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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관 - 박목월, 떠난 이를 그리는 마음으로 쓴 시 해설

한이 HanE 2022. 10. 26.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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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관 박목월 해설 해석

 

하관

        박목월

 

관이 내렸다.

깊은 가슴 안에 밧줄로 달아내리듯

주여

용납하옵소서

머리맡에 성경을 얹어주고

나는 옷자락에 흙을 받아

좌르르 하직했다.

 

그 후로

그를 꿈에서 만났다.

턱이 긴 얼굴이 나를 돌아보고

형님!

불렸다.

오오냐 나는 전신으로 대답했다.

그래도 그는 못 들었으리라

이제 네 음성을

나만 듣는 여기는 눈과 비가 오는 세상.

 

너는 어디로 갔느냐

그 어질고 안쓰럽고 다정한 눈짓을 하고

형님!

부르는 목소리는 들리는데

내 목소리는 미치지 못하는

다만 여기는

열매가 떨어지면

툭 하고 소리가 들리는 세상.


 네이버 블로그에서 박목월 시인의 하관을 해설한 적이 있었다. 해설이라기보다는, 하관을 필사하면서 느꼈던 나의 일들에 관해서 써놓기 바빴다. 그리고 조금 (많이) 다급하게 쓴 글이다 보니, 주어나 목적어가 빠져 자연스럽지 않은 문장도 있었기에, 이번 게시글은 사적인 이야기 없이 깔끔하게 해설만 해보려고 한다.


◆ 박목월 시인의 종교 그리고 떠난 이

(1연)
관이 내렸다.
깊은 가슴 안에 밧줄로 달아내리듯
주여
용납하옵소서
머리맡에 성경을 얹어주고
나는 옷자락에 흙을 받아
좌르르 하직했다.

 박목월 시인의 친구 조지훈 시인의 종교는 불교다. 그렇다면 박목월 시인의 종교는 뭘까? <하관>에서 잘 드러나있다.

 

 힌트는 1연에 나와있다. '주여'와 '성경'이다. 이 두 단어로 박목월 시인의 종교는 '기독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1연에서의 일을 요약하자면, 누군가가 세상에 떠나 관을 내렸다. 2연과 3연을 보면 알겠지만, '아우'가 떠났다고 명시되어있다.

 

 박목월 시인의 형제는 2남 2녀로, 장남으로 태어났다. 하관의 내용을 추측해본 바, 동생이 떠났을 경우가 높다. 서른을 넘긴 동생은 폐결핵에 걸렸다고 한다. 고향에서 투병생활을 하다 요절했다고 한다.(출처 : 주간경향)

◆ 그리운 아우를 만난 곳은 결국 꿈이었다

(2연 중)
그를 꿈에서 만났다.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사람이 생기면, 만나게 되는 장소가 바로 '꿈'이다. 짝사랑을 해도, 사랑을 해도, 가족이어도 만날 수 있는 곳이 꿈이다. 만일 세상에서 다시 보지 못하는 얼굴을 볼 수 있는 곳 또한 어디인가? 바로 꿈이다. 박목월 시인은 꿈에서 그를 만났다고 소개한다.

 

(2연 중)
턱이 긴 얼굴이 나를 돌아보고
형님!
불렸다.

 아우의 생김새를 말해주며 시작한다. 턱이 긴 얼굴을 한 아우가 꿈에서 "형님!"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나 또한 꿈을 생생하게 꾸는 편이라, 세상에서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목소리를 꿈에서 듣는다는 건 행복하면서도 괴로웠을 것이다. 또한 보지 못하는 얼굴을 꿈에서 본다는 것가혹하면서도 가장 원하던 것이었을 터이니.

 

(3연 중)
그 어질고 안쓰럽고 다정한 눈짓을 하고
형님!
부르는 목소리는 들리는데

 2연뿐 아니라, 3연에서도 아우의 다정한 눈빛을 표현한다. 같이 살아온 지난 세월들이 얼마나 떠오를까. 2연과 3연에서 박목월 시인은 아우가 불러도 '듣기'만 한다.

 

◆ 살아있음을 절실하게 느끼는 그 순간들

(2연 중)
오오냐 나는 전신으로 대답했다.
그래도 그는 못 들었으리라
이제 네 음성을
나만 듣는 여기는 눈과 비가 오는 세상.

 앞에 꿈에서 만난 동생과 다른 세상을 살고 있음을 크게 느낄 수 있는 구절이다.

 

 박목월 시인은 동생의 부름에 응답이라도 하듯, "오오냐" 크게 불렀다. 하지만, 박목월 시인도 알고 있었다. 동생이 자신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것을.

 

 일방적으로 듣기만 할 수 있는 박목월 시인은 살아있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음을 알린다. '여기는 눈과 비가 오는 세상'이라며.

 

(3연 중)
부르는 목소리는 들리는데
내 목소리는 미치지 못하는
다만 여기는
열매가 떨어지면
툭 하고 소리가 들리는 세상.

  그리운 동생과 만나 대화를 하고 싶지만, 대화를 할 수가 없다. 목소리를 들을 수만 있지, 자신이 하는 말을 전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목월 시인은 다시 언급한다. '여기는 열매가 떨어지면 툭 하고 소리가 들리는 세상'이라고.


 박목월 시인의 시집을 구매했는데, 한자도 많고 글도 길고 어렵긴 어렵다. 박목월 시인은 동시도 지었는데, 동시도 간혹 가다 한 번씩 소개할까 싶다. 글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만 줄여야겠다.


- 편집 프로그램 : 미리캔버스

- 사용된 폰트/글꼴 : 순바탕 가는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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