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평생 공부다/윤동주 시 해석

길 - 윤동주, 찾기 위해 포기하지 않는 것

한이 HanE 2022. 11. 4.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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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윤동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더클래식 출판사, p.43

           윤동주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을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깊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어

길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1941.9


◆ 무엇을 잃어버렸을까

(1연)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을 나아갑니다.

 윤동주 시인은 조선 독립과 가족애 그리고 꿈에 대한 열망이 강했던 사람이다. 하지만 윤동주 시인은 '무언가'를 잃었다고 한다. 그러고는 무얼 어디다 뒀는지 모른다며, 두 손을 주머니에 넣어 더듬으며 앞길을 나아간다고 했다. 찾는 것이 과연 주머니에 있었을까? 없다. 없지만, 주머니를 한번 뒤적여 보는 것이다. 허한 손이라도 달래주려고. 그러고 길을 나아간다고 했다.

 

 시가 지어진 시기를 잘 보아야 한다. 1941년이다. 민족 말살 통치기(1932~1945년)였었다. 우리말과 글을 사용하지 못했고, 일본식 이름을 강요받았고, 일왕을 강제로 숭배하게 만들었다. 윤동주 시인은 암담한 시기를 겪고 있었다. 조국의 언어와 이름을 잃어가고, 조국마저 잃어가는데 자신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시를 쓰는 거밖에 없으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 돌담은 무엇을 비유했을까

(2연)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깊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돌과 돌과 돌을 이어 만들어진 돌담이라고 했다. 하지만 돌담이 깊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이 돌담을 끼고 간다고 표현했는데, 그렇다면 여기서 나온 돌담은 긍정적인 의미일까? 부정적인 의미일까?

 

 당연히 부정적인 의미이다.

 

  • 걱정과 고민과 근심이 끝없이 연달아 깊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이런 식으로 돌 대신에 표현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 바뀌지 않는 굴레 속에서 이어지는 나날들, 그저 시간만 흘러갈 뿐

(3, 4연)
담은 쇠문을 굳게 닫어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쌓인 돌들이 돌담으로 된 것도 모자라,  담이 쇠문을 굳게 닫게 한다고 표현했다. 쌓인 담이나 쇠문이나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단단'하다는 것이다. 곧, 자신이 우려했던 문제나 걱정, 고민, 근심이 해결 방안 없이 그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길이 훤해지기보다는, 그림자가 껴버렸다. 그리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다고 하는데 시간이 흘러감을 표현했다.

 

◆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의 흔적, 아픔과 슬픔은 배로...

(5연)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땅에 있는 자신은 돌담을 더듬어 본다. 자신의 미래와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암울한 상황에 눈물이 나다가, 하늘을 문득 바라보니 너무나도 푸르렀다. 그 하늘이 부끄럽게 푸르다고 했다.

 

 돌담은 앞서 설명했지만, 돌담이 낮은 편은 아닐 것이다. 혹시 미로 정원을 가본 적이 있는가? 미로 정원을 가본 적이 있다면, 사람 키보다 높은 벽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다. 혹시 그 속에서 길을 잃어본 적이 있는가? 길을 잃었을 때 기분이 어땠는가. 설레고 재밌기만 했었을까, 아니면 얼른 여기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들까?

 

 하늘자신이 꿈꿔왔던 이상을 말한다. 윤동주 시인이 꿈꿔온 그 이상은 무엇인가? 바로 조선독립이다. 해가 지날 때마다 올해만큼은 되겠지,라고 생각했지만 갈수록 심해지는 탄압에 그 이상이 짓눌리고 희망도 없어 보인다. 혹시, 목표나 꿈이 있어본 적이 있는가. 그 목표나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는데, 환경 및 주변 상황들로 인해 포기하거나 좌절한 적이 있는가. 그리고 그 꿈을 되돌아보며, 내가 얼마나 허무맹랑한 목표나 꿈을 가졌는지 부끄러웠던 적이 있는가. 윤동주 시인도 마찬가지로 겪었을 것이다.

 

◆ 그래도 이 생을 이어나가야 이유

(6, 7연)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윤동주 시인의 시가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야 한다는 의지가 보인다는 점이다.

 

 윤동주 시인은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있는 까닭이라고 말한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이라는 것은, 물 없이 간 사막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양지가 아니라 음지나 다름없는 길. 이 길을 걷는 까닭은 담 저쪽에 자기가 남아있어서라고 대답한다. 담 이쪽도 아니고 저쪽이라고 말했을까? 어느 한 곳에 있을 때 '저쪽'에 있다고 하는데, 윤동주 본인을 그렇게 생각한 것이 아닐까 있다. 이쪽이라고 하면 뭔가 가깝기도 하지만, 친근한 느낌이지만, 저쪽은 멀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이상과 현실이 멀기 때문에, 자신은 저쪽에 있다고 표현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윤동주 시인은 중요한 발언을 한다. 자신이 사는 것은 잃은 것을 찾기 위해서라고 한다. 무엇을 잃었는가? 바로 '나라'다. 나라를 잃었다. 나라를 잃으니 민족의 문화도 민족의 언어도 본인도 다 잃어버리게 되는 셈이다. 마치 살아있어도 살아있는 자가 아닌 느낌이랄까. 그래서 윤동주는 잃은 것을 찾기 위해 사는 것이라고 했다. 

 


 주관적으로 윤동주 시인의 시를 해설하고 있다. '이것은 이거다'라는 의미보다는 이해하기 쉽게 주관적인 해설을 지향하고 있다. 그러니 수험생들은 다른 해설을 참고하는 편이 낫다.

 

 앞으로는 이해하기 쉽게 길게 쓰기보다는, 그냥 짧게 쓸 예정이다.


 - 편집 프로그램 : 미리캔버스

- 사용된 글꼴/폰트 : 법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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