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평생 공부다/여유를 가져다주는 시

너는 또 봄일까 - 백희다, 그대가 그리워지는 사계절이다

한이 HanE 2022. 11. 1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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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또 봄일까 - 백희다

 

너는 또 봄일까

                        백희다

 

봄을 닮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래서 여름이 오면 잊을 줄 알았는데

또 이렇게 네 생각이 나는 걸 보면

너는 여름이었나

이러다가 네가 가을도 닮아있을까 겁나

하얀 겨울에도 네가 있을까 두려워

다시 봄이 오면

너는 또 봄일까


 이 시를 읽으니 예전에 7년간, 햇수로는 8년 만났던 전 남자친구가 생각났다. 깔끔하게는 헤어졌지만 좋게는 헤어지지 못한 그런 사이. 결혼까지 생각했지만, 함께 할 운명은 아니었던 거 같다. 헤어질 때도 계절마다 생각이 나면 어쩌지 했지만, 생각보다 나는 괜찮다.

 

 7년간 좋은 추억은 많았었다.

 

 첫 시작의 계절은 가을이었다. 춥지도 덥지도 않았던 계절, 시원하게 산책 다닐 수 있었던 좋은 계절이었다. 같이 운동했던 사람이라 그런지, "같이 산책 갈래?"라고 물었더니, 알겠다며 나와줬던 사람.

 

 체육관에서도 주중에 매일 만났지만, 또 주말에 따로 만나고, 사귀기 전에는 내가 데려다 줬었는데, 사귄 후로는 남자친구가 늘 데려다줬다. 무언가 깜빡하고 못 건네줬을 때, 가던 발걸음을 돌려 다시 얼굴이라도 보기 위해 돌아왔던 사람.

 

 가까운 곳에 데이트 할 곳이 마땅치 않아, 여기저기 산책 겸 돌아다니다 길을 잘못 들어 헤매기도 했었던 그런 나날들. 짜증 날 법했지만, 그냥 둘이라서 좋았던 추억들.

 

 싸울 일도 그닥 없었다. 답답한 면만 있었을 뿐, 착하디 착했기 때문에 그냥 다 좋았다.

 

 그 당시에는 배달이 잘 안 되었던 터라, 카페에서 무슨 음료가 마시고 싶다 하면 사다 주고, 편의점에 뭔가가 필요하다 하면 사다 주고, 아프면 약국에 가서 약을, 겨울이 되면 붕어빵을 사다 주던 사람.

 

 내가 무얼 하든 신뢰하고, 나 또한 그 사람을 신뢰하고 아무런 불안함 없이 잘 사귀던 사이었다. 이런 사람이라면 조금은 심심하겠지만, 함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었다.

 

 내 뜻대로 무조건 일이 흘러가리라는 보장은 없으니, 이별을 덤덤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 시를 감상하다가 또 다른 한 사람이 떠올랐다.

 

 사계절을 내내 생각나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조금은 잊혀지나 싶어도, 늘 내 기억에 남아있는 사람. 보고 싶어도 다시 볼 수가 없어서 그런지 늘 그리운 사람이다.

 

 벌써 9년이나 흘렀지만, 봄에도, 여름에도, 가을에도, 겨울에도 늘 떠오르는 사람.

 

 내가 하는 일에 늘 응원해주던 사람. 하얀 눈을 좋아하던 사람. 시원한 독서의 계절을 좋아하던 사람. 놀기 좋은 계절이라던 여름을 좋아하던 사람. 예쁜 꽃이 많이 피는 계절이라고 좋아하던 사람.

 

 많은 고민이 있었을 텐데, 끝에서야 나에게 털어놨던 사람. 그게 마지막인 줄도 모르고 안심하던 바보 같았던 나였는데, 그래도 누굴 미워하지 않았던 사람.

 

 보고 싶어도 이제 보지 못하기에, 꿈에서라도 널 볼 수 있을까 했지만, 이제는 꿈에서도 볼 수 없는 사람.

 

 이 그리운 마음의 끝은 어딜까. 나도 잘 모르겠다.

 

 여전히 그립고 보고싶기에 끝이 있을까.

 

 너는 나에게 봄이었을까, 여름이었을까, 가을이었을까, 겨울이었을까. 그 어느 하나가 아닌, 너는 나에게 있어서 모든 계절이었기에 아직도 여전히 아픈가 보다.


 

 

 

이 시와 비슷한 느낌의 노래가 있다면 바로 너드커넥션의 <좋은 밤 좋은 꿈>이다.

 

저 많은 별을 다 세어 보아도
그대 마음은 헤아릴 수 없어요

그대의 부서진 마음 조각들이
차갑게 흩어져 있는 탓에

그댄 나의 어떤 모습들을
그리도 깊게 사랑했나요

이제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좋은 밤 좋은 꿈 안녕

시월의 서늘한 공기 속에도
장미향을 난 느낄 수가 있죠

오월 어느 날에 피었던
빨갛던 밤을 기억하거든요

그댄 나의 어떤 모습들을
그리고 깊게 사랑했나요

이제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좋은 밤 좋은 꿈 안녕

까만 밤이 다 지나고 나면
이야기는 사라질 테지만

이름 모를 어떤 꽃말처럼
그대 곁에 남아 있을게요

나는 그대 어떤 모습들을
그리도 깊게 사랑했었나

이제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좋은 밤 좋은 꿈 안녕

그중에 마음에 든 구절이 있다면, 그댄 나의 어떤 모습을 깊게 사랑했는지, 나는 그대 어떤 모습을 깊게 사랑했는지, 10월인데도 5월의 장미향이 느껴진다는 구절, 이름 모르는 꽃의 꽃말처럼 그대 곁에 남아있겠다는 구절.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좋은 밤, 좋은 꿈, 안녕.

 


- 편집 프로그램 : 미리 캔버스

- 글꼴/폰트 : THE홍차왕자 네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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