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평생 공부다/윤동주 시 해석

참회록 - 윤동주 해석 해설, 과거에 내뱉은 말과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때 느껴지는 자괴감

한이 HanE 2024. 1. 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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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회록 - 윤동주 해설 해석

참회록

          윤동주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만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한다.

-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1942.1

 

 


 감기 걸려서 한동안 글 쓰는 것도 다 중단했다. 1일 1드로잉도, 개발 공부도, 글쓰는 것도 다 놓아버렸었다. 이제서야 체력이 회복되어서 다시 시작한다.

 

 여기서 참고하면 좋은 시가 <서시>다. <참회록>은 1942년, <서시>는 1941년에 지어졌다. 1940년대에 지어진 시들은 참회에 대한 내용과 나라를 뺏긴 슬픔에 관한 내용이 많다.

 

 우선 참회라는 단어를 잘 보아야 한다.

  • 참회 : 3. 자기의 잘못에 대하여 깨닫고 깊이 뉘우침 / 2. 부끄러워하여 뉘우침

◆ 나라를 빼앗긴 것도 슬픈데 

(1연)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구리 거울에 파란 녹이 끼였다고 한다. 그리고 거울을 통해 자신의 얼굴에는 어느 왕조의 유물이 남아있다고 하며, 이 때문에 욕이 될까라며 의문을 가진다.

 

 윤동주 시인은 거울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자신의 얼굴을 이리저리 살펴봐도 조선인. 자신의 외모도 그렇지만, 지금은 일제 강점기. 나라를 빼앗겼기 때문에 수많은 모욕과 핍박을 당하는 중이다. 자신의 국적 때문에 이러한 모욕을 당하는 것이 맞나 그런 의문도 들었을 것이다.

 

 

◆ 많은 글과 말을 남기고 싶어도, 아끼자

(2연)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만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그 의문에 대한 답은 안다. 그렇기에 자신의 신분이 부끄럽거나 식민지 지배로 인해 받는 차별과 모욕은 그래도 어느 정도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자신의 신앙과 독립운동에 있어서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자신이 부끄러웠다. 자신의 부족함과 잘못됨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괴로워했다.

 

 그래서 윤동주 시인은 자신의 삶에 대한 반성을 썼다. 그것을 '한 줄'에 쓰고자 했다.

 

 자신이 살아온 24년 1개월, 무엇을 위해 살아왔을까. 어떠한 것을 얻으려고 살아왔을까. 아니면 무엇을 바라왔을까. 그로 인해 내가 얻는 기쁨은 무엇이었을까.

 

 윤동주 시인은 '살아가는 것'에만 주목하지 않았다. 살아가는 것을 통해, 무슨 '낙'을 얻기 위함이었는가, 의문을 가졌던 것이다.

 

 윤동주 시인이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지 않았다면 행복한 시인이 되어있지 않았을까. 아기자기하고 귀엽고 예쁜 동시를 짓고 살지 않았을까. 부모님의 일을 도우며, 동생들을 돌보며 그런 평범한 행복을 꿈꿀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현실은 너무나도 냉정하고 냉혹했다.

 

 

◆ 기쁜 날이든, 슬픈 날이든, 그 언제든, 늘 자신을 되돌아보기

(3연)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한다.
-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부끄러운 일을 겪었거나 창피한 일을 겪었거나 수치를 당하거나 우울할 때면 자신을 빠르게 되돌아볼 수 있다. 하지만 기쁜 날은 스스로를 돌아보기 어렵다.

 

 그 어느 날이든 간에, 윤동주 시인은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고 한다.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냐, 스스로 책망한다. 윤동주 시인이 말하는 고백이 무엇이었을까.

 

 여러분들도 꿈을 다른 이에게 말한 적이 있는가. 윤동주 시인은 자신의 그러한 생각과 고백을 시에 담아냈다. <서시>를 보면 알 수 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 윤동주의 <서시, 1941.11> 중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지 않는다 하더라도, 죽는 날까지 스스로에게 한 점 부끄럼 없이 살기로 다짐한다. 하지만 윤동주 시인은 <참회록>에서 그러한 고백을 한 자신을 부끄러워한다. 자신이 무어라고 그리 당당하게 고백을 했을까.

 

◆ 어떻게든 나를 다시 빚어보자

(4연)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

 

 사람은 언제 가장 고독해지고 쓸쓸해지고 생각이 많아질까. 바로 밤이다. 낮에는 어떠한 행동을 하든 다른 이와 함께 할 수 있지만, 잠들 때는 홀로 잠들 수밖에 없다. 때로는 생각이 많아져서 바로 잠들 수 없기도 하다.

 

 그래서 윤동주는 밤이면 밤마다 자신을 돌아보았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고 했다. 그 어떠한 것을 통해서라도 자신을 닦아낼 수 있다면 하겠다는 것이다.

 

 

◆ 자신을 아무리 돌아봐도 그 안에 있는 나의 모습과 나의 마음은 그대로일 테니

(5연)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윤동주 시인은 자신을 많이 돌아보는 사람이었다. 자신을 돌아보는 만큼 쉬이 바뀔 수만 있다면 좋을 텐데, 그럴 리가 없다. 윤동주 시인은 다시, 다시, 자괴감이 빠진다.

 

 다른 이에게 나의 헛된 소망을 말하지 않았더라면, 나 자신이 그러한 소망을 품지 않았더라면, 나 자신이 그러한 고백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랬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이미 내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는 없고, 마음은 복잡해진다.

 

 허나, 한 가지 명확한 점은 이 길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홀로 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 길이 지독하게 외롭고 슬프더라도 걸어가야만 한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해보는 시 해설이라 어색한 문장이나 해설이 있을 수도 있다. 단지 조금 더 쉽게 윤동주 시인의 시를 접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가벼이 봐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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