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 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분명 라는 시를 쓴 시인들이 많았는데, 그중,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는 구절이 들어간 시가 뭐였더라, 하며 찾다가 찾은 시. 알고 보니, 다큐멘터리에서도 나왔던 낭만 어부에서 선장님이 읊은 시였다. ◆ 나는 떠나야 할 때를 분명히 아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