 보인다. 그저 그 사람 존재 자체가 사랑스럽다.
그 사람 자체가 사랑스러운 것과는 별개로 외로운 마음은 쌓인다. 왜냐하면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그만큼 좋아할 일이 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홀로 외로움을 견뎌내야 한다. 이 감정을 상대방에게 말한다 한들, 좋은 결과가 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홀로 감정을 삼키며 울기도 한다.
◆ 진심으로 사랑하면, 모든 것을 비추게 되는 거울
(2연)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 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좋아하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이 그만큼 통한다면, 그 사람 앞에서 그 누구보다 솔직하고 정직해진다. 그래서 사랑하다 보면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되기도 한다. 내 내면이나 내 행동, 말투, 표정을 가끔 나보다 더 잘 알고 눈치채는 상대에게 들키면 기분이 묘해진다. 그래서 시인이 "그대는 제일 영롱한 거울"이라고 표현하지 않았을까.
그 사람과 관계가 깊어질수록 감정이 더 짙어져 가는 만큼, 감정도 솔직해진다. 슬플 때도 눈물이 나오지만, 행복할 때도 눈물이 나온다. 사랑 또한 이중적이다. 기쁘고 행복하고 즐거운 감정들도 있지만, 반대로 슬프거나 화나거나 짜증나는 감정들도 있다. 나도 모르는 감정들이 불쑥 튀어나오기도 하는데, 이러한 새로운 감정들로 인해, 나를 다시 보기 시작하는 거 같다. 시인은 그러한 자신을 보며 시작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 편지를 쓴다는 것은 온전히 그 사람을 향한 마음만을 담기에
(3연)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 귀절 쓰면 한 귀절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 번도 부치지 않는다
- 귀절 = 구절
그렇게 화자는 매일 그대에게 편지를 쓴다고 했다. 하지만 화자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 사람을 생각하며 한 구절 쓰면, 다가와서 읽고 가고, 또 한 구절 쓰면 또 읽고 가기에 이 편지를 부치지 않는다고 했다. 시인이 사랑하는, 그리고 시인을 사랑하는 그 사람은 아무래도 시인을 많이 사랑했던 거 같다. 사랑하는 사람이 무얼 하는지 궁금해하며 다가간다는 것 자체가 이미 사랑스러운 행동이 아닌가.
예전에 나도 연애할 때 편지를 많이 썼던 기억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주변에 군대 간 지인들에게도 쓴 적이 있었다. 편지를 쓴다는 것은 그만큼 상대방을 생각한다는 것이다. 또 편지를 쓸 때 다른 거에 집중할 수가 없어서 오로지 그 편지 쓰는 거에만 시간을 써야만 한다. 많은 정성이 들어가는데도 불구하고 요새는 별로 편지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경우가 없어서 한편으로는 조금 씁쓸하다.
- 편집 프로그램 : 미리캔버스
- 글꼴/폰트 : 나눔손글씨 딸에게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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