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평생 공부다/윤동주 시 해석

돌아와 보는 밤 - 윤동주 해설 해석, 밖에서나 안에서나 자유롭지 못한 마음

한이 HanE 2024. 1. 17.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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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 보는 밤 윤동주 해설 해석
돌아와 보는 밤 윤동주 시 해설 해석 풀이

 

돌아와 보는 밤

                      윤동주

 

 세상으로부터 돌아오듯이 이제 내 좁은 방에 돌아와 불을 끄옵니다. 불을 켜두는 것은 너무나 피로롭은 일이옵니다. 그것은 낮의 연장이옵기에-

 

 이제 창을 열어 공기를 바꾸어 들여야 할 텐데 밖을 가만히 내다보아야 방안과 같이 어두워 꼭 세상 같은데 비를 맞고 오든 길이 그대로 비속에 젖어 있사옵니다.

 

 하루의 울분을 씻을 바 없어 가만히 눈을 감으면 마음속으로 흐르는 소리, 이제 사상(思想)이 능금처럼 저절로 익어 가옵니다.

 

 1941.6


 이 시는 네이버 블로그에 게시한 적이 있다. 그때는 해설이라기 보다는 그저 작은 감상문이었다. 시간이 흐르기도 했고, <서시> 또한 재해석을 했기에 <돌아와 보는 밤>도 하기로 했다.

 

 

 ◆  밤에도 불을 켜두는 것은 낮의 연장, 피곤할 수밖에 없다

(1연)

 세상으로부터 돌아오듯이 이제 내 좁은 방에 돌아와 불을 끄옵니다. 불을 켜두는 것은 너무나 피로롭은 일이옵니다. 그것은 낮의 연장이옵기에-

 

 현대사회로 비춰 볼 때, 우리나라는 아침부터 밤까지 무언가 하는 것이 많다. 학생일 때도 아침 일찍 등교를 하고, 끝나고 나서도 야자를 한다거나 학원을 다닌다거나 정독실을 다닌다. 직장인도 마찬가지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야근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집에 도착했는데 쌓여있는 집안일들, 하고싶은 취미들, 해야 하는 공부들이나 작업들을 외면한 채, 불을 끄고 쉬고 싶고, 자고 싶어진다. 불을 켠 상태로 있는 것은 완전한 휴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윤동주 시인은 불을 켜두는 것을 낮의 연장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이 낮의 연장은 밤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피곤한 일이라고 했다.

 

 

 ◆  방밖이나 방안이나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

(2연)

 이제 창을 열어 공기를 바꾸어 들여야 할 텐데 밖을 가만히 내다보아야 방안과 같이 어두워 꼭 세상 같은데 비를 맞고 오든 길이 그대로 비속에 젖어 있사옵니다.

 

 집에 있을 때 요리하거나 공기가 쾨쾨하거나 청소하거나 마음이 갑갑할 때 창문을 열어 환기시키기도 한다. 윤동주 시인 또한 창을 열어 공기를 바꾸어 들여야 한다고 한다.

 

 창문을 통해 밖을 가만히 내다보니 방안과 같이 어둡다고 한다. 요즘에는 방안이 어두컴컴하기가 어려워서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시골에 있으면 꽤나 잘 느껴진다. 집 밖보다 방안이 더 어둡다. 밖은 달빛과 별이 있어 마치 밝아 보인다.  그러나 윤동주 시인은 밖도 방안과 같이 어두워 세상 같다고 한다.

 

 달 삭(달이 없는 날)과 보름달의 차이를 느껴본 적이 있는가. 가로등 아래가 아닌 오로지 달빛만이 밝게 빛나는 밤을 본 적이 있는가. 달마저도 빛을 내주지 않는다면 누가 이 밤을 밝혀줄까.

 

 집에서나 집밖에서나 마음 어디 둘 곳 없고, 편하지 않다는 것이다. 거기다 비까지 맞았고, 그 길은 비 속에 젖어있다고 한다. 문학에서 비는 대개 시원하게 씻겨 내려가는 요소라기보다는 무겁고 칙칙하고 반갑지 않고 불쾌한 요소다. 잠깐 내리고 말 줄 알았던 비가 아직도 내려 길을 젖게 만들었다는 것은, 대한독립이 금방 이루어질 줄 알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못했다는 것이다. 그 젖은 길은 도대체 언제 마를까, 이만저만한 작은 걱정덩어리가 점점 더 커지고 불안해지기까지 했을 것이다.

 

 ◆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고전 13:7)

(3연)

 하루의 울분을 씻을 바 없어 가만히 눈을 감으면 마음속으로 흐르는 소리, 이제 사상(思想)이 능금처럼 저절로 익어 가옵니다.

 

 답답한 마음에 윤동주 시인도 무척이나 기도하며 간구했을 것이다. 우리나라를 살려달라고.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고린도전서 13장 4-7절

 

 추측이지만, 나는 윤동주 시인이 이 성경구절 말씀을 묵상했다고 본다. 왜냐하면 윤동주 시인은 성경을 읽기도 하고 묵상하기도 했다. 그와 관련된 시를 짓기도 했으며 예수님과 십자가 등을 시에 직접 언급하기까지 했다. 이 시와 관련된 다른 성경구절로는 에베소서 4장 26절이다.

 

 

분을 내어도 죄를 짓지 말며
해가 지도록 분을 품지 말고

 

 

 이 상황들이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험한 말이 나올 법도 했을 것이다. 무엇을 했기에 우리를 이리 괴롭게 만드는 것일까. <돌아와 보는 밤>은 시간대가 '밤'이다. 해가 지도록 분을 품지 말라고 했으니 눈을 감고 가만히 묵상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자 생각이 점차 정리되면서, 확신이 없었던 자신의 사명이 다시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을 것이다. 작은 일이라 하더라도 자신이 하는 것이 독립운동에 작은 도움이 된다면 이 일이 더 이상 의미가 없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성경에서 유명한 구절이 있다면,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의 제일은 사랑이라"라는 말씀이다(고린도전서 13:13). 윤동주 시인은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들, 친척들, 친구들, 이웃들을 사랑했기 때문에 나라가 돌아가는 걱정 또한 했던 것이다.

 


- 편집 프로그램 : 미리캔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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