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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 박목월 해설 해석, 풍류의 시인이 완화삼에 답가하다

한이 HanE 2022. 9. 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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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박목월 해설 해석
나그네-박목월 시인 해설

 

나그네

           박목월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오랜만에 윤동주 시인의 시가 아닌 박목월의 시를 해설하려고 한다.

 

 나는 박목월 시인의 시 중, <하관>을 가장 인상을 깊게 받았다. 그 이유는 공감 됐기 때문이다. 사람을 떠나 보낸 심정과 겪었던 상황들, 그리고 그리워 하는 마음. 나 또한 같은 절차를 겪어서였다.

 

 박목월의 <하관>은 윤동주 시인의 시를 조금 더 소개한  뒤 해설해볼 예정이다.

 

 박목월 시인 곁에서 같이 시집을 출간할 정도로 가까우면서도 청록파로 함께 활동했던 시인, 조지훈이 있었다. 조지훈 시인의 시 중, <완화삼>이라는 시가 있다. 그 시에 대한 답으로,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라는 부분을 따서 <나그네>를 지었다고 한다. 그전에 <완화삼>이라는 시가 무슨 시인지 먼저 봐야 한다.

 

완화삼 - 목월에게
                           조지훈

차운산 바위 위에 하늘은 멀어
산새가 구슬피 울음 운다.

구름 흘러가는
물길은 칠백 리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

이 밤 자면 저 마을에
꽃은 지리라

다정하고 한 많음도 병인 양하며
달빛 아래 고요히 흔들리며 가노니

 

 해설은 티스토리에 올려뒀으니, 참고하면 된다.

 

◈ (2연)'구름에 달 가듯이/가는 나그네'는 무엇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일까?

 

 가장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1연에 나와있다.

 

1연)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제일 먼저, 강나루를 건넌다는 것이 무엇일까?

 

 강나루란 강에서 배가 건너 다니는 일정한 곳(출처:네이버 국어사전)을 의미한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강을 건넌다고 생각하면 된다.

 

 밑밭을 생각한다면, 나는 <반고흐의 까마귀 나는 밀밭>이 떠오른다. 우리나라에서는 밀밭은 높아도 허벅지까지인데, 외국에서는 사람 키만 하게 키우기도 하는 거 같다.

 

(왼) <까마귀 나는 밀밭> 빈센트 반고흐, 1870, 프랑스 // (오) 사진 출처 : pxhere 검색어 밀밭

 

 이런 밀밭 사이를 건너간다면, 어떻게 보이겠는가?

 

 무언가가 밀밭 사이로 움직이는 것이 보일 것이다. 밀이 낮게 자란 곳에는 사람이 보였다가, 밀이 길게 자란 곳에 간다면 가려져서 밀이 흔들리는 것만 보일 것이다.

 

 보름달이 뜬 날, 구름이 낀 날 밤하늘을 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알 것이다. 구름에 살짝 가려지면, 밝은 달이 어두워졌다가 다시 구름이 바람에 흘러가면, 밝아진다. 이것을 박목월 시인은 '구름에 달 가듯이'로 표현했다.

 

 또한 조지훈의 <완화삼>에서 나오는 '구름이 흘러가는' 시 구절처럼 '구름'이라는 단어를 이용하여 시에 넣었다고 볼 수 있다.

 

◈ (3연) '길은 외줄기/삼백리'는 무슨 의미일까.

길은 외줄기
삼백리

 

 박목월 시인은 조지훈 시인이 썼던 칠백리에 답하듯이, 삼백리로 표현했다.

 

 <완화삼>처럼 거리를 계산하면, 낙동강이 끝나는 곳, 부산을 기준으로 잡으면 비슷하다. 300리는 약 117.8km다. 현재 기준으로 경주 시청에서 부산 시청으로 잡으면, 98km가 나온다. 낙동강이 끝나는 지점인 을숙도로 잡으면 약 94km다.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길이 잘 닦여있기 때문에 거리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강줄기를 정말 따라가는 것이라면, 직선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서 도로보다 더 구불구불하게 내려오기 때문에 저 정도의 거리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평범하게 강줄기라는 표현을 쓸 수도 있었다. 외줄기를 씀으로써 의미를 더 강조했다. 외줄기는 강줄기가 하나라는 의미인데, 이것은 나그네의 삶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정처 없이 여기저기 떠돌아다닐 수는 있으나, 생각을 해보자.

 

 그 시대 때는 스마트폰과 같은 것도 없고, 전기도 제대로 보급되지 않아서 손전등도 없었다. 그리고 지도도 흔한 것도 아니었다. 산속으로 들어간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잡고 돌아다녀야 할까? 산 정상으로 갔다가 빠져나오는 길은 또 어떻게 나올까? 한국전쟁에서부터 쓰였던 헬리콥터가 있을 리가 없다. 구조해줄 사람도 없다는 뜻이다. 오래 떠돌이 생활을 해보더라도, 옛날에는 산속에서 조난당하면 답이 없었다.

 

 우리나라 낙동강을 기준으로 태백산맥을 통해, 어떻게든 물이 동쪽이나 서쪽으로 늘 향하고 있다. 이집트 나일강처럼 남쪽에서 북쪽으로 가는 방향도 있지만, 강은 바다를 향해 간다. 즉, 강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길과 마을을 발견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러한 곳을 발견하기까지 얼마나 지독한 고독과 외로움 그리고 두려움이 함께 할까.

 

◈ (4연) 시대적 배경과 맞지 않다며, 욕을 먹은 시와 시인. 그 비판과 비난이 타당한가?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그 당시에는 이 시에 대한 여론이 별로 좋지 않았다고 한다. 일제강점기를 겨우 이겨낸 시기인데, '술'을 담을 정신이 어디 있느냐 등과 같은 말들이 많았다고 한다.

 

 현재로 말하자면, 소위 진지한 부분이 너무 강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 시대에 문학을 즐길 여유조차 없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학이 성장할 수 있는 길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표현의 자유는 누구나 들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시인이든 소설가든, 현재 상황과 맞지 않는 글을 쓰는 것도 능력이다. 왜곡을 일으키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글 외에, 풍부한 표현과 글들은 작가의 '창의성' 혹은 '상상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요새 현대판타지, 로맨스판타지 등과 같은 것도 직접 경험할 수 없는 장르다. 하지만 사람들은 환생, 빙의, 회귀에 관한 글들을 좋아하고, 열광한다. 왜냐하면,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일이고, 현실이 힘들고 도피하고 싶을 때 작품을 많이 찾아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소비도 높은 편이다.

 

 현대에만 이런 현상이 있었겠는가. 아니다. 올더스 헉슬리가 지은 <멋진 신세계>도 마찬가지다. 조지 오웰이 쓴 <동물농장>이나 <1984>를 생각해 보라. 특히, <동물농장>을 본다면, 현실에서 동물이 생각하고 행동을 하는가? 아니다. 비유적인 표현으로 동물농장에 있는 개, 돼지, 소, 말, 당나귀, 고양이, 양 등을 통해서, 각 캐릭터마다 성격과 지능을 표현한 것뿐이다. 그러므로 나는 박목월 시인이 저 구절 때문에 비난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조지훈의 완화삼을 해설하느라 오래 걸렸다. 아무래도 <완화삼>과 <나그네>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시이기에, 나란히 붙여서 해설해 보았다. <나그네>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다음에는 박목월 시인의 <하관>을 소개할 예정이다.


- 편집 프로그램 : 미리캔버스

- 사용된 폰트 : 네이버나눔손글씨 달의궤도

+24.09.25 글 내용 글꼴 및 크기 변경과 비문을 수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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