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평생 공부다/윤동주 시 해석

바다 - 윤동주, 눈과 마음에 담아두고 싶은 곳

한이 HanE 2022. 10. 15.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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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 윤동주 해설

바다

       윤동주

 

실어다 뿌리는

바람처럼 시원타.

 

솔나무 가지마다 새춤히

고개를 돌리어 뻐들어지고,

 

밀치고

밀치운다.

 

이랑을 넘는 물결은

폭포처럼 피어오른다.

 

해변에 아이들이 모인다.

찰찰 손을 씻고 구보로.

 

바다는 자꾸 섧어진다.,

갈매기의 노래에......

 

돌아다보고 돌아다보고

돌아가는 오늘의 바다여!

 

                            1937.9


  윤동주 시인이 사는 곳은 육지라서, 바다로 갈 일이 잘 없다. 그러면 어떻게 바다를 느끼고 시를 쓰게 되었을까?

◆ 윤동주 시인은 어떻게 바다에 관한 시를 쓸 수 있게 되었을까?

1937년 9월, 광명학교 5학년에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금강산과 원산 송도원 등 다녀오게 된다. (윤동주의 문장, 2020, p.95)

출처) 행정안전부 이북5도위원회 원산시 영상지도

 그 시대의 지도와 현재 지도와 차이가 크겠지만, 만일 함경남도에 있는 원산시에 있는 송도원을 다녀왔다면 얼추 맞을 것이다.

 

 또한 광명학교는 용정에 있는 광명학원(혹은 광명중학교)을 말하는데, 북간도 연길현 용정에 있기 때문에 거리로 그렇게 멀지 않다. 만 20살에 이 시를 지었기 때문에 꽤 생생한 추억과 기억을 담아 지었을 것이다.

 

◆ 윤동주 시인에게 파도란

(1연)
실어다 뿌리는
바람처럼 시원타.

 바람이 때로는 잔잔하게 흘러가는 물처럼 계속 부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선풍기 바람처럼 일정하지 않다. 그랬기에 윤동주 시인은 파도를 실어다 뿌리는 바람으로 표현했다. 파도가 시원하게 철썩이는 것을 표현한 셈이다.

 

(4연)
이랑을 넘는 물결은
폭포처럼 피어오른다.
  • 이랑 : 1. 논이나 밭을 갈아 골을 타서 두두룩하게 흙을 쌓아 만든 곳. 물갈이에는 두 거웃이 한 두둑이고 마른갈이나 밭에서는 네 거웃이 한 두둑이다. (거웃2 : 한 방향으로 한 번, 죽 쟁기질하여 젖힌 흙 한 줄. 양방향으로 한 번씩 쟁기질하여 두 번 모으거나 양방향으로 두 번씩 쟁기질하여 네 번 모아서 한 두둑을 짓는다.) 2. 갈아 놓은 밭의 한 두둑과 한 고랑을 아울러 이르는 말. 3. 물결처럼 줄줄이 오목하고 볼록하게 이루는 모양을 이르는 말. 또는 이런 모양에서 볼록한 줄을 오목한 줄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밭에 가본 사람이라면 이랑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 것이다. 글로는 정말 길고, 무슨 뜻일까 싶지만, 인터넷에 검색하면 된다.

 

 좁은 이랑에 물이 가득 차면 흘러넘치게 된다. 흘러넘치는 것을 보고 물결이 일어난다고 윤동주 시인은 표현했다. 그리고 그 물결은 폭포처럼 피어오른다고 표현했는데, 폭포를 자세히 보면 하얀 물결이 일어난다. 윤동주 시인은 파도가 철썩 치는 것을 보며, 이랑을 넘는 폭포의 물결 같다고 표현했다.

 

◆ 솔나무와 바다, 그리고 바람

(2연)
솔나무 가지마다 새춤히
고개를 돌리어 뻐들어지고,

 저번 명절에 대왕암공원에 다녀왔는데, 그곳에도 솔나무가 많았다.

 

  •  솔나무란? 소나무의 원말이다.

 

 즉, 소나무들이 많았다. 하늘에 소나무 가지들이 쭉 뻗어있고, 바람에 의해 나무 기둥이 살짝 구부러진 것도 있었다. 그래서 윤동주 시인은 소나무 가지마다 새춤히 고개를 돌려서 뻗어있다고 표현했다.

 

 그런데 여기서 '새춤히'는 무슨 의미일까?

 

 네이버 오픈 국어사전에 어느 한 유저가

 

  • 새춤히, 새촘히 : 귀엽고 깜찍하게, 일부러 생떼나 고집을 부리거나 불평을 늘어놓듯

이라고 분석했다. 의인화를 생각해본다면 맞는 말이다. 삐지거나 고집을 부리거나 생떼를 써서 "응, 너 보기 싫어!" 하고 고개를 돌려서 나무가 그렇게 자랐다는 의미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처음에 분석할 때, 새춤히를 촘촘하게, 빽빽하게라는 의미로 해설했기 때문에 '소나무 가지들마다 빽빽하게/촘촘하게 고개를 돌리어 뻐들어지고'라고 보았다. 윤동주 시인은 아무래도 의인화 표현을 좋아하기 때문에, 전자가 맞지 않을까 싶다.

 

◆ 해변가가 그려지는 구절

(5연)
해변에 아이들이 모인다.
찰찰 손을 씻고 구보로.

 해변가에는 사람들이 있다. 남녀노소 모이기에도 좋은 공간이고, 탁 트여 있어서 더 좋다.

 

 윤동주 시인이 바닷가에 간 계절은 9월, 가을이다. 바닷물에 들어가기에는 조금은 쌀쌀하니, 멀리서 바다를 구경하거나 해변가를 거닐면서 바다를 느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아이들이 바닷가에서 노는 풍경을 봤었을 수도 있다.

 

 만일 모래해변이라면 아이들이 모래성도 만들고 두꺼비집도 만들고 그랬을 것이다. 모래성을 만드는데, 바닷물도 살짝 필요했을 것이다. 그래야 무너지지 않고 단단하게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손에 묻은 모래를 털어버리려면 아무래도 바닷물이 또 필요로 하다. 아이들은 파도가 철썩이는 바닷가에 손을 찰방찰방 씻고서 뛰어서 부모님께로 향했을 것이다. 

 

 이렇게 긴 설명을 단 2구절로 윤동주 시인은 표현했다.

 

◆ 산도 그렇지만, 바다 또한 그리운 맛이 있다

(6연)
바다는 자꾸 섧어진다.,
갈매기의 노래에......

(7연)
돌아다보고 돌아다보고
돌아가는 오늘의 바다여!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이 자주 가듯이, 휴양지로 바다를 찾는 사람은 계속 찾는다. 윤동주 시인도 바다를 보고 그렇게 느끼지 않았을까. 파도의 소리, 습하면서도 시원한 바람, 반짝이는 모래밭, 즐겁고 신나 보이는 사람들의 표정, 차가운 바다

 

 바다는 자꾸 섧어진다고 했다. 섧어진다, 서글프다. 바다는 갈매기의 노래에 서글퍼진다고 했다. 갈매기는 끼룩끼룩- 운다. 산에는 산새들이 울듯이, 바다에는 갈매기가 운다. 바다가 갈매기의 노래에 서글퍼진다는 것은 의인화다. 바다에게 작별인사를 하는 사람은 윤동주 시인 본인이다. 바다를 떠나려는 서글픔을 갈매기의 울음소리에 담아낸 것이다. 자신을 자꾸 밀어내는 파도를 보면서.

 

 바다를 볼 일이 잦지 않았던 그 시대에, 그리워질 바다를 한껏 뿜어낸다. 그 당시에 사진기가 흔한 것이었을까, 기차가 흔한 것이었을까, 차가 흔한 것이었을까. 그 어느 것 하나 흔한 것은 없었다. 그러니 언제 다시 볼지 모르는 바다를 계속 돌아다보게 되는 것이다. 파도는 밀어내기도 하지만 당기기도 하니, 다시 모여서 큰 바다로 돌아간다

 

 바다를 보며, 또 나라 생각은 하지 않았는지, 백의민족이 모여 힘을 합쳐 언젠간 들고 일어설 날을 기다리지 않았는지... 윤동주 시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다.

 

 

 


 수필 공모전 참여하고, 놀기도 하고, 생각도 하다 보니 문학 해설을 안 올린 지 벌써 한 달이 흘러버렸다. 또한 윤동주 시인의 삶에 대한 뒷배경을 완전히 상세하게 알지 못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가 [윤동주의 문장]이라는 책을 보고 홀려서 샀다. 참고서로 2줄밖에 사용되지 않았지만, 다른 작품을 해설할 때 또 도움이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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