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평생 공부다/윤동주 시 해석

밤 - 윤동주 해설, 살아있음을 느끼는, 함께 하고 있음을 느끼는 소리

한이 HanE 2022. 7. 30.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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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 윤동주 해설, 한이
윤동주의 밤 시 해설

 

           윤동주

 

외양간 당나귀

아-ㅇ 외마디 울음 울고,

 

당나귀 소리에

으-아 아 애기 소스라쳐 깨고,

 

등잔에 불을 다오.

 

아버지는 당나귀에게

짚을 한 키 담아 주고,

 

어머니는 애기에게

젖을 한 모금 먹이고,

 

밤은 다시 고요히 잠드오.

 

                               1937.3

 


 윤동주 시인의 시에는 밤이 자주 등장한다. 그 시대의 배경을 생각하면, 마음속이 항상 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잔잔하게 일렁이던 파도가 언제 자기를 덮칠지도 모르는 상황이지만, 늘 마음속에 한켠 작은 촛불을 켜고 자는 듯하다.

 


 이 시의 이야기를 쉽게 풀어쓰자면,

 

 외양간에 당나귀가 있는데, 늦은 밤에 당나귀가 배고프다고 울었다. 그 우는 소리에 아기가 깨버렸다. 밤 중에 어머니도 아버지도 깼다. 아기를 다시 재우려면 당나귀부터 조용하게 만들어야 한다. 아버지는 일어나서 외양간에 가봐야 하니 등잔에 불을 붙여 달라고 했다. 아버지는 등잔을 들고서 외양간으로 향했다. 울고 있는 당나귀에게 짚을 먹이로 주는 사이에 어머니는 아이에게 젖을 물렸다. 이제 당나귀도 아기도 배가 부르니 다시 조용해지고 다들 잠들었다.


 1937년, 윤동주는 고향 용정에서 광명중학교를 다닐 시기였다. 통학을 해서 그런지, 가족들과 한집에서 함께 사는 것으로 보인다. 가족들과 함께 살다 보면 집에서 이런 소리 저런 소리가 다 들린다. 사실 조용한 날이 없다. 조용히 혼자 보내고 싶다가도, 밤에 시끌시끌 가족들 떠드는 소리에,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크게 틀어놓은 TV 소리에, 조용한 밤에 터벅터벅 부엌으로 걸어가 물 따라 마시는 소리, 무서운 꿈을 꿨다며 엉엉- 울던 어린 나날들.

 

 당장에야 불편하고 짜증 나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돌이켜 볼 때에, 아, 그런 날도 있었지라며 추억들을 떠올리는 그런 날들이 생긴다. 북적북적한 그 시끌시끌한 느낌. 사람이 산다는 그 느낌.

 

 이 시에 나오는 아기는 윤동주의 막내 동생일 수도 있다. 윤동주가 1917년생, 다섯째 남동생(윤일주)이 1927년생이니 아마 여섯째나 일곱째였을 것이다. 큰누이와 작은 누이, 여섯째 윤범환은 세상을 일찍 요절하였고, 막내 윤광주는 해방 후 월남하지 못하고 중국에 남아있다가 1965년에 폐결핵으로 사망한다. 막내가 태어난 년도는 1933년이다(윤동주의 문장, 임채성 엮음, [홍재 출판사]). 그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분유가 없었다. 그래서 길면 4~5살까지 젖을 먹이는 경우가 많았고, 젖을 먹일 동안에는 아이가 잘 생기지 않았거나 아이를 가지지 않았다.

 

 21살에 겨우 4살 된 남동생(만 3세)이 당나귀 소리에 깜짝 놀라 울다가 젖 달라고 하는 소리가 보기에나 듣기에나 얼마나 귀엽고 예뻐 보였을까. 그 당시 백신, 의학 등이 부족해서 세상을 일찍 요절한 아기가 많았고, 윤동주 형제자매만 해도 3명이나 된다. 비록 세상은 일제 강점기로 험해도, 막내가 이대로 건강하게 잘 먹고, 잘 크길 바라는 마음에서 잠도 평안히 잘 자길 바라는 마음이지 않았을까.

 


-폰트 : 독립서체 윤동주 별헤는밤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 : 미리캔버스

+2023.11.15 글꼴 설정 및 폰트 크기 조절, 내용을 추가적으로 수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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