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
윤동주
지난밤에
눈이 소오복이 왔네
지붕이랑
길이랑 밭이랑
추워한다고
덮어주는 이불인가 봐
그러기에 추운 겨울에만 내리지.
1936.12
윤동주 시인은 암담한 현실을 뒤로하고, 때로는 동심이 가득한 시를 쓰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눈>과 같은 시다.
지난밤에 눈이 소복이 내렸다. 지붕, 길, 밭에도 눈이 쌓였다.
윤동주의 동시 <눈>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위 문장이다. 평범한 일상을 윤동주 시인은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쓰기도 했다.
(1연)
지난밤에
눈이 소오복이 왔네
이야기를 시작하기 앞서, 현재 상황이 어떤지 알리기 위해 지난밤에 눈이 왔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것도 소-복이, 쌓이거나 담긴 물건이 볼록할 정도로 많이 왔다고 표현한다. 윤동주 시인이 고향으로 돌아간 해라면, 북한보다 더 위쪽에 있었을 테니,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이었을 것이다. 지금도 겨울에는 서울이나 경기도, 강원도만 보아도 눈이 많이 내리는 편이다.
(2연)
지붕이랑
길이랑 밭이랑
추워한다고
덮어주는 이불인가 봐
지붕, 길, 밭에 눈이 덮인다고 했다. 그냥 스스로 덮는 것이 아니고, 추워서 덮어준다고 했다. 우리가 추워서 덮는 것이 무언인가? 이불이다. 지붕과 길과 밭에게 눈이 '이불'처럼 덮어준다고 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기분이 몽글해졌다. 암담한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어린 아이 같은 마음은 놓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 대단해 보였다.
또한, 나도 글을 쓸 때-요새 사람들은 싫어할 수도 있지만-, 나열하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 편이다. 지붕, 길, 밭. 자기 집 근처에 눈이 잔뜩 쌓인 곳을 손으로 꼽자면, 그렇지 않을까. 지금이야 자동차, 가로등, 나무, 아파트 옥상, 벤치, 도로라고 표현하겠지만.
(3연)
그러기에 추운 겨울에만 내리지.
그래서 이 눈은 추운 겨울에만 내린다고 했다.
눈은 사람에 따라, 차갑기도 따스워지기도 한다. 자신의 마음에 여유가 없고, 냉정하며, 냉담한 현실에 마주하고 있다면, 추운 겨울에 눈 또한 그저 차가운 눈일 뿐이다. 오히려 더 가슴을 시리게 할 뿐이다.
하지만, 어린아이처럼 눈이 장난감으로 느껴진다면, 그리고 가족들과 옹기종기 따뜻한 구들장에 모여 따스한 겨울을 보낸다면, 따뜻한 눈일 것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모든 것이 꽁꽁 얼 텐데, 윤동주 시인은 이러한 것들을 보며, 추운 겨울에만 눈이 내리는 것은 지붕이랑 길이랑 밭이랑 이불처럼 덮어주기 위함이라고 표현했다.
시 해설을 하면서 중·고등학교 때 왜 국어를 공부 안 했을까 의문이 들어 오랜만에 풀이 및 해설을 보았는데 보자마자 덮었다. 내가 해설하는 것은 현재 중·고등학생에게는 맞지 않는 해설이고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풀이'에 가깝겠지만, 작품에 대한 이해를 조금이라도 높여주기 위해 해설하고 있는 중이다. 주관적인 해설이 더 많이 들어가겠지만, 가방 줄이 짧아서 제대로 된 표현력과 깊이가 부족하다고 생각해 주면 된다.
다음에는 윤동주 시인의 유명한 대표작인 <별 헤는 밤>, <쉽게 쓰여진 시>, <자화상>, <길> 등을 해설해 볼 예정이다.
- 이미지에 사용된 폰트 : 카페24 고운밤
- 편집 프로그램 : 미리 캔버스
+2023.12.01 글꼴 및 크기 변경, 내용 수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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