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앓는 밤에 박목월 수건으로 머리를 동여매고 어머니는 아랫목에 앓아누워 계시고 나는 건넌마을 조 약국趙 藥局을 모시러 갔다. 그 어른의 감초甘艸 냄새 풍기는 두루막 자락··· 노상 헛기침만 하며 진맥하시는 조 약국趙藥局 어른의 아랫턱이 뾰죽했다. 관솔가지에 불을 켜 들고 약국藥局 어른이 다시 한 번 다녀가신 후에 밤은 길고 길었다. 끙끙 앓는 어머니의 머리맡에 무릎을 모아 앉아 있으면 나의 정성만으로는 어머니의 병이 낫지 않을 것만 같은 불안한 밤을 의지해 보는 하나님의 이름. 약을 다리며 밖으로 나오면 우중충한 봄밤을 지붕 저편으로 달무리가 기울고 있었다. 시인들이나 작가들은 보통 자식이나 아내가 아픈 얘기를 작품에 스며넣기도 한다. 물론, 아버지나 어머니에 대한 얘기도 넣지만, 특히 어머니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